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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차 부부에게 무슨 일이? 황혼이혼 증가 이유

20년차 부부에게 무슨 일이? 황혼이혼 증가 이유

기사승인 2015. 10. 2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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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수명 연장에 따른 삶의 가치관 변화”
Divorce
중장년에 접어들면서 배우자와 이별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 중 결혼 생활을 20년 이상동안 한 부부들의 황혼이혼 비율 증가가 눈에 띈다. 통계청의 ‘2014년 혼인·이혼 통계’ 자료를 보면 이혼 부부 중 혼인한 지 20년 이상 된 부부의 비중이 28.7%로 가장 많았다. 2011년까지 결혼한 지 4년 이하 부부의 이혼 비중이 가장 높았으나 2012년부터 20년 이상 된 부부의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평균 수명이 연장되고 여성의 경제적 능력 향상 등으로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 뒷받침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번 결혼은 영원한 결혼’이라는 가치관이 변하고, 가정을 유지하려는 의지보다 ‘삶의 질’을 우선적으로 여기는 풍토가 황혼이혼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여기에 단순한 부부싸움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하지말아야 할 배우자의 잘못으로 이혼을 결심하는 사람도 많다.

커버 서브1 1-1 부부싸움
부인 Say, “누구를 위한 삶 아닌, 나를 위한 인생 즐기고 싶어요”
한국사회에서 엄마나 아내의 삶은 곧 희생이란 단어와 동일선상에 있다. 자녀의 좋은 대학 진학과 남편의 출세가 곧 여성의 지위를 나타내주는 풍토 속에 ‘나’란 존재가 없는 삶을 영위해 왔던 게 사실. 남성 위주의 사회적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고 여성들의 행동반경이 넓어짐에 따라 황혼이혼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인의 입장에서 이혼을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경제적 자립 문제다. 사회적 편견도 그렇다. 하지만 이젠 체면위주로 살아가던 방식에서 탈피해 새로운 일을 찾아 인생을 즐기고 싶어하는 5060세대의 니즈를 대변한다.

이혼법률플래너 이은경 이혼전문 변호사는 “황혼이혼이 증가하는 기본적인 이유는 권리의식 신장과 평균수명 연장에 있다고 봐야 한다”며 “100세 시대를 맞아 자녀들을 다 혼인시키고 나서 시간적 여유가 생김에 따라 자신을 위한 새로운 인생을 찾고 싶은 욕구들이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남편 Say, “경제능력 상실과 함께 달라진 위상과 고립감 견디기 힘들어요”
그동안 황혼이혼 사례를 볼 때 부인이 남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 남성들의 황혼이혼 관련 상담이 부쩍 증가해 이목을 끌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따르면 올해 이혼을 상담한 60세 이상의 남자 비율이 2004년보다 무려 8배나 높았다.

중견기업을 다니다 2년 전 은퇴한 A씨(60·남)는 최근 아내와의 잦은 다툼으로 황혼이혼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다. 지방출장과 해외파견근무가 잦았던 그는 가족들과 떨어져 지낸 시간이 길었다. 자연스럽게 자녀들과의 대화도 줄어들었고, 부인과도 공감할 분야가 없어 서먹한 관계를 이어갔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은 소일거리가 없어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 지면서다. A씨는 아내가 말도 없이 여행을 가거나 식사를 같이 하지 않는 등 점점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됐다.

그는 “은퇴 후에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니까 자존심이 상했다. 돈을 못 벌어온다고 무시당하는 기분이 든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느라 바쁘게 살아왔지만 결국엔 남는 게 외로움 뿐이라는 허무함 때문에 괴로웠다. 이러 참담한 상태로 가정생활을 이어가느니 이혼하는 것이 낫겠다”고 말했다.

서동수 정신과 전문의는 “지금의 60대 남성들은 서열위주의 사회, 가부장적 교육을 받고 살아왔던 터라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위기감이 공존하고 있어 가정에서 위치가 흔들릴 경우 심한 좌절감에 빠지게 된다”며 “황혼이혼이나 별거 상태에서 자칫 우울감이 극대화돼 자살충동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노인정신보건 정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담센터에서 만난 또 다른 60대 남성은 “경제권까지 박탈당한 상태에서 황혼이혼을 통한 재산분할로 다시금 재산을 소유하고 싶은 심리가 작용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처럼 황혼이혼이 증가하는 이유는 전통적인 가정관이 붕괴되면서 ‘삶의 질’이 ‘가정의 유지’라는 가치보다 더욱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평균 수명의 증가로 갈등상태에 있는 가족한테 벗어나 남은 인생이라도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는 의지가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중장년층에 부는 변화의 바람은 한동안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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