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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칼라프’ 테너 이정원 “소리는 끝없는 연마가 필요”

‘한국의 칼라프’ 테너 이정원 “소리는 끝없는 연마가 필요”

기사승인 2015. 10. 2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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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좋아하던 소년, 라 스칼라 처음 밟은 한국인 테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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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테너 최초로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무대에 오른 것으로 유명한 테너 이정원은 “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 관객에게 정말 좋은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오페라극장,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 등 수많은 걸작들이 초연된 곳, 240여년의 역사를 간직한 오페라의 성지….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라 스칼라 극장에 관한 얘기다. 지난 2008년 4월, 모든 성악가들에게 ‘꿈의 무대’라 할 수 있는 이곳에 최초로 한국인 테너가 등장했다. 테너 이정원(47)이 오페라 ‘맥베스’에서 처자식을 잃은 스코틀랜드 귀족 막두프 역으로 무대에 오른 것이다. 극의 흐름을 끊지 않기 위해 환호성을 자제하는 라 스칼라의 관객들도 이정원의 아리아가 끝나자 ‘브라보’와 갈채를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정원은 “이탈리아 관객 수준이 높아 야유만 받지 않아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브라보를 외쳐줘 놀랍고 뿌듯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1998년 이탈리아 프랑코 코렐리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이후 2000년 마리아 칼라스 국제 성악 콩쿠르 테너 부문 1위, 2000년 티토 스키파 국제 성악 콩쿠르 1위 등 수많은 대회를 휩쓸며 유럽무대의 주목을 받은 이정원. 2010년 한국에 온 이후 그는 제2회 대한민국 오페라대상 남자주역상을 거머쥐고 ‘안드레아 쉐니에’ ‘아이다’ ‘토스카’ ‘투란도트’ 등 굵직한 오페라 무대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처럼 화려한 이력의 그이지만, 어린 시절의 이정원은 그저 축구하기를 좋아하고 뛰어놀다 고함을 잘 지르는(?) 소년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남들보다 일찍 변성기가 왔다는 그는 노래를 매우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하던 그는 재수의 고배를 한 차례 마신 뒤, 88학번으로 연세대 성악과에 바리톤으로 입학하게 된다.

“학교에 가니 친구들이 다 너무 노래를 잘 하는 거예요. 그런데 1학년때 축구 경기를 하다가 다리를 다쳐 쉬다가 바로 군대를 갔어요. 저는 군대에 있는데 동기들이 콩쿠르 입상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답답하더라고요.”

동기 중에 유일하게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온 그는 복학한 이후부터 “어떻게 하면 노래를 더 잘할까”라는 고민만 했다고 한다. 바리톤에서 테너로 바꾸며 자신의 음색을 찾은 그는 루치아노 파바로티나 플라시도 도밍고, 프랑코 코렐리 등의 노래를 들으며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잘할까”를 계속 생각했다.

그는 유학도 남들보다 늦게 갔다. 대학을 졸업하고 국립합창단에 들어가 2년 간 모은 돈으로 29세의 나이에 이탈리아로 떠났다. 파우스토 토레프란카 국립음악원을 졸업한 그는 그곳에서 “노래를 잘 할 수 있는 ‘문화’를 배웠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로 간 지 10년 만에 그는 라 스칼라 극장 무대를 밟았다. 오페라 ‘투란도트’ 같은 경우에는 100회 이상 공연했다. ‘투란도트’의 주인공인 칼라프 왕자 역을 하도 많이 하다 보니 ‘한국의 칼라프’로 불리기도 했다. 해외 평론가들은 그의 목소리에 관해 “너무 깨끗하고 아름답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손수연 오페라 평론가는 이정원에 관해 “타고난 좋은 소리에다 자연스러운 발성, 잘 다져진 기본기를 갖춘 보기 드문 성악가”라며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 정상급 오페라하우스에서도 주역으로 노래할 수 있는 기량을 가진 뛰어난 오페라가수이다”고 평했다.

대기만성(大器晩成)이란 말이 잘 어울리는 이정원은 중국과 러시아, 한국을 각각 대표하는 3테너 공연을 통해 11~12월 세계를 돌며 공연을 갖는다. 그는 “소리는 끝없는 연마가 필요하다”며 “일상적인 삶을 잘 조절해 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관객에게 정말 좋은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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