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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정책 나열에 그친 고령사회 고용 대책

이번에도 정책 나열에 그친 고령사회 고용 대책

기사승인 2015. 11. 2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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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예정자 전직지원 의무화·외국인이민정책 등 사회적합의 결여돼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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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가 본격화되는 고령사회로 접어든다. 통상 고령화를 전망할 때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나눈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고 2018년에는 고령 사회, 2026년에 이르면 초고령 사회에 도달한다.

고령 인구의 증가와 동시에 저출산이 서로 맞물리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고령화 속도 또한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한국금융연구원의 ‘고령화에 따른 금융부문의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기간을 봤을 때 프랑스는 155년, 미국은 88년, 일본이 36년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26년밖에 안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빈곤율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지난해 기준 49.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2.8%)의 4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런 추세라면 생산에 들어가야 할 많은 재원을 이들의 부양을 위해 쏟도록 하는 등 국가 경제성장에도 부담이 생긴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06년과 2011년에 제1차,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내놓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대응해 왔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은 초저출산국의 기준선인 1.3명 아래에서 10년 이상 정체돼 있으며 노인빈곤율은 오히려 높아졌다.

지난 10월 18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제3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 시안(2016~2020년)을 공개했다. 3차 계획에서는 고령사회 대응책으로 ‘정년 후에도 은퇴 없이 일할 수 있는 이모작 고용체계 확립’을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전직지원 서비스 의무화… 근로자 퇴출경로로 활용될까 우려
‘퇴직 이후에도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에 박차를 가할 정책 방향을 수립했지만 획기적인 것은 눈에 띄지 않는다.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퇴직 예정자 전직지원 의무화 등 대부분 그동안 추진해온 정책이다.

정부가 내년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촉진법)을 개정하면 300인 이상 기업은 내년부터 퇴직예정자 등에게 전직지원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우리 기업 구조에선 중장년 전직지원 노력이 미흡하고 취업지원도 소규모의 개별 사업 위주로 기획돼 체계적·종합적인 지원에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회사를 그만두면 퇴직자 혼자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퇴직 전의 전직 지원서비스 부재로 인해 일자리에서 퇴직한 뒤 재취업하더라도 임시 일용직이나 생계형 자영업 등 고용의 질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이번 기본계획 시안에 따르면 장년 근로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퇴직 전 교육·취업알선 등 전직지원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81.8%였다. 기업 인사담당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전직지원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기업이 94.4%였으며, 향후 2년 내 전직 지원서비스 제공 의향이 없는 기업도 83.5%나 됐다.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대거 은퇴도 시작됐는데 전문성을 가진 퇴직자는 증가한 반면 이들의 직무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퇴직 이후 경력을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주목할 만하다.

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노동계에선 전직지원 서비스가 근로자의 퇴출경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근로자가 전직지원 서비스에 불참하면 기업에 벌칙이 부과될 거란 얘기도 들리면서 더 구체적인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재정 공학박사이자 전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전직지원 서비스를 의무화해 강제할 것이 아니라 전직지원 서비스를 하는 기업에 정부가 지원금 지급 및 컨설팅 제공 등을 지원함으로써 기업들의 자발적인 전직지원 서비스 시행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향후 저출산·고령화 대책은 그동안 큰 효과를 보지 못했던 기존 1, 2차 기본계획 프레임과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대책을 내놓기보다 몇 가지 대책에 선택과 집중하는 전략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전직지원 서비스 강화의 일환으로 내년 40세 이상 퇴직(예정)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올해 8월 기준 29개소)와 이모작지원제도를 연계한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노인친화형 일자리 발굴, 시니어 인턴 파견지원 강화, 고령자 친화기업 관리·지원 내실화 등을 통한 민간 노인일자리 지속 확대 등 중고령자 취업지원을 활성화 할 방침이다. 재취업지원 통합서비스 제공기관인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운영 내실화와 장년 취업인턴제 확대 등 취업지원체계도 강화한다.

하지만 중장년층의 재취업 수요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재취업이 잘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장년층 재취업 사례가 많지 않거나 관련 정책의 형식적인 운영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중장년층의 재취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존에 일부 하고 있는 컨설팅의 수준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게 리쿠르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장년층 고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좀 더 다각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베이비붐세대 고용의 특징과 시사점’ 연구보고서에서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과 농업을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보건복지 서비스업과 사업 서비스업에서 장년층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년층 특성에 맞는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고학력 베이비붐 세대가 전문성을 살리면서 노동시장에 머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또한 베이비붐 세대의 귀농 현상에 주목, 이들이 농업 분야에서 정착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지원책 강화가 필요하다. 장년층을 위한 맞춤형 귀농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특히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기 전부터 전업 컨설팅을 강화하는 것이다. 보건복지 서비스업과 사업 서비스업 내에서도 장년층에 특화할 수 있는 사업영역을 개발 지원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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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유치…내국인 일자리 침해 않는 선에서 선택적으로 유치해야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가운데 일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 고령자·여성·외국인 등이 불합리한 사회적 편견에 가로막혀 일하지 못한다면 이는 소중한 노동력의 낭비라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 노동력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중장기 이민정책이 언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단기적 이민정책에서 벗어나 국내 경제와 인구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책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우선 이공계 등 전문 인력이 부족한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 우수 유학생의 유치를 확대하고 이들의 한국사회 정착기반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그러나 벌써부터 청년과 장년 고용 위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국인도 취업이 어려운 현실에서 해외 전문 인력을 무턱대고 받아들이면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또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기선 IOM 이민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수 외국 인력의 경우 한국에 머무는 기간이 3년이 채 안 될 만큼 오래 머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이들의 적극적인 유치도 좋지만 정주를 유도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하고 전문 역량이 발휘될 수 있는 일자리 연계가 가능하지 우리 고용 시스템을 먼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연구위원은 “우수 인력 확대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청년 및 장년층 등 내국인 일자리를 침해하지 않는 기준에서 한국인이 취업하기 어려운 직종에 선택적으로 유치·지원하는 등 충돌이 발생하지 않게 할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밖에 현행 65살 노인 기준의 상향조정, 연금수급 연령까지 정년연장 등 3차 계획에 담긴 다른 사안들도 사회적 합의가 깔리지 않으면 추진되기 어려운 대책들이다. ‘백화점식 정책 나열’이라는 비판이 어느 정도 수용될지 올 12월 중으로 발표될 예정인 3차 기본계획 최종안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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