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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자아실현 욕구 강해…다양한 여가문화공간 필요

전희진의 기사 더보기▼ | 기사승인 2015. 11. 2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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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그린-화성공연모습
경기 광명시노인종합복지관 소속 실버밴드 동아리 ‘에버그린’의 공연 모습./ 제공=광명시노인종합복지관
잘 놀아야 노후가 행복…여가문화 활동, 사회와 관계 맺는 또 다른 활동
아시아투데이 전희진 기자 = 나이 드니 갈 곳 없어 쓸쓸하다는 고령층이 많다. “요즘 뭐하며 지내세요”라는 질문이 두렵다는 그들은 “우리도 배우고 가르치고 나누고 만나는 ‘즐길 공간’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요즘에는 어르신들 사이에서도 신세대와 구세대로 나뉘어 구세대 어르신들은 여가문화 없이 주로 공원 등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

고령층 여가문화가 부족하고 늙으면 으레 경로당이나 공원에 모여 시간을 보내는 것을 연상하지만 자신만의 여가문화 활동을 찾아 ‘제2의 인생’을 즐겁고 적극적으로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신세대 어르신일수록, 건강과 경제력을 갖추고 사회와 소통하며 인생을 즐기려는 액티브 시니어일수록 하고 싶은 것을 능동적으로 찾아 즐기려는 경향이 강하다.

액티브 시니어 중에서도 ‘뉴 시니어’로 불리는 예비 장년층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경우는 좀 더 부각된다. 눈부신 경제발전의 주역으로 활약했기에 특유의 성취감과 자부심이 강하며 학습의지도 매우 높다. 젊은 청년으로 살고자 하는 감성, 과거의 문화적 향수까지도 그리워한다. ‘젊음, 향수, 자아’. 삼성경제연구소가 제시한 뉴 시니어 세대의 3대 키워드다.

‘골든 에이지(Golden Age)’란 말이 있다. 고령이어도 인생의 황금기를 다시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골든 에이지를 맞이하려면 간과해선 안 될 게 있다. 사회적 지위가 높고 보유한 자산이 많다고 해서 은퇴 후 준비를 마쳤다고 평가한다면 뜻하지 않은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은퇴한 뒤 무엇을 할 것인가, 노후의 여가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유전불행(有錢不幸)’의 노년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100세 시대… 은퇴준비, 돈이 전부 아니다
중장년층 사이에서 즐겁고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입소문 난 곳이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위치한 ‘아름다운 인생학교’(이하 인생학교)는 ‘인생 후반전을 앞둔 또는 시작한 이들을 위한 학교’로, 중장년층이 모여 재능과 지혜를 나누고 교류하는 문화동호회 겸 비영리단체다. 영국의 평생교육기구인 U3A(University of the Third Age) 모델을 벤치마킹했다.

‘인생은 1, 2, 3주기로 구분되며 인생 3주기(Third Age)는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단계다. 이 단계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개개인이 가진 지식의 가치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게 U3A가 지향하는 정신이다.
인생학교를 세운 백만기 씨(64)는 “재무적 준비는 은퇴 후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하지만 재무 준비가 은퇴 후 행복의 만능열쇠는 아니다”라며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은퇴 후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느냐는 것이다. 은퇴 이후 대안문화공간을 만들어 인생의 지혜를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나눠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인생학교 설립의 배경을 밝혔다.

퇴직 전, 전문직에 종사했던 사람 등이 강사가 돼 회원들을 대상으로 무료 강의를 진행한다. 회원들은 수업료 대신 월 회비 1만원을 내면 기타교실·요들교실·우쿨렐레·몸 펴기·중국어·시사경제·투자학 등 모든 강좌를 들을 수 있다. 회원들이 내는 회비는 강좌 운영 시 소모품 등을 구입하는 데 사용되고 강좌는 강사들의 재능기부로 이뤄진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학교에 등록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주고 자신은 또 다른 사람에게 배울 수 있다는 것. 배움과 가르침이 일방적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강사와 학생이 함께 수업을 만들어가면서 서로 배우는 ‘투웨이 시스템(Two-Way System)’을 표방한다.

백 씨는 “영국 전역에는 약 800여 개의 U3A가 있다”며 “우리 분당의 인생학교가 불씨가 돼 지역마다 이런 학교가 생겨서 은퇴자들이 주눅 들지 않고 즐겁고 보람 있게, 당당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스윙댄스 공연 아카데미 ‘딴따라땐스홀’이 운영하는 ‘꽃중년땐스홀’도 중장년층에게 화제를 모은 곳이다. 40~50대 스타일로 중년의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스윙댄스를 배우며 친구를 만들고 거리공연 축제를 함께 즐길 수 있다.

로큰롤 스윙댄스는 엘비스플레슬리 시대의 음악에 스윙댄스를 결합, 향수를 느끼며 남녀가 함께 추는 건전하고 유쾌한 커플 댄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노진환 딴따라땐스홀 대표에 따르면 꽃중년의 눈높이에 맞춰 누구나 유쾌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부부 또는 자녀와 함께 오는 중년들이 많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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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댄스 공연 아카데미 ‘딴따라땐스홀’의 ‘꽃중년땐스홀’거리공연./ 제공=딴따라땐스홀
◇자기계발 욕구…문화 소비에서 주체로 거듭나다
요즘 중장년층은 액티브 시니어로서 단순히 영화와 공연을 즐기고 소비하는 것에서 나아가 직접 문화 생산의 주체가 되기도 한다. 디지털 출판업계에선 최근 40~50대가 떠오르는 신흥세력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40~50대의 전자책 구매율은 34.7%로 디지털문화에 익숙한 주 세대인 30대(35.6%) 버금가는 수치를 기록했다.

전자책을 구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작가로 활동하며 전자책 1인 출판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한다. 자가 출판시스템 ‘퍼플’을 운영하는 교보문고에 따르면 2011년 12월 퍼플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매월 평균 등록작 200여 편 중 30% 이상이 중년 신진 작가의 작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영상 및 영화를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영상미디어를 제작해 영화제 등에 출품도 한다. (사)광주영상미디어클럽에서는 은퇴한 중장년층에게 영상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풍부한 인생경험을 바탕으로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영상미디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회원들에게 영상물의 기획·구성부터 촬영·편집·연기에 이르기까지 무료로 교육한다. 2시간짜리 교육을 20회 정도 진행한다. 과정을 마치면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배우는 데 특별한 자격요건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장년층 눈높이에 맞춰 교육을 진행하고 이들 스스로 주체적·능동적으로 영상문화 역량을 강화할 수 있게 하는 데 중점을 둔다.

전문가들은 잘 놀아야 노후생활이 행복하며, 100세 시대 건강한 노후를 보내려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여가활동을 한 가지 이상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윤소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여가활동이 시간 소비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와 관계를 맺는 또 다른 활동이며 나아가서는 노후에 새로운 직업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것, 새로운 여가활동을 찾아 이와 관련된 동호회에 가입해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것부터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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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년 남성이 강남시니어플라자에서 아코디언 과정을 배우고 있다./ 사진=한수진
◇저조한 여가문화 참여… 여가문화 활동도 단순
우리나라 고령층의 여가 참여도는 저조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 노년층의 여가활동 유형화 및 영향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년층의 72%는 여가활동 참여 시간이 저조하고 눈에 띌 만한 두드러진 여가활동 패턴이 나타나지 않는 여가부족형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 노인 10명 중 7명 이상은 특별한 여가활동 없이 일상생활을 무료하게 보내는 셈이다. 주당 여가활동 참여시간도 4시간 19분으로, 절대적인 여가활동시간 자체가 적은 편이었다.

노년층이 가장 많이 즐기는 여가는 등산·배드민턴·요가 등의 운동으로 나타났다. 운동참여형 다음으로 많이 즐기는 여가활동은 화초·정원손질·애완동물 기르기 등 자연지향형(7.6%)이었고, 화투·장기·바둑 등 정적놀이형(5.9%), 계모임·동창회·노인정 등 친목교류형(3%)이 그 뒤를 이었다. 노년층의 문화생활도 영화나 도서 중심으로 제한적이다.

현재 고령층의 교류와 여가문화 활동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곳은 경로당, 노인복지관이다. 이러한 노인여가복지시설의 양적 확충은 지속되고 있으나 질적 개선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노인복지관 이용이 증가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지만 일부 고령자 계층을 대상으로 한다는 지적이 있다. 경로당의 경우 지역 내 접근성과 인지율은 높으나 친목도모나 휴식 공간으로만 이용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따라서 적극적이고 사회참여적인 고령층의 여가를 위해 이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는 맞춤형 여가문화 콘텐츠 개발과 함께 전시·음악·공연 등 다양한 문화 경험 기회의 확대도 필요하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50~64세의 경제력을 지닌 젊은 시니어층이 2020년에는 전체 고령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베이비붐(예비 노인 세대), 노인 세대 또는 전 세대가 아울러 즐길 수 있는 여가문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고령사회 진입에 대비, 고령층의 여가문화 활동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한다. 지난 10월 18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제3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 시안(2016~2020년)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고령자의 여가실태를 조사하고 맞춤형 콘텐츠 등을 발굴한다.

고령자 여가 기회 확대를 위해 먼저 내년에 어르신 문화프로그램을 확대 운영, 다양한 고령층 맞춤형 문화프로그램 발굴 및 운영을 추진한다. 전 생애 문화예술교육으로 문화경험 기회를 확대하고 그 일환으로 직장인 문화예술 동호회 운영·노인복지관 예술강사 지원과 함께 여가친화적 직장문화 조성 및 인식 확산 기업과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통합문화이용권(문화누리카드) 지원 사업도 활성화한다. 고령자를 포함한 소외계층의 문화예술향유(문화예술·여행·스포츠) 기회 확대를 위한 문화누리카드(연 5만원 발급) 발급, 격오지 및 문화사각지대 거주자(고령자) 카드이용 편의 제고를 위한 가맹점 확대 등이 해당된다.

고령친화형 콘텐츠 개발 차원에서 내년엔 고령층 맞춤형 여가문화 콘텐츠 지원 방안이 마련된다. △예비 노인 세대와 노인 세대 또는 전 세대가 아울러 즐길 수 있는 여가문화 콘텐츠 개발 △여가활동을 통한 세대통합 및 사회연계 프로그램 지원 △노인 맞춤형 여가프로그램 개발과 발굴 지속 추진(어르신 문화프로그램 사업과 연계추진) △노인들에게 문화여가 활동을 통해 적극적인 사회참여 기회 제공 △여가경력이 부족한 노인 세대들이 새롭게 다양한 여가활동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아울러 노인 맞춤형 여가 교육 및 체험형 프로그램 확대를 위한 고령자 여가실태 조사를 실시한다. 노인 개인(건강상태·사회참여도) 및 지역별(대도시·중소도시·도농복합·농어촌) 특성 등을 반영해 노인복지관 표준운영모델을 개발·확산한다.

세부적으로는 △기존 노인 세대와 베이비붐 세대의 욕구 및 특성 차이를 반영한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 체계 확립 △노인복지관 기능 재정립에 따른 성과관리 모형 개발 적용 △인생이모작지원센터·노후설계지원센터·주민자치센터 문화센터·시니어클럽 등과 서비스 연계 협력 강화 △노인이용시설 대상 지역유형·대상자·기능별 특성에 따른 맞춤형 여가 문화 프로그램 개발 보급 확대 방안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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