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 자유로워 육아에 도움
-탁구·영화·게임 즐기는 휴식공간 마련
-"규모 작지만 사내 문화 구글 못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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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9년차 벤처기업인 버즈니에서 일하고 있는 강동우 씨(28)는 회사를 한마디로 표현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버즈니는 국내 홈쇼핑채널 10개를 모아 보는 ‘홈쇼핑모아’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회사다. 2015년 12월 기준으로 매달 80만명의 이용자들이 홈쇼핑모아를 이용한다. 국내 최초로 미국 특허를 받은 의견검색(opinion mining) 기술을 인정받아 지난해 소프트뱅크로부터 60억원을 투자받았다. 10년 후에는 중국·일본·미국 등 전 세계 모바일쇼핑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목표다.
버즈니 직원수는 총 35명이다. 규모가 작다보니 구성원 각자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개발·서비스 기획·마케팅 등 한 업무에만 국한되지 않고 본인이 주도적으로 일을 찾아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구성원 간 원활한 소통에서 오는 시너지 효과가 중요하다. 2007년 포항공대 졸업 후 데이터 처리 기술에 대한 믿음 하나로 버즈니를 설립한 남상협·김성국 공동대표는 직원들에게 최고의 업무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기업 성장으로 직결된다고 믿는다.
1일 찾은 서울 관악구 버즈니 사무실은 마치 대학교 강의실 같은 분위기였다. 일반 사무실 자리별 구획이 없고 개발자들이 각자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작업에 몰두했다. 벽에는 ‘좋은 서비스를 만들자’ ‘자유와 책임’ ‘즐거움 나눔 신뢰’ 등의 문구가 크게 붙어 있었다. 14층 사무실에서 한층 내려가면 사무실 크기 만한 휴식공간인 ‘버즈니 놀이터’가 있다. 업무에 지친 직원들은 이곳으로 내려와 간단한 운동·탁구·게임·영화 등을 즐긴다. 대표부터 인턴까지 전 직원이 영어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며 자유롭게 토론한다. 이런 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2014년 7월에 입사한 루시(Lucy, 김민주·26)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회사”라고 표현했다. 그는 “큰 조직이 아니다 보니 연차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책임질 게 많다”며 “외부업체와 미팅을 할 때 상대측 팀장이나 부장 등 직급이 높은 분들과 직접 협상을 하면서 협상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직원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환경도 큰 장점이다. 서비스기획팀 이안(Ian, 강동우·28)은 “중소기업에 있다가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 버즈니로 오게됐다”며 “업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도 분석해보고 싶은 데이터가 있을 경우, 회사에서 시간과 노력을 들여 기본 툴(tool)을 만들어준다. 최선의 업무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출퇴근시간이 자유로워 육아에 지장이 적은 점도 메리트다. 버즈니 직원들은 오전 9~10시 출근한다. 다만 세 번 지각하면 반차를 반납하는 방식으로 핸디캡을 뒀다. 두 아이의 엄마인 그레이스(Grace, 조혜인)는 “주부이기 때문에 아이용품을 구입할 때 홈쇼핑을 자주 이용하게 된 것이 오히려 업무에 도움이 된다”며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라는 편견을 기회로 바꿀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톱다운(top-down) 의사결정 방식에 답답함을 느껴 옮긴 이들도 있다. 모 유명 대기업을 다니다 버즈니로 온 한 개발자는 “사내정치가 없고 소통이 유연한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또 “회사가 작아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이 빠른 것이 가장 큰 무기”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해보고 아니면 말고’ 식의 DNA를 얼마나 유지하느냐가 향후 기업 발전의 키(key)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 대표는 “본인 능력이 부족해도 기업이 그 사람을 얼마나 서포트해주느냐에 따라 성장 속도가 결정된다”며 “직원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최고의 복지이자 기업 성장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