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뒤늦은 반기 ‘공천도장 투쟁’ 선언한 김무성…강수 둔 배경은?

뒤늦은 반기 ‘공천도장 투쟁’ 선언한 김무성…강수 둔 배경은?

기사승인 2016. 03. 24. 22:14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clip20160324223334
5곳에 무공천을 선언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4일 오후 부산 영도구 사무실 앞에 도착, 걸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4일 친박(친박근혜)계가 주도한 공천 결과에 반발, 공천도장 투쟁 카드로 승부수를 던졌다. 당 대표 직인 찍기를 거부한 것으로 김 대표가 던질 수 있는 최후의 수를 꺼낸 것이다.

그가 대표 직인 날인을 거부한 5개 곳은 서울 은평을, 서울 송파을, 대구 동갑, 대구 동을, 대구 달성으로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후보’들이 공천을 받은 지역이다. 후보 등록 마감(25일)을 불과 하루 앞두고 청와대와 친박 주류에 반기를 든 셈이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 이 지역에 대한 무공천 방침을 밝힌 채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으로 내려갔다.

다소 늦은 감이 있는 김 대표의 공천도장 투쟁은 위기의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3·15 공천학살’로 비박(비박근혜)계 지지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더 이상 밀리면 끝’이라는 위기감이 있었고 특단의 대책 없이는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미 비박계가 대거 공천 배제된 상황에서 공천 갈등의 핵심 뇌관이던 유승민 탈당까지 겹치면서 김 대표의 책임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황이었다. 비박계 정두언 의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완장 찬 망나니 이한구 위원장을 비롯해 유승민 사태에 책임이 있는 당 지도부와 공관위는 비겁하다”며 “치졸하기가 속된 말로 역대 양아치급”이라고 거칠게 비난하기도 했다.

때문에 김 대표로선 총선 이후 대표직에서 물러날 경우에 대비해 최대한 비박계를 살려놔야 정치적 미래도 보장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과 관련 수도권 민심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총선 패배 시 당 대표 책임론을 피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읽힌다.

유승민 의원이 전날 새누리당으로부터 떠밀리듯 탈당하면서 동정여론이 일고 있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 의원에 대한 동정 여론에 편승하는 동시에 자신에 대한 비난여론을 최소화 하기 위한 쇼잉(보여주기) 아니냐는 것이다.

유 의원에 대한 당내 공천 결과를 놓고 전날 심야 최고회의에서 격론이 오간 뒤 김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가 회식자리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페이스북에 공개된 마당에 갑자기 공천도장 투쟁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것도 의아하다는 시각도 있다.

김창권 한길리서치 대표는 “김 대표가 그간 행보를 오락가락하면서 대표로서의 체면이나 정치 행보에 흠집이 난 측면이 있다. 이번 공천도장 투쟁은 반전을 노리는 카드”라며 “과연 끝까지 이어질지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clip20160324223257
5곳 무공천을 선언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4일 오후 부산 영도구 사무실에서 원유철 원내대표를 만나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 기자들이 질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차기 대선주자로서 막판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공천에서 김 대표 측근들 대다수는 살아남았고 대선주자 중 가장 실리를 챙겼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공천과정에서 잇달아 터진 악재에 제대로 된 대처를 못하면서 리더십에 흠집이 났다는 평가를 받던 상황이었다.

김 대표가 계파 챙기기로 실리는 챙겼을지 몰라도 친박계에 맞서는 보스 이미지를 주지 못해 대선 본선에 오르기 위한 민심을 얻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자신이 줄곧 주창한 상향식 공천 원칙의 훼손에 대해서도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고비 때마다 후퇴해 30시간을 넘기지 못한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결국 이번 공천도장 투쟁은 총선 이후의 정치적 미래를 염두에 두고 자신을 둘러싼 비판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대표가 대선 주자로서 친박계와 적당히 각을 세우면서 청와대와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이 같은 강수를 둔 것”이라며 “비박계를 결집하기 위해 초유의 공천도장 투쟁을 벌였지만 실효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김 대표의 저항이 오래 못갈 것으로 보고 있다. 공천도장 투쟁이라는 강수를 뒀지만 현실적으로 친박계나 김 대표 모두 대치 상황이 지속될 경우 선거판 자체를 위태롭게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양측이 후보 등록 마지막 날 1~2곳의 공천자 교체나 무공천으로 지정하는 수준에서 절충점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