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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단전·단수까지…갈등 격화된 노량진 수산시장

[르포]단전·단수까지…갈등 격화된 노량진 수산시장

기사승인 2016. 04.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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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15
14일 노량진 수산시장 입구에 구 수산시장과 신 수산시장의 영업을 알리는 현수막이 각각 걸려있다./사진=김은경 기자
“장사 안 하면 안 했지 난 안 간다.” “공영 수산시장 기능을 막는 것은 불법이다.”

14일 오전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건물에서 첫 경매가 시작된 지 한 달 남짓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구 시장과 신 시장의 표정은 사뭇 달랐다.

‘전통노량진수산시장을 꼭 지켜 내겠습니다’ ‘구 수산시장은 3월 16일부로 폐쇄됐지만 상인이 무단점유해 영업 중으로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니 현대화 시장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지하철 노량진역을 나와 수산시장으로 향하는 길목에 쭉 늘어선 현수막에 적힌 문구들은 이 같은 상황을 대변하고 있었다.

길목을 따라 입구로 들어서자 현대화시장과 구 시장의 영업을 알리는 두 개의 안내판이 눈에 띄었다. 수협에 따르면 654명의 소매상인 중 231명만이 현대화 건물로 이전했다. 현대화 건물로 입점한 상인들은 새 시장에서, 나머지 상인들은 옛 시장에서 따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전을 반대하는 상인들은 “장소가 협소하고 임대료가 기존보다 비싸다”며 입점을 거부하고 있고, 수협은 구 시장에서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이들을 무단점거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명도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 외에 강제적으로 이를 막을 순 없어 수협과 상인들간 평행선 갈등은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편집사진
구 수산시장 상인들이 시장 안에서 ‘현대화 반대’집회를 갖고 있는 반면 신 수산시장은 상인들의 입주율이 낮아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김은경 기자
지난 11일 수협은 구 시장 활낙지·젓갈·건어물 판매장의 전기 공급을 끊었고, 해수공급 시설가동도 중단했다.

구 시장 상인 김모씨(46)는 “수협이 전기 공급을 끊어 발전기를 돌려가면서 장사를 하고 있다”며 “폐수처리를 못하게 하는 등 구 시장에서 영업할 수 없게 하나씩 차단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협 관계자는 “현대화 건물로 이전을 마친 판매장에 대해 전기 공급을 중단한 것”이라며 “해수공급시설은 기존 시장을 운영할 때 편리하게 영업할 수 있도록 제공한 부대시설”이라고 설명했다.

신 시장과 구 시장은 외관상은 물론 분위기도 달랐다. 구 시장에서는 ‘단결 투쟁’이라는 빨간 조끼를 입은 상인들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고, 신 시장은 깔끔하고 정돈된 모습이었지만 활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신 시장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상인 이모씨(42)는 “구 시장이 문을 닫아야 시장이 활성화되지, 사람들이 많이 안 온다”며 “가격·품질·서비스를 비슷한 수준에서 제공하고 있지만 구 시장에서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이미지가 있어 그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구 시장 건물 한켠에 위치한 주차장 타워도 두 얼굴을 보였다. 한쪽에선 빨간 조끼를 입은 상인들이 주차장 이용객들의 안내를 위해 대기하고 있었고, 2층으로 올라서는 입구엔 수협 측 용역업체 직원이 외부인 출입을 막고 있었다. 상인 강모씨(52)는 “주차장을 사용할 수 없도록 입구를 트럭으로 막아놨다”며 “1층은 열려 있는 공간이라 막을 수 없어 현재 이곳만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시장을 방문한 손님 윤모씨(56)는 “시민들은 노량진 수산시장을 현대화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지 않았다”며 “남대문 시장처럼 전통시장을 살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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