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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기술발전으로 인한 기후변화로 새로운 안보 개념 필요하다”

[기고]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기술발전으로 인한 기후변화로 새로운 안보 개념 필요하다”

기사승인 2016. 05. 0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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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
아시아투데이 상임고문인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교수
기술은 전례 없는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2년마다 컴퓨터 칩의 성능이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은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안보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미래의 안보문제가 과거와 아주 다를 것이라고 예상해야 한다. 또 어떤 도구를 사용해야 할지 재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일어나지 않을 전쟁을 준비하는 데 엄청난 자원을 쏟으면서 정작 생사의 문제에 대비하는 기회는 놓친다.

우리는 미래의 안정적인 외교 및 안보를 보장할 동아시아 지역 합의안의 지속적 모델을 찾으려 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생겨난 위협을 올바로 다루고 단지 우리의 추정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특정 시나리오를 배제하지는 말아야 한다.

안보문제에 대해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단지 구시대의 암묵적인 추정이나 안보 개념의 편협한 편견으로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대한민국, 일본, 중국, 그리고 미국 모두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할 이슈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우리는 기술 변화가 앞으로 많은 부적절한 무기체계를 만들어내는 건 아닌지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또한 군사적 이슈에 대해 보다 깊은 재고가 필요한 것이 아닌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 이는 어쩌면 우리가 그 동안 사용해온 전통적인 민족·국가의 가정을 넘어서는 것일 수 있다.

둘째, 우리는 기본적인 윤리적 이유를 들어 파괴적 잠재력을 가진 차세대 무기체계의 개발을 제한해야 할지, 그리고 엄중한 무기제한조약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할지 고려해야 한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과 완화비용을 고려했을 때 과연 우리가 향후 20년간 재래식 무기 비용을 지불할 예산이 있는 지 자문해야 한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귀중한 자원이 인류생존에 필요한 기본 단계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무기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엄중한 합의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 기술은 안보의 본질을 어떻게 바꾸는가

과연 최신기술이 군사 분쟁의 본질을 변화시켜 가까운 미래에 대부분의 무기체계가 맡았던 중요 역할을 멈출 수 있을까?

우리가 인간의 본성을 잘 알지라도, 미래에 인간 간의 갈등이 끝나거나 전쟁 억제가 필요 없을 거라고 가정해선 안 된다. 수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기술이 갈수록 저렴해지고 이런 기술에 소규모 집단이나 심지어 개인들이 접근하기 쉬워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우리는 반드시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빠르게 해체되고 있는 민족·국가 사이에서 미래의 전쟁이 발생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우리가 과거 전쟁에 사용했던 무기들이 앞으로의 전쟁에 도움이 될지도 확실치 않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3가지다. 1) 드론과 로봇의 출현, 2)사이버전쟁의 정교함, 3) 3D 프린팅과 기타 비전통적 수단을 통한 물체 전송 방식의 출현

기존 군사조직은 고가의 탱크, 전투기, 미사일, 군함, 및 항공모함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 모두 신무기에 취약하다.

드론과 로봇의 경우, 기술력의 수준은 현재 매우 초기단계에 있지만 앞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로봇의 잠재력을 평가절하해서는 안되지만, 앞으로는 드론이 변화를 주도할 것이다. 드론은 훨씬 작고 빨라질 것이며, 심지어 마이크로나 나노 크기에 이르러 자체 조정도 가능해질 것이다.

엄청난 폭탄이 든 미사일과, 표적에 도달하면 폭발하는 1cm이하의 작은 드론들로 이뤄진 1만 여 개의 차세대 드론 군단을 비교 상상해보라. 이 군단은 제작된 지 고작 몇 시간 안에 폐기되는 총 비용 80억 달러의 전투기와 함께 나란히 항공기에 실려 이동할 수 있다.

물론 드론의 방어력과 공격력이 앞으로 향상되면 쌍방타협이 이뤄질 수 있지만, 수천 개의 작은 드론들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받을 세상을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사이버전쟁 또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어쩌면 심지어 해킹이 불가능한 전통적 기술로 되돌아도록 우리를 이끌지도 모른다. 단순히 적이 가진(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무기를 장악해릴지도 모른다.

이러한 능력은 민족·국가보다 특정 세력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국제적 차원의 광범위한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동아시아 지역의 국가안보정책을 단단히 뒷받침하는, 국가간 갈등에 대한 가장 기초적 신념을 거스르게 된다. 이렇게 매우 불안정하고 분열된 국제 사회 질서 속에서 (일반 시민들은 민족·국가간 전쟁으로 여길지라도) 전쟁은 민족·국가간 싸움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다.

3D 프린팅은 최신기술이라 군사적 용도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미 산업의 판도를 바꿀 중요한 기술로 여겨지고 있다. 3D 프린팅은 이전 기술로는 제조하기 힘들었던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무엇을 제조할 수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보다 큰 문제는 장치에 송신된 정보로부터 물질의 힘이 투사되어 어떤 물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3D 프린팅의 가능성이다. 즉, 3D 프린팅 장치가 있다면 메모리에 저장돼있거나 입력된 정보에 따라 장소와 상관없이 주변의 재료로 무기나 혹은 원하는 그 어떤 형태의 것으로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론적으로 3D 프린팅을 사용하면 물류를 통하지 않고도 주변의 재료를 이용해 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미국이나 일본이 이러한 신기술을 선도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그 위상이 유지될 것이라고 가정해서는 안된다. 미국은 드론, 사이버전쟁 및 3D 프린팅 사용에 관한 엄격한 조약 수립에 대한 우대 정책을 가져야만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기술들은 날로 빠르고 저렴해지고 있어 다른 국가가 단기간에 세계 시장을 지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갈등은 조직적인 정부에게 유리하지 않아 앞으로 우리는 민족·국가가 점점 분열하는 것을 목격할 것이다. 사이버전쟁은 가상현실과 게임, 광고, 선전 및 예술을 한데 섞고 있으며, 이 특이한 연속체는 관리와 단속이 어려워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갖춰진 무기체계에 그 어떤 충성심도 느껴서는 안 되며 그것이 더 이상 목적을 충족시키지 않는다면 과감히(심지어 기쁜 마음으로) 버릴 수 있어야 한다. 단지 그것이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나 자존심 때문에 특정 방어체계를 유지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비애국적인 일이다.

◇ 안보에 관한 논쟁을 바꾸는 기후변화

전통적 군사 기술이 정당화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이를 경감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과 함께 재래식 무기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비용이 없어질 거란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변화의 빠른 진행상황을 고려했을 때, 우리는 안보의 개념을 전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는 배출 감축, 오염된 수질 및 토지의 정화, 그리고 숲 및 기타 자연공간을 복원하는 데 근본적으로 지출을 늘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리 좋게 생각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극단적인 날씨에 적응하는 데 수조 달러를 지출해야 할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더 이상 재래식 군사 지출에 필요한 자금이 남지 않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실용적인 이유로 군사무기를 대폭 감축하는 국제적인 군비통제 체제를 구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우리는 전세계적으로 핵무기를 제거하고 전투기, 탱크 및 기타 재래식 무기를 상당히 축소하는 합의안을 타결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경제를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기밀과 외교를 위해 사용하는 대부분의 비용이 앞으로는 기후변화로 제기되는 심각한 위협을 다루는 데 유사하게 사용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 경제계획에 직접 적용될 수 있는 정교한 감시를 통해 이뤄질 것이다.

나는 이상주의자로서가 아니라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기 싫어하는 현실을 직시하는 실용주의자로서 이 주장을 펼치고 있다. 진정한 안보 위협을 마주하는 것이 군사의 의무다. 기후변화와 같은 안보위협을 해결하지 못하는 무기체계와 관련된 거대 계약이나 고액 지급을 하는 것은 정부나 군사의 의무가 아니다.

◇ 결과

기술의 기하급수적인 발달은 안보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버리고 인류 역사에서 전례 없는 새로운 위협을 만들어낸다. 이는 어느 정도 인식됐던 부분이고, 유엔의 설립을 비롯한 전쟁을 끝내려는 여러 가지 노력의 배경이 됐다. 완벽한 세상에 대한 열망보다는 핵무기의 도래와 함께 기타 파괴적인 도구들로 인해 전쟁의 피해가 너무 커지면서 반드시 규제되어야만 한다는 인식이 퍼졌다.

이 점을 가장 명료하게 표현한 이가 바로 아인슈타인이다. 아직 핵전쟁으로 우리 스스로를 파괴하지는 않았지만, 위협은 점점 커지고 있으며 파괴적이고 접근이 쉬운 신무기의 등장은 이 위협을 점차 현실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동시에 기후변화라는 훨씬 더 큰 위협을 만들었다. 우리는 기술로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됐고 생태계의 미칠 영향을 잊고 말았다.

진정으로 국가들의 전쟁을 일으키는 능력, 무기의 개발과 사용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고도로 조직된 국제 시스템이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국제 시스템은 국제연맹이 구상한 것이나 핵확산 방지 조약 등과 다르지 않다.

비록 오늘날 우리가 반대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또한 미국이 핵무기를 현대화하는 데 10억 달러를 쏟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들이 희망을 버릴 이유가 될 순 없다. 미국이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소규모 핵 장치를 개발하여 핵 전쟁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사실은 불안감을 조장하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세상이 끝난 것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이제 미국과 동북아의 모든 국가들이 용감하게 반대 방향으로 나아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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