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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변호사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적용한 변호사법 위반 혐의보다 형량이 훨씬 중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죄 성립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사기죄는 상대방을 속이는 기망행위를 통해 재산상 이익을 얻었을 때 성립하는 범죄다.
동종 전과가 있어 2심에서 감형이 어려운 상태였던 정 대표 사건을 맡으면서 ‘보석’이나 ‘집행유예’를 장담한 것은 기망행위에 가깝다고 본 것이다.
정 대표를 수시로 접견한 측근 A씨는 정 대표로부터 최 변호사에게 상식을 넘어선 고액(성공보수 에스크로 30억원 포함 50억원)의 수임료가 건네졌다는 얘기를 듣고 이유를 물었고, 정 대표는 “최 변호사가 ‘확실하게 보석으로 풀려나게 해주겠다’고 말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더욱이 아직 항소심 재판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같은 선임계약이 이뤄진 배경을 묻자 정 대표는 “최 변호사가 ‘내가 원하는 판사를 (2심 재판장으로) 배당할 수 있다’고 그랬다”고 말했다고 한다.
최 변호사는 또 항소심 재판을 맡게 된 L모 판사가 브로커 이민희씨(56·수배 중)와의 접촉을 이유로 회피 신청을 해, 새로운 판사가 배당되자 “오히려 잘됐다. 나랑 더 친한 판사다”라며 정 대표를 안심시켰다는 것.
하지만 최 변호사가 5000만원의 수임료를 나눠주고 H법무법인의 또 다른 변호사를 선임한 것은 재배당된 부장판사와 직접적인 연고관계가 없었기 때문일 거라는 분석이다.
한편 A씨는 “정 대표는 변호사들이 말만 잘하면, 특히 공무원에게 로비하겠다고 하면 돈을 얼마든지 낼 사람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더페이스샵을 LG생활건강에 수천억원에 매각한뒤 회사를 키워오는 과정에서 정 대표는 ‘돈만 있으면 안 되는 게 없다’는 그릇된 믿음을 갖게 됐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진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