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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금 깨고, 욕먹고... 아이돌 홈마로 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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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금 깨고, 욕먹고... 아이돌 홈마로 산다는 것은

이슬기 기자 | 기사승인 2016. 05. 1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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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들 사진 찍으면, 그렇게 돈 많이 번다며?”

 

여기에서 ‘걔들’이란 아이돌 가수를, ‘찍으면’의 주체는 아이돌의 홈페이지 마스터(이하 ‘홈마’)를 말한다. 흔히 말하는 대포사진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구전처럼 돌게 된 이야기인데, 더 구체적으로는 아이돌의 사진집을 만들어 판매하면 직장인 연봉 수준의 벌이가 된다고도 한다. 얼마 전에는 그 연봉이 대기업 연봉을 말하는 것이더라는 수식어도 나왔다. 


사실 이렇게 구체적인 언급을 바탕할 근거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이미 팬들 사이에서는 홈마의 대기업 연봉설이 정설처럼 돌아다니고 있다. 몇몇 어린 팬들은 홈마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말을 할 정도다. “정말 철없는 소리예요. 이런 이야기를 듣거나 왜곡된 기사를 보게 될 때마다 정말 답답합니다” 3년차 홈마 N씨는 고개를 젓는다. 


“요새 대충 썰만 듣고 쓴 기사가 자주 보이는데, 그러다보니 잘 모르는 팬들은 모든 홈마가 억대로 버는 줄 알곤 합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굿즈는 많이 팔리지 않아요. 억대의 수익을 내는 홈은 1/1000도 안 됩니다. 수익이 생긴다 해도 스케줄 다니고, 서포트 넣으면 결국 마이너스가 되고요. 저도 굿즈는 얼마 팔지 못했는데 서포트는 번 것보다 많이 넣었어요”


굿즈로 수익을 얻는 홈마는 그 수익으로 아이돌의 생일이나 기념일에 선물을 서포트하는 것이 일종의 전통이다. 하지만 N씨는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돌에게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에 수익 이상으로 서포트 하곤 한다고. “그렇게 하는데도 자기 입맛대로 꼬아보는 사람이 있어요. 애정 없이 장사하는 소수의 홈마 때문에 경계심이 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과한 경계심이 정말 애정이 넘치는 홈마들까지 괴롭히는 상황입니다”


결국 대포사진 문화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수익을 내기 위한 목적으로 아이돌을 환승해가며 사진을 찍는 홈마이다. 여기에 연예인의 사생활까지 따라붙는 사생형 홈마도 마찬가지다. 대포사진의 대표적인 역기능으로 분류되는 이들이지만 계속해 활동할 수 있는 것은 팬덤 내에서도 이들에 대한 입장이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뭐 어떠냐” VS “최소한의 매너는 지켜야”

 

아이돌 박애주의자라는 팬 B씨는 “아이돌을 좋아하다보면 같은 홈마가 여러 다리 걸치는 것도 보고, 그룹을 갈아타는 것도 보고 그래요. 얌체 같다고는 생각하지만 뭐 어쩌겠어요. 직장인이나 학생 팬들한테는 홈마들이 찍어주는 사진 빼고 남는 게 없는데”라고 말을 뗐다. “그게 웬만한 홈마들도 안 가는 행사면 더 그래요. 오피셜도 없는데 찍는 사람이 누군지가 중요한가요. 예쁜 사진 건져주면 고마운 거죠”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사진 보려면 결국 그런 홈마도 응원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B씨의 입장이다. “아이돌은 언젠가 끝나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사실은 그렇잖아요. 그러니까 내 아이돌이 예쁠 때의 모습을 최대한 많이 간직하고 싶은 게 팬들 마음인거예요. 그 과정에서 사생활은 지켜주고 싶다는 입장이 있는 거고, 저처럼 좀 이기적이 되는 팬도 있는 거고 그렇죠. 물론 눈치 보이니까 그런 얘기는 대놓고 못하지만요”


덕분에 팬덤 내에는 아이돌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거나 사생활까지 침해하는 홈마의 사진이 널리 퍼지지 못하도록 하자는 자정적인 움직임이 생겨났다. 아이돌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사진을 찍는 홈마의 닉네임을 목록으로 정리해 이들의 사진을 퍼가거나 커뮤니티에 올리지 말자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제재로 홈마들이 받는 피해는 크지 않다. 


“금수저 홈마들은 어쩔 수가 없어요. 홈마들 응원하는 고정팬도 무시 못하고요. 결국 홈마 양심에 맡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봐야해요” 또 다른 팬 H씨는 제법 담담하게 말했다. “아이돌을 배려해줄 수 있는 건 팬뿐인데 요즘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자기 애정을 내세워서 멤버들을 몰아붙이잖아요. 본인이 그런 상황이면 싫어할 거면서” 


H씨의 말에 따르면 그래도 한국 팬들은 양반이라고 한다. 일부 홈마들을 제외하고는 나름대로 기준을 만들어서 그 이상은 찍지 않는다고. “외국 홈마들, 특히 중국 홈마는 정말 어마어마해요. 어딜 가든 따라가거든요. 호텔방까지 쫓아갔다는 얘기도 들어봤어요. 그 정도 갔으면 더 이상 팬이 아닌 거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팬이라면 최소한의 배려는 해줬으면 좋겠어요” 


“탑시드가 되면 그럴 수도 있겠죠” 


억대의 수익을 벌 가능성이 있는 일부 홈마들, 그들은 일명 탑시드로 분류된다. 8년차 홈마 L씨는 가장 먼저 홈을 열거나 자료 퀄리티가 우수한 홈이 자연스레 탑시드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는 홈마의 사진을 아이돌이 프사로 쓰는 것 정도. “이런 홈마들은 팬들도 그렇고, 개인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팬사인회에 가면 아이돌도 조금 다르게 대하는 게 있어요. 이런 게 쌓여서 그 홈마가 찍은 사진의 가치가 올라가는 거죠”  


요는 홈마들 사이에도 ‘빈부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이 빈부격차는 아이돌의 인기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한다. L씨 역시 그 정도 수익을 올려 본 적은 없다. “저도 이름 들으면 알만한 홈마에 속하는 편이었는데 억대 연봉 수준은 절대 아니었어요. 그 때는 굿즈 산업이 요즘처럼 흥할 때도 아니었고 판이 크지 않았으니까 그랬겠지만요”


L씨는 “요즘 나오는 아이돌들, 엑소 탑시드라면 그만큼 벌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포토북에, 달력, DVD... 뭐 다 팔던데요. 개인적으로 그런 사람은 팬이 아니라 그냥 장사치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딱 잘랐다. 그리고 곧이어 “뭐, 저도 엑소 홈마 하다가 그만둔 건 후회하고 있지만요”라고 솔직하게 덧붙였다. 


하지만 탑시드라고 해서 그것이 높은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인기가 적은 아이돌 멤버의 오랜 홈마였던 J씨는 “다 팬덤이 받쳐주는 동네 이야기죠. 거기서도 일부의 이야기고요. 제가 좋아했던 멤버는 1년 동안 포토북이 20권도 안 팔리는 수준이었어요. 저도 탑시드라면 탑시드였는데도요”라고 말하며 되레 반문해왔다. 그런데도 왜 계속 찍으러 가는지 아세요?” 


“제가 안 가면 그 멤버 사진이 안 나오니까요. 그러니까 갈 수밖에 없었어요” 홈마를 그만둔 J씨는 여전히 질려있었다. “요즘 홈마들 몰아가는 방송이나 기사가 엄청 많아요. 커뮤니티같은 데서도 그러고요. 근데 웃긴게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연예인 인기를 홈마 수로 따진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욕먹는 거 알면서도 꾸역꾸역 갈 수밖에 없죠. 내 멤버 기 죽이기 싫으니까”


“그만두고 싶어요.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J씨의 토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사진 찍어서 남는 건 아무 것도 없어요. 돈은 돈대로 나가고 체력은 체력대로 상하죠. 해외 스케줄 한번 따라 가려면 깨지는 돈이 최소 100만원 단위에요. 학생은 당연하고 직장인도 쉽게 갈 수 있는 금액이 아니잖아요. 입고 먹는 돈 아끼고 아껴서 가는 건데 팬들은 굿즈 판 돈으로 가는 건 줄 알아요. 그런 오해 받을 때마다 늘 그만두고 싶었어요” 


N씨도 말을 받았다. “홈마를 하면 자기 생활을 하기가 힘들어요. 저는 프리랜서라 비교적 아이돌 스케줄에 맞추어 내 생활을 할 수 있지만 회사에 다니는 분들은 많이 힘들어 해요. 그렇다고 회사를 안 다니자니 소셜포지션도 버릴 수 없고, 금전적으로도 힘들죠. 저도 예전부터 모아놓은 적금이 바닥난 지 오래입니다. 체력도 마찬가지예요.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세 시간 가까이 하는 콘서트나 행사에 서 있다 보면 죽고 싶다는 생각만 듭니다.” 


홈마를 가장 지치게 만드는 것은 소위 트위터 ‘알계(임시 계정의 트위터. 트위터 계정을 처음 만들었을 때 프로필 사진이 알 모양인 것에서 유래)’를 만들어 악의적인 멘션을 보내는 팬들이다. 홈마가 자기 기준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그들의 애정도를 마음대로 평가하며 비난을 일삼는데, 심한 경우 사생활까지 들추거나 루머를 만들고 발설하며 모욕감을 주는 일도 있다. 


알계가 가장 많이 생기는 것은 아이돌의 생일이다. 알계를 만든 이들은 “억대로 벌면서 서포트가 왜 이러느냐”고 비난한다. 애당초 그런 수익을 올려본 적도 없지만 그런 점을 설명해도 이미 들을 생각은 없다. 더욱 무서운 것은 이들이 본 계정으로는 홈마에게 칭찬과 응원을 건네는 평범한 팬들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많은 홈마들이 홈마 생활에 굉장히 지쳐있다고 대답했다. 본인이 응원하는 아이돌은 정말 좋지만 그것과 별개로 주변 환경이 지속적으로 그들을 힘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홈마의 활동을 쉽게 생각하고 쉽게 이야기한다. 직접 체험하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그리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일까.


“그런데도 왜 홈마를 그만두지 않느냐고요?”

“‘좋아하는 아이돌도 보고 돈도 버니 좋은 거 아니냐’라고 생각하겠지만 저도 카메라 내려놓고 편하게 눈으로 보고 싶을 때가 많아요. 모니터 앞에 앉아 편하게 보는 그 사진들은, 홈마들이 굉장히 비싼 돈을 주고 힘들게 찍어오고 있습니다. 애정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예요. 그러니 부디 ‘돈’에 포커스를 맞춰서 애정도를 함부로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N씨는 모 기자가 보도한 기사를 꼬집으며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홈마생활은 애정이 없으면 지속하기 어렵다. 그것이 돈에 대한 애정이 됐든 아이돌에 대한 애정이 됐든. J씨는 주변 환경의 어려움이 아이돌에 대한 애정을 넘어버렸을 때를 상기했다. “저는 결국 그만뒀지만 그 멤버를 더 좋아할 수 있었다면 홈마 생활도 더 했을 거예요. 내가 좋아하는 멤버의 예쁜 모습을 더 많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좋겠다는 그 생각 하나로 하는 거니까요” 


“맞아요. 제가 앞서 말한 것들만 보면 도대체 이걸 왜 하나 싶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홈마를 하고 있는 건 지금 좋아하는 아이돌이 너무 좋아서예요. 솔직히 너무 힘들고, 욕먹기도 싫고, 평범하게 살고 싶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가 많지만 좋아한다는 마음 하나로 계속 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 아이돌을 그만 좋아하는 날 까지 계속 할 것 같네요. 이 아이돌을 그만 좋아하게 되면, 그때는 홈마를 안 할 겁니다” N씨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연예인의 입장에서 홈마란 끈질기고 또 귀찮을 수 있는 존재다. 때문에 의식이 있는 홈마들은 자신이 사진을 찍는 행위가 대포사진의 순기능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사진을 찾아볼 멤버를 위해 게시글에 그들의 대한 사랑이 느껴질 수 있도록 글을 적고, 예의 있는 행동을 하거나 좋은 일이 생기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코멘트도 따로 적는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실제로 대포사진을 보고 해당 아이돌에게 입덕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팬이 되었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 중 하나도 바로 대포사진을 저장하는 것이다. 때로는 아이돌에게도 버겁고, 또 팬들도 불편해할 수 있는 홈마들이지만 이렇듯 아이돌의 팬 문화에서 홈마들이 지니는 비중은 그 누구도 폄하할 수 없다. 


다만 아이돌과 홈마가 균형을 이루기까지는 아직 해결되어야 할 부분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은 한국 팬덤 역사에서 빠지지 않았던 고질적인 문제이고, 또 일부는 전에 없던 문제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다른 누군가가 해결해줄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팬덤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결국 팬들 뿐이다. 홈마는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을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배려해 사진을 찍을지, 팬들은 홈마의 결정을 얼마나 지지하고 존중할지 계속해 고민하고 맞춰간다면 지금보다 더 많이 성장한 팬덤문화를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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