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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녀’에 집착하는 언론…피해자 부각시키는 행태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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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녀’에 집착하는 언론…피해자 부각시키는 행태 고쳐야

정지희 기자 | 기사승인 2016. 06. 1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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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희 기자
사회부 정지희 기자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언론은 버릇처럼 피해자의 성별을 부각시키는 헤드라인을 뽑아내는 경향이 있다.

피의자가 여성을 살해해 시신을 가방 안에 담으면 ‘가방녀 사건’이 되고, 차량 트렁크에 담으면 ‘트렁크녀 사건’이 된다. 성폭행 피해자를 ‘클럽녀’ ‘만취녀’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최근 전라남도 신안군의 한 섬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학부모와 주민 등 3명이 이 섬의 초등학교에 파견된 기간제 여교사를 성폭행한 이 사건을 대다수의 언론이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라고 부르고 있다.

지난달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강남역 살인사건의 경우, 일부 언론이 ‘강남 화장실녀 살인사건’ ‘노래방녀 살인 사건’ 등 제목으로 보도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가방녀’ ‘화장실녀’ ‘만취녀’ 등으로 피해자를 대상화하며 부르는 것은 결국 그들을 모독하고 조롱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부각시키는 헤드라인은 피해자가 사건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가해자의 범죄 행위에 근거 없는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러게 왜 여자가 늦은 시간에 노래방에 가냐’ ‘여자가 왜 클럽에서 만취할 정도로 술을 마시냐’ 등 마치 범죄 피해를 입은 것이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마저 양산시킨다.

이처럼 가해자의 입장이 반영된 듯한 헤드라인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어처구니없는 해결책을 끌어내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섬마을 여교사’ 사건이므로 향후 섬마을에는 남자 교사만 파견한다든지, ‘화장실녀’ 사건이므로 공용 화장실을 없앤다는 등 일차원적인 대안들이 제시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대중에게 사건을 있는 그대로 알리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무의식적으로, 혹은 관심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 피해자를 두 번 울리거나 기사를 접하는 이들로 하여금 선입견을 갖게 하는 행동은 지양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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