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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끝에 출범한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반발은 여전

진통끝에 출범한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반발은 여전

기사승인 2016. 07. 0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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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한국은행, 수출입은행 등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 송의주 기자
11조원 규모의 국책은행 자본확충 펀드가 우여곡절끝에 출범했다. 해운·조선업의 구조조정 업무를 맡고 있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이 자금을 통해 건전성을 확보하게 됐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 부실기업을 지원한다는 우려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1일 한국은행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에 10조원 한도로 대출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이로써 한은 대출과 기업은행의 자산관리공사 후순위 대출 1조원이 더해진 1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가 조성됐다. 기업 구조조정 재원 마련에 한은의 역할론이 대두된 지 3개월만에 이뤄졌다.

◇한은·정부 샅바싸움… ‘한국판 양적완화’ 논란

한국판 양적완화 논란은 지난 3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새누리당은 경제공약으로 ‘한국판 양적완화(QE)’를 내걸었다. 이는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주택담보대출증권과 산은 채권을 직접 인수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이다.

한은이 무대응으로 일관한 가운데 선거 결과가 여소야대로 재편되자 새누리당의 공약은 무주공산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가 한은을 앞세운 구조조정 방안에 불을 붙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의 공약과 궤를 같이하는 ‘선별적 양적완화’를 제시하며 한은의 참여를 촉구했다. 정부로서는 대우조선해양 부실 사태가 촉발한 조선업 구조조정에 ‘국민혈세’인 재정을 투입하기란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한은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국책은행의 자본금 확충은 기본적으로 재정의 역할”이라는 원칙론을 내세우면서 ‘국민적 합의’를 전제조건으로 들고나왔다.

한은의 완곡한 거절에도 박 대통령이 직접나서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선제적 자금확충을 위해 한은의 참여를 거듭 강조했다. 더욱이 한은법 개정이 필요한 한은의 산은에 대한 직접출자까지 거론하면서 한은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자본확충펀드

지지부진하던 자본확충 논의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입에서 급물살을 탔다. 지난 5월 ‘아세안(ASEAN)+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한 이 총재는 자본확충펀드라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한은이 시중은행에 채권을 담보로 대출하면 은행들이 그 자금으로 자본확충펀드를 설립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은행에 다시 지원하는 방식이다. 출자보다 지원금 회수가 가능한 대출 방식으로 이 총재로서는 차선책을 꺼내든 셈이다.

이윽고 5월 19일 열린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 2차에서는 구조조정의 실탄마련을 위해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펀드 대출금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 여부가 한은과 정부간 이견으로 남았다. 그러나 구조조정 현안 해결이 시급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논의에 가속도가 붙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은은 정부 현물출자를 포함한 총 1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한은이 요구해온 지급보증은 신용보증기금에 맡기기로 하고, 대신 지급보증 재원은 한은이 부담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구조조정에 중앙은행 개입, 계속되는 반발

지난달 30일 자본확충펀드에 한은의 대출이 확정된지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는 ‘성토의 장’이 됐다.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은 “자본확충펀드에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기본 준칙을 위반한 것이고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며 이후 같은 사례가 반복될 수 있는 점을 우려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자본확충펀드가 이렇게 가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며 “국회가 자본확충펀드의 중앙은행 부담을 재정으로 넘기도록 해결해주면 한은의 발권력이 동원되는 모순적인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이 총재는 여러 의원들의 지적에 공감을 표하면서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원칙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일 논평을 내고 “금통위는 자본확충펀드 대출은 금융안정과 무관한 부실 국책은행과 특정 기업을 지원하는 것임을 명심하고 반드시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본확충펀드 대출 결정을 한다면 (한은)스스로 독립성을 훼손시키며, 관치금융에 동조하는 것”이라며 “한은의 자본확충펀드 지원은 공적자금 투입에 해당해 반드시 국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한은이 국책은행자본확충 펀드에 대출하기로 승인한 것에 대해 “떳떳하지 못한 짓”이라며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반영해 출자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따라 한은의 이번 결정이 앞으로 정치권 싸움으로 비화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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