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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초등생 숙제, 교육청이 간섭할 일 아니다

[사설] 초등생 숙제, 교육청이 간섭할 일 아니다

기사승인 2016. 08. 0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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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청이 빠르면 올해 2학기부터 초등학교 1~2년생들에게 숙제를 내지 않는 '숙제 없는 학교'제도를 도입해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시 교육청은 이를 위해 초등교장·교감 및 초등 1~2년 교사 등으로 '교육과정 재구성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정책효과를 연구 중이다. 교육청은 이와 관련해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들이 갑자기 큰 학습 부담을 갖지 않고 학교생활을 즐겁게 적응할 수 있게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교사들이 초등학생들에게 내주는 숙제가 나이어린 학생들에게 정신적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9월에는 여름방학숙제를 다하지 못한 서울도봉구 한 초등학교의 3년생에게 담임교사가 무릎을 꿇리고 점심까지 굶겨가며 방과 후 모두 끝내라고 강요한 적도 있다. 이 교사는 학생에게 "너는 인간이기를 포기했다. 사람도 아니다"는 등 막말을 해 고발을 당해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2년 전 어린이재단은 서울시내 초등생 322명을 대상으로 학교숙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이 때 '숙제와 관련해서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이 전체의 57.1%로 10명중 거의 6명이 거짓말을 했다. 숙제를 하지 않아서 선생님에게 혼날까봐, 또는 엄마에게 학교숙제가 없다고 거짓말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초등생들에게 학교숙제가 주는 부담은 이처럼 컸다.
 

그래서 서울시 교육청이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제한적으로 숙제로부터 해방시켜주고자 하는 노력은 일단 이해된다. 그러나 이러한 '숙제 없는 학교'정책은 교육청의 권장사항은 될 수 있을지언정 강제적으로 실행할 일은 아니다. 숙제는 어린이의 학업성취도 파악은 물론 학생의 성격, 생활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자료다. 숙제는 그래서 교육청이 아닌 교사들이 전적으로 결정할 일로 봐야 한다. 교육청의 고정된 잣대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부착된 한 초등학교 3학년생의 숙제에 관한 글과 사진이 네티즌의 눈길을 끌고 있다. "학교에서 이웃사랑 실천 캠페인에 관한 숙제를 받았습니다. 앞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서로 웃으며 인사하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돕는 이웃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동참의 의미로 아래에 사인해주면 고맙겠습니다." 볼펜으로 또박또박 쓴 글 아래에는 주민들의 사인이 빼곡했다.
 

이글과 사진은 어린 초등학생이 조직문화를 배워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숙제는 전적으로 교사들이 재량으로 결정할 사안임을 교육청이 깨달아야 한다. 교육청은 이를 위해 학교간 자율경쟁의 환경만 만들어 주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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