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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밥값 좀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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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16. 08. 31. 06:07

사진(이재교3)
이재교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도무지 정부를 믿지 않는 듯하다. 사드가 배치된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방통위가 설정한 위험수치의 0.007% 수준이었다는 과학적 검증결과가 나왔지만 여전히 사드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고 걱정하고 심지어 성주참외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팔리지 않을까 걱정한다. 사드가 북핵의 대응책이라는 정부의 설명도 믿지 않는다.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중국의 말은 믿는 듯하지만.

이런 일은 2008년에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가 광우병 걸린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서 국민들을 죽게 만든다고 온 나라가 들썩였다. 국제검역기구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하여 미국이 광우병 위험국에서 벗어났기에 수입제한조치를 푼 것인데,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먹고 죽을 광우병쇠고기를 수입한다고 그 소동을 벌였다. 전혀 근거 없는 괴담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또다시 아무런 근거 없이 대통령과 정부를 불신하고 있다.

여기서 드는 의문. 대한민국정부가 국민에게 해로운 미국 레이더를 설치하고, 광우병쇠고기를 수입할 것이라고 믿는 이유가 무엇일까? 대한민국정부가 사드의 위해성이나 중국 견제용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할 정도로 멍청할 리 없고, 해로운 줄 알면서도 미국의 중국견제용을 북핵용이라 속이고 설치할 정도로 사악할 리는 더더욱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왜 대한민국 국민이 대한민국 정부를 믿지 않을까?

과거 민주화되기 전에 정부가 국민에게 거짓말을 많이 한 것은 사실이다. 고문하던 학생이 죽으니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거짓말하고, 한참 물가가 오르던 시절, 교통요금인상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으면 며칠 후 틀림없이 인상되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지만 이런 거짓말은 위해한 사드를 배치하거나 광우병 걸린 쇠고기를 수입하면서도 아니라고 거짓말하는 그런 차원은 아니었다. 아무리 비민주적인 정권이라도 그렇게 사악한 거짓말을 한 적은 없다. 그런데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한민국 대통령과 정부가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위험성을 숨기며 사드를 배치한다고 믿고자 하는 그 심사는 도대체 무엇일까? 아니면 하필 우리 마을인 것이 불만이라 정부의 설명을 믿지 않는다고 내세우는 것일까?

어느 경우든 정상이 아니다. 북은 핵개발을 완료하고 대륙간탄도탄에 잠수함발사 미사일까지 개발을 완료해서 차근차근 우리의 목줄을 죄고 있는데, 우리는 그나마 미국이 미국 돈으로 배치하려는 사드를 놓고 되니 마니 하면서 온 나라가 허우적대고 있다. 이 나라가 과연 생존이 가능한 나라일 것인지 근본적인 회의가 드는 대목이다.

이런 사태에서 정치지도자들은 뭘 하고 있을까. 사드가 위험하지 않다고, 왜 그곳에 배치할 수밖에 없는지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정치지도자들의 책무다. 그런데 대구`경북 국회의원 21명은 정부가 성주에 배치한다고 발표하기도 전에 반대성명부터 발표했다. 해당지역구 국회의원은 사드전자파로 “생체실험을 하려느냐”고 정부에게 물었다. 김천 인근으로 변경배치가 논의되자 그 지역구 의원은 “해롭지 않으면 왜 김천으로 왔느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성철 스님은 수행을 게을리하는 승려를 보면 호통쳤다. “밥값 내놔라, 이 밥도둑놈들아!” 스님들이 밥을 얼마나 드신다고. 대통령, 총리, 장·차관, 국회의원이 받는 돈과 특권, 그리고 예우는 승려들에 비할 바 아닌데. 그러면 이 정치지도자들은 밥값을 하고 있을까? 집무실에 앉아서 개탄하고 정치평론가 같은 한가한 말을 하는 것으로 과연 밥값이 될까? 사드배치가 안보에 그렇게 중요하다면, 그리고 전자파가 해롭지 않다면, 왜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는가? 정치지도자들이 성주에 내려가서 마당에 멍석 깔아놓고 밤새 토론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총리가 이미 당한 바와 같이 험한 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 물병이나 밀가루세례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봉변도 감수하라고 국민들이 평소에 그 많은 밥값을 준 것 아니던가? 그런 게 싫고, 고고하고 우아하게만 살고 싶다면, 정치리더가 되지 말았어야 한다. 조선시대 산림처사처럼. 요즘 국민들이 전기요금 폭탄으로 들끓고 있는데, 사실 정치인들에게 들어간 밥값 아까운 것에 비하면 댈 게 아니다. 정치인들이여, 밥값 좀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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