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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정신을 만나다” 국립현대미술관 ‘도예공방’전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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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16. 09. 06. 17:11

서울관서 열리는 첫 공예전…공예가 6인 작품 100여점 선보여
이봉주 방짜유기
이봉주 장인의 ‘방짜유기’.
중요무형문화재 77호 장인 이봉주가 만든 크고 작은 방짜유기들. 봉으로 치니, 부드럽고 그윽한 소리가 제각각 울려 퍼진다.

6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전시된 공예가 이봉주의 방짜유기들은 그 어느 곳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맑고 아름다운 울림을 전했다.

도화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는 “스님들이 이봉주의 방짜유기들을 직접 두드려보고 일일이 소리를 녹음한 후 하나하나 들어보고 자신과 맞는 소리를 가진 것을 구하러 온다고 한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첫 공예 전시인 ‘공예공방|공예가 되기까지’전을 내년 1월 30일까지 서울관 제 3, 4전시실에서 개최한다.

공예를 하나의 고정된 사물로 보는 것을 넘어 제작과정과 그 행위, 그리고 공예가들의 태도와 노고를 통해 동시대 공예를 읽고 그 가치를 조명하는 전시다.

금속이 불과 만나 반복적으로 두드리는 과정을 담은 ‘시간을 두드리다’, 흙을 치고 밀고 당기는 손의 닿음과 흔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을 주무르다’, 섬유의 유기적인 얽힘과 결합을 담은 ‘관계를 엮다’ 등 총 3가지 주제 하에 6명의 공예가들 작품 100여점을 보여준다.

도 학예사는 “이번 전시 참여 작가들은 전통에 머무르지 않고 어느 현대 작가보다도 미래를 예견한다”며 “느리고 더딘 작업이지만 왜 이런 것들을 컴퓨터로 찍어내지 않고 직접 만드는지를 봐 달라”고 했다.


고보형, 은주전자
공예가 고보형의 ‘은주전자’.
테어블웨어를 제작한 공예가 고보형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고보형은 곡선과 직선을 교차시키며 일상의 특별함을 만들어냈다.

곡선과 직선의 정직한 기본형들이 모여 완성된 숟가락, 주전자, 워머의 형태를 상세히 들여다보면 조금 과장된 원형이나 살짝 빗나가는 직선의 각도가 의도적으로 배치돼 그만의 독특한 위트를 만날 수 있다.

공예가 배연식은 푸르스름한 도기라는 뜻을 가진 ‘푸레도기’를 선보인다.

직접 채취한 흙을 3년 이상의 숙성기간을 거쳐 준비하고, 성형하여 초벌 없이 한 번에 1300℃가 넘는 고온의 장작가마 안에서 약 5일 동안 소성한다. 가마 안의 온도가 상승할 때 소금을 투척해 연기와 나무의 재가 기물 표면에 달라부으면서 자연스러운 유막과 불이 지나간 자리를 남긴다.

독일에서 활동 중인 공예가 강기호는 손으로 점토를 길고 둥글게 말아 차근차근 쌓아나가는 코일링(coiling) 기법으로 만든 작품을 선보인다. 하얗고 미니멀한 형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강기호, 풍경
공예가 강기호의 ‘풍경’.
이밖에 한산세모시짜기 이수자 박미옥, 양모와 한산모시를 이용해 운명에 따르는 독특한 작품을 제작한 오화진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박미옥은 고(故) 나상덕(충청남도 시도무형문화재 제1호 한산세모시짜기 기능 보유자)의 딸이다. 그가 모시 한 필을 짜는 데는 약 4~5일이 걸린다고 한다. ‘잠자리 날개’ 같다고 할 만큼, 곱고 섬세한 한산세모시 작품들이 전시된다.

오화진은 순전히 본능적이고 감각적인 방법으로 예기치 못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한산모시를 마음 가는대로 잘라 조명을 감싼, 제각각 다른 형태가 멋스러움을 자아낸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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