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검사장 출신 사외이사 적극 영입
|
검찰의 롯데그룹 비리 수사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의혹의 정점에 선 신동빈 회장(61)의 신병처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비자금의 규모나 이전 검찰의 대기업 수사 관례에 비춰 신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필연적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일각에선 검찰이 신 회장을 비롯한 핵심 피의자들을 일괄 불구속 기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롯데그룹은 검찰 수사에 맞서 국내 굴지의 대형 로펌들과 계약을 맺고 전직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을 대거 투입한 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해 주목을 받고 있다.
◇법원·검찰 출신 초호화 변호인단
롯데그룹은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비롯해 태평양, 광장, 율촌 등 국대 굴지의 대형 로펌들과 계약을 맺고 초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특히 각 로펌의 롯데그룹 변호팀에는 고등검사장이나 고위법관을 거친 전직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대거 투입됐다.
롯데그룹 오너 일가 변호의 선봉에 선 건 김앤장이다. 김앤장은 신격호 그룹 총괄회장(94)과 신 회장, 롯데그룹 정책본부의 변호를 맡았다. 김앤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출신으로 검찰총장 후보까지 올랐던 천성관 변호사(59·사법연수원 12기)와 검찰 내 2인자인 대검 차장검사 출신의 차동민 변호사(57·13기)를 주축으로 팀을 꾸렸다. 아울러 검찰 출신인 지익상(52·19기), 이준명(51·20기), 김영진(53·21기), 박성수(49·21기) 변호사 등이 포함됐다.
롯데시네마, 롯데정보통신, 롯데홈쇼핑 등의 변론을 맡은 태평양은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낸 노환균 변호사(59·14기)와 검찰 출신의 김기현 변호사(50·26기) 등 10여명이 투입됐다.
이밖에도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57·17기)과 남기춘 전 서울서부지검장(57·15기)이 각각 신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62)의 변호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롯데면세점 입점 대가로 수십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4) 역시 검찰 출신의 박재형 변호사(51·31기), 부장판사 출신의 위현석 변호사(50·22기), 이동훈 변호사(48·23기) 등 전관 변호사들을 대거 선임했다.
◇검사장·부장판사 출신 사외이사 대거 포진
한편 롯데그룹 계열사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전관 변호사들의 면면 역시 화려하다. 특히 롯데는 검찰의 내사가 진행됐던 올해 초 복수의 검찰 출신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우선 해외에서 원료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드러난 롯데케미칼에는 대검 중수부장과 차장검사를 거친 박용석 변호사(61·13기), 롯데쇼핑에는 서울동부지검장과 법제처장을 지낸 이재원 변호사(58·14기), 롯데홈쇼핑에는 서울동부지검장 출신의 한명관 변호사(57·15기)가 각각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법원 출신 중에는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으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친형인 송영천 변호사(59·13기)가 롯데제과,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이광범 변호사(57·13기)가 롯데손해보험, 서울중앙지법원장 출신인 변동걸 변호사(68·3기)가 롯데정밀화학의 각 사외이사다.
◇검찰 지휘라인 맨투맨 방어 작전 성공할까
롯데 측은 수사 초기부터 이처럼 다수의 검찰 출신 변호사들을 선임, 검찰 수사에 적극 대응해왔다.
특히 롯데수사팀의 부장검사, 차장검사, 검사장 등 지휘라인을 맨투맨으로 마크할 변호사들을 지정해 각개전투 양상으로 방어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최근 김수남 검찰총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검찰 선배 A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하는 등 검찰의 소환조사에 앞서 방어막을 강화했다.
이처럼 막강한 변호인단 탓에 검찰이 과연 순리대로 신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또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일부 언론을 통한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롯데 경영권이 일본에 넘어간다’는 식의 여론몰이 분위기까지 감지되는 상황이다.
◇전관 변호사 무더기 선임에 곱지 않은 시선도
한편 그룹 오너 일가가 사법처리를 피하기 위해 전관 변호사들을 무더기로 선임해 검찰 수사에 대응하는 행태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재벌 대기업이 온갖 악행을 저질러서 전 국민적인 지탄을 받는 가운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 죗값을 달게 받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해도 모자랄 판에 법관 출신이나 검찰 고위간부 출신의 전관 변호사를 고용해 수사에 영향을 끼치려고 하고 있다”며 “홍만표나 최유정 변호사 같은 일이 재발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전관예우가 아니라 전관특혜 비리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적 관심이 높고 검찰의 수사 의지가 높은 상황이지만 (전관 변호사가) 수사나 재판에 악영향을 끼칠 소지가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검찰이 절대 휘둘려서는 안 된다. 언론과 국민이 계속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유림 경실련 정치사법팀 간사는 “대기업들이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대형 로펌이나 전관 출신들을 악용해서 자신들을 방어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라며 “본인들의 죄를 어떻게든 회피하려는 대기업의 잘못된 모습이 이미 ‘정운호 게이트’ 같은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 법적으로 변호인을 선임하는 것은 자유롭게 보장돼 있지만 국민들 입장에선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관들도 공직에서 퇴임한 뒤 1년간 수임이 금지되고 있고 공직자윤리법상 일정 규모 이상 대형 로펌에 취업을 못하도록 돼 있는데 제어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전관 변호사들이 대기업 사건을 수임하는 것에 일정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최석진, 이진규, 김범주, 허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