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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보다 더 외국 같은’ 홍콩, 중국 학생들 ‘차별’?...언어·문화 차이로 갈등 겪어

‘외국보다 더 외국 같은’ 홍콩, 중국 학생들 ‘차별’?...언어·문화 차이로 갈등 겪어

기사승인 2016. 09. 2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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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에 대한 주장으로 정치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홍콩에서 중국 본토 출신 유학생들이 차별을 겪고 있다고 영국 주간지 THE(Times Higher Education)가 한 논문을 인용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97년 7월 1일 홍콩 반환 당시 중국과 영국 간의 합의로 채택한 ‘홍콩기본법’에 따라 홍콩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하나의 나라에 두개의 체제를 허용함)의 원칙이 적용돼 2047년까지 50년간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서 고도의 자치를 보장받기로 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갈수록 ‘양제’보다는 ‘일국’의 개념을 중시하는 정책을 펴자 2014년 ‘우산혁명’을 계기로 홍콩인들 사이에서 독립 주장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홍콩인들이 중국 본토 출신 유학생들을 차별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홍콩교육대학 유 바오화와 중국선전대학 장 쿤의 <‘외국보다 더 외국같다’:중국 본토 학생들의 홍콩에서의 적응과 경험>이란 논문에 따르면 지난 십여년간 홍콩의 대학들은 중국 본토로부터 많은 유학생을 받아들였지만 중국 본토 출신의 유학생들은 홍콩을 “외국보다 더 외국 같은”곳으로 받아들이며 괴리감을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이 중국에서 홍콩으로 유학 온 4개 대학 5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일부가 광둥어(廣東語·홍콩과 중국 남부 일부에서 사용되는 일종의 중국어 방언)를 잘 못한다는 이유로 상점 등에서 불친절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의 공식 언어는 푸퉁화(普通話·베이징을 중심으로 중국 전역에서 널리 사용되는 현대 표준 중국어)와 영어지만 홍콩 시민의 약 90%는 광둥어를 사용하고 있다.

본토 출신의 한 학생은 “한번은 어머니가 홍콩에 사는 나를 방문해 함께 쇼핑을 나갔었다. 당시 나는 광둥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푸퉁화로 쇼핑몰의 판매원에게 말을 걸었다. 놀랍게도 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녀는 등을 돌리고 가버렸다”고 밝혔다.

이 학생의 사례는 홍콩에서 갈수록 높아지는 중국인에 대한 반감을 보여준다. 지난해에는 홍콩인 시위대가 중국 본토 출신의 쇼핑객들을 향해 “집에 가라!”고 소리를 치는 일도 있었다. 시위대는 중국인들이 면세 상품을 모조리 쓸어 가버리는데다 홍콩의 집값과 월세를 급등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홍콩인들의 분위기는 이달 초 있었던 홍콩 입법회의원(국회의원 격)선거 결과에도 잘 나타난다. 이번 선거에서는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는 자치파가 젊은 유권자의 지지에 힘입어 약진했다.

이 같은 홍콩의 분위기에 중국 학생들은 문화 충돌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중국 학생은 “내가 본토에 있었을 때, 홍콩은 중국의 일부라고 배웠다. 그러나 홍콩에서는… 홍콩 학생들은 ‘본토’(Mainland China)라는 표현보다는 ‘중국’(China)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 내게 이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왜냐하면 홍콩은 양도할 수 없는 중국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홍콩인들이 그런 식으로 말하면 말다툼을 하게될 것”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구 결과 홍콩에서 오랫동안 머무른 본토 출신 학생들은 “홍콩인들이 사회 운동을 통해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 이해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으로 유학 온 중국 본토 학생들은 10년새 3배가 늘어 2015년에는 11548명에 이르렀고, 홍콩 출신 현지 학생에 이어 두번째로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산혁명이 일어난지 1년 후인 2015년에는 본토 출신 학생의 수가 감소했다. 친중국계 신문들은 이를 정치적으로 중국에 적대적인 대학의 탓으로 돌렸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연구진은 더 이상의 갈등을 막기 위해서는 홍콩의 대학들이 광둥어 수업을 늘리고 ‘상호 문화간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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