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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없애고 저녁 약속 안잡고…몸 사리는 공무원들

회식 없애고 저녁 약속 안잡고…몸 사리는 공무원들

기사승인 2016. 09.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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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이틀째... 세종청사 '찬바람'
"시범 케이스 걸리면 끝장" 지갑 닫아
주변 음식점 '텅텅' 소비절벽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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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이틀째로 접어든 가운데 우려했던 ‘소비절벽’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범케이스’로 걸리면 안된다는 분위기에 잔뜩 몸을 사리고 있는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회식 등 저녁 약속을 당분간 잡지 않겠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어서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 A과장은 “(김영란법 적용)첫번째 사례가 나올 때까지 당분간 저녁을 안 잡을 생각”이라며 “감사원, 국무조정실 등에서 암행 감찰 할까 무서워 누가 외부에서 저녁을 먹겠나”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B과장도 “잘못했다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에게 사진 찍힐 수 있기 때문에 회식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대변인실 관계자 역시 “조심해야 되지 않느냐는 기류인 것만은 확실하다”고 전했다.

해양수산부도 농식품부와 마찬가지로 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해수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해수부 전 부서의 회식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힌 뒤 “최대한 관망할 계획이다. 타부서에서 하는 걸 보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회식 금지령’에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을 상대로 영업하고 있는 청사 주변 음식점들은 ‘올 것이 왔다’며 한숨만 내쉬고 있다.

특히 일부 음식점은 김영란법 시행 첫날(28일) 예약 취소 등으로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의 영업 손실을 봤다고 하소연했다.

청사 주변에서 보리굴비·한우암소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W식당 사장은 “점심은 하지 않을까 했는데 절반 이상 줄었고 저녁도 예정됐던 예약 한팀마저 취소했다”면서 “이날 매출은 평시보다 4분의1이나 떨어졌고, 이 정도일 줄 생각지도 못했다”고 푸념했다.

다른 식당의 상황도 비슷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우전문점 T식당 관계자는 “저녁 예약 팀은 몇 개 되지 않는다. 평소보다 줄긴 줄었다”고 전했다.

김치찌개 등 식사 위주 메뉴로 운영하는 A식당 사장은 “ 단체 예약은 취소되는 등 저녁 예약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손님이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들 식당들은 이구동성으로 앞으로 더 문제라며 걱정하고 있다. 김영란법 눈치를 보고 있는 공무원들이 현재 태도를 쉽사리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W식당 사장은 “2만3000원짜리 스페셜 메뉴를 만들기는 했지만 가격만 물어보고 예약을 안 하는 경우가 있어 김영란법 시행을 체감하고 있다”면서 “전망조차 할 수 없고 예측불허다”라고 말했다.

T식당 관계자는 “올 추석선물이이 지난해보다 40% 줄었는데 먹거리도 이 수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A식당 사장도 “공무원들이 식사하러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속으로만 끙끙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음식점, 골프업, 소비재·유통업(선물) 등 관련산업의 연간 손실액을 11조원으로 추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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