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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박했던 일주일…너무 빨라서 이상한 검찰 ‘최순실’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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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 기자

승인 : 2016. 10. 31. 17:19

최순실-검찰-수사-일지
지난달 29일 시민단체의 고발 후 지지부진했던 최순실씨(60) 관련 검찰 수사가 일주일새 지나치리만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제기된 의혹의 가짓수나 등장인물로 볼 때 최소 몇 달이 걸릴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핵심관련자들이 제 발로 검찰을 찾아오며 일사천리로 수사가 진행되는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25일 대국민 사과 이후 이처럼 일사불란하게 진행되는 일련의 수사 과정에 대해 야당을 중심으로 ‘짜여진 각본’에 따른 수순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일단 발단은 지난 24일 JTBC가 최씨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태블릿 PC 관련 보도를 통해 그동안 의혹에 그쳤던 최씨의 ‘연설문 수정’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었다.

바로 다음날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일련의 의혹들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그리고 26일 최씨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일부 의혹들을 가지치기하며 마치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듯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검찰은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27일 검찰은 고검장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수사본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본부를 출범,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바로 이날 오후 늦게 최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씨(40)가 검찰에 출석해 자정을 넘기며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28일 독일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최씨는 이경재 변호사를 통해 검찰 수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30일 실제 귀국했다. 또 다른 핵심인물 차은택씨(47) 역시 이미 이번주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그 사이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관여한 재단 관계자들과 문화체육부 관계자들도 다수 소환조사했다. 수사 절차상 의혹의 정점에 선 최씨를 조사하기 전에 반드시 사전 조사가 이뤄져야 될 대부분의 인물들에 대한 조사가 급하게 이뤄진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검찰의 속도전 와중에도 몇 가지 꺼림칙한 부분이 존재한다.

우선 입국시 통보 조치를 통해 최씨의 귀국 일정을 사전에 파악하고도 검찰이 공항에서 최씨를 긴급체포하지 않은 점이다.

최씨의 변호인은 최씨의 건강 상태와 장시간 비행에 따른 피로 등을 고려해 하루 정도 시간을 줄 것을 검찰에 요청했다고 밝혔고, 외견상으로는 이 같은 최씨 측 요청을 검찰이 수용한 모양새다.

하지만 누가 봐도 말맞추기를 통해 진술을 오염시키거나 핵심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검찰이 최씨의 소환날짜를 하루 늦춰준 것은 의구심이 든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이미) 휴대전화를 뺐긴 사람들도 많은데 어떻게 말을 맞춘다는 거냐”며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또 하나는 압수수색 과정이다. 검찰은 며칠 새 무려 10여 곳을 압수수색하며 이번 사건과 관련된 자료를 이 잡듯 뒤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미 고발장이 접수된 지 20여일이 지난 뒤의 압수수색이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물 박스를 들고 나오는 수사관들이 6~7개의 박스를 비스듬히 가볍게 들고 나오는 모습이나, 햇살이 박스를 관통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며 사실상 빈 상자를 들고 나오는 듯한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보여주기식 압수수색이라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 과정도 이상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사무실 압수수색에 대해 청와대가 불승인 사유서를 내고, 검찰이 청와대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나서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결국 청와대에서 7상자 분량의 압수물을 챙겨 나오는 걸로 마무리가 됐지만 그 안에 얼마나 의미 있는 자료들이 들어있을지는 알 수 없다.

31일 오전에는 검찰이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의 출국금지 사실을 풀했다가 ‘절차상의 오류’였다고 해명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검찰 주변에선 과연 이 같은 검찰의 행보가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지난 주말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상임고문단 등 원로들을 만난 자리에서 검찰 수사의 속도에 대한 조언이 나왔을 거란 분석이다.

이 자리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하야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무엇보다 빠른 수사를 통해 사건을 조기에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을 거란 얘기다.

또 한 가지 가능성은 ‘조직을 살려야 한다’는 검찰 내부의 절박함의 발로일 수 있다는 것.

고발 이후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없이 시간을 끌던 검찰이 더 이상 언론에 끌려갈 수 없다는 위기 의식에 초강수를 두기 시작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검찰 주변에선 “이 정도 속도라면 오는 15~20일께 최씨 등 핵심 관련자를 기소하고 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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