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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베일 벗은 ‘판도라’, 재난 속 희망 전할까(종합)

4년 만에 베일 벗은 ‘판도라’, 재난 속 희망 전할까(종합)

기사승인 2016. 11. 0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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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 /사진=정재훈 기자
대한민국 최초 원전 재난을 다룬 '판도라'가 4년의 긴 제작기간을 거쳐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9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제작 CAC 엔터테인먼트) 제작보고회가 열린 가운데, 박정우 감독을 비롯해, 김남길, 정진영, 문정희, 강신일, 김대명, 유승목 등이 참석했다. 

'판도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사고까지 예고 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고, 최근에는 경주에서 지진 사태가 벌어지는 등 한반도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판도라'는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올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남길은 "소재 자체가 지진으로 인한 재앙이 시작되는 것이긴 하지만, 인간의 이기심이나 자본의 이기심 때문에 재난이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단순히 원전이라는 소재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답답한 시국인데, 이 자리가 뜻 깊고 개인적으로 기대되는 자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진영은 '판도라'를 자신의 인생영화라고 밝히며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원전의 문제와 심각성을 느꼈고, 우리나라에서 원전에 대한 정부와 관계자들의 안일한 태도를 봤을 때 이런 영화를 한다는 게 저를 굉장히 흥분시켰다”면서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많은 분들과 이번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박정우 감독은 ‘판도라’ 연출을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연가시'를 촬영하는 도중에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졌다. 제 상식으로 바로 이웃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우리나라에서도 조치를 취하고 점검을 하는 게 정상인데, 그런 거 없이 오히려 원전을 더 짓고 주요 정책 산업으로 키워나가는 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원전은 다른 재난과 달리 이후 상황이 심각해 이 이야기는 꼭 다뤄 봐야한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에 참여한 모든 스태프들이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진지하게 전투적으로 접근했다"고 덧붙였다.

‘판도라’ 속 대통령의 대사는 현재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들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 박정우 감독은 "공교롭게도 4년 전에 쓴 시나리오가 지금의 상황과 맞닿아있어서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깜짝 놀라고 있는데, 반갑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을 우리나라에서 영화에 표현한다는 게 힘들다. 웬만하면 등장시키고 싶지 않은게 창작인의 솔직한 심경이다. 배우들이 이 시나리오를 보고 영화로 만들어질까 생각할 정도로 불행한 시절에 살고 있는 게 사실인데, 또 그걸 극복 해야 하는 게 창작인의 의무 인 것 같다. 대통령은 멋있게 만들면 비현실적이고, 사실적으로 만들면 짜증나는 인물이다. 김명민이라는 배우를 통해 그려진 영화 속 대통령은 기본적인 심성은 국민을 걱정하고 의욕적이긴 한데 주변 시스템이 대통령을 따돌리거나 무기력하게 만들면서 대통령이 좌절할 수 밖에 없는 인물이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대통령이 나선다. 거기까지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정진영은 "이 영화에 출연했다고 해서 불이익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를 할 용기가 있을까 우려가 더 컸던 게 사실인데, NEW가 투자 배급을 맡았다. 거기선 인정하지 않겠지만, ‘변호인’을 만든 후 힘들었던 거 알고 있다. 불행한 일이다. 작가와 창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할 때 불이익을 당할까 떠올리게 만드는 사회는 정말 못된 사회다. 그런 일이 오늘날 횡횡했다는 건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만한 일이다”며 소신을 전하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배우들은 어느 영화보다 ‘판도라’에 사명감을 갖고 진지하게 임했다. 정진영은 "배우들끼리 스터디를 했다. 우리 영화는 원전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이야기다. 물론 관객분들이 즐길 수 있는 재난 블록버스터 인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가 처해있고 언젠가 현실화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라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다른 영화지만 ‘내부자들’을 보면서 너무 과장되게 그리지 않았나 생각한 적이 있는데 그게 현실이 됐다. 감독님의 연구와 취재 속에서 만들어진 이 가상의 이야기가 현실이 안 될 거라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이건 픽션이야 하면서 할 수 없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판도라’는 실제 원자력 발전소와 동일한 규모의 대형 세트장을 만들어 원전의 사실감과 규모감을 살려 초대형 재난 블록버스터를 예고하고 있다. 김대명은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세트장에 가면 덥기도 했고 의상 때문에 저절로 살이 빠지고 몸이 아파가는 과정을 느꼈다”고 밝혔다. 문정희 역시 “‘연가시’때도 대단히 고생 했지만 ‘판도라’는 실제 재난 같은 상황에서 찍었다. 공기 중에도 무언가 뿌려 숨을 편하게 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우리나라에 재난영화를 이렇게 만들 수 있는 분은 없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심어줬다.

끝으로 정진영은 "그리스 신화이기도 한 판도라는 호기심에 상자를 열었다가 불행이 튀어나와 세상이 혼탁해졌지만, 그 안에는 희망도 같이 있었다고 한다. 저희가 끔찍하고 무서운 세상을 그렸지만,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갈 희망을 찾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판도라'는 오는 12월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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