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연말 낙하산 인사 또 다시 ‘꿈틀’…은행·지주 대거 포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161125010017532

글자크기

닫기

김보연 기자

승인 : 2016. 11. 28. 06:00

13
최근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사태로 잠잠했던 금융권 낙하산 인사가 인사철을 앞두고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5번의 시도 끝에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은행 자회사에 최근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가 내려오면서 금융권 ‘낙하산행’이 가속화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은 정부의 입김에 취약한 탓에 ‘관피아(관료+마피아)’와 ‘금피아(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마피아)’ 뿐 아니라 정치권 인사들 다수가 요직에 포진해 있는 상황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자회사인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최광해 전 기획재정부 국장을 부소장으로 임명했다. 최 신임 부소장은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을 지낼 당시 우리은행의 지배주주인 예금보험공사 등 공공기관 개혁 작업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우리은행은 오랫동안 정부와 정치권의 주요 낙하산 창구로 활용돼 왔다. 현재는 새누리당 비례대표를 신청했던 정수경·정한기, 한나라당 부대변인 출신 홍일화, 새누리당 이승훈 청주 시장의 처 천혜숙 등이 사외이사와 상임감사위원으로 근무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민영화에 성공하면 뭐하나 싶다”며 “여전히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단면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농협금융지주와 계열사 역시 감사원, 기재부, 금감원 출신 등 관피아, 금피아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농협금융지주의 김용환 회장은 금감원 수석부원장 출신이고 전홍렬, 손상호 사외이사는 각각 금감원 부원장과 부원장보를 지냈다. 검찰총장 출신의 김준규 사외이사를 포함하면 농협금융지주의 이사 7명 중 4명이 금융 공공기관 출신이다.

농협은행은 4명의 관료 출신이 대거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문창모 사외이사는 재정경제부 관세심의관, 김국현 사외이사는 행정자치부 의정관 출신이다. 올해 4월 취임한 김영린 상근감사위원은 금융감독원 국제감독국에 근무한 바 있다.

농협손해보험에는 한정수 전 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이 상근감사위원으로, 김두현 전 기재부 북경재무관과 제정무 전 금감원 보험 담당 부원장보가 사외이사에 올라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도 정치권 출신의 정피아와 관피아 인사들이 요직을 꿰차고 있다.

기업은행에는 새누리당 대선캠프 출신인 이수룡 감사와 한나라당 대표 특보 및 강원도 정무부지사를 지낸 조용 사외이사, 뉴라이트 싱크넷 성효용 사외이사 등이 재직 중이다. 금감원장 출신인 이용근 사외이사도 근무하고 있다.

기업은행 계열 금융기관인 IBK연금보험·IBK캐피탈·IBK신용정보 등도 마찬가지다. IBK연금보험의 부사장과 사외이사 자리에는 올해 3월 각각 외교부 고위공무원 출신인 배재현 전 이탈리아 대사와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선임됐다.

IBK신용정보의 김정민 대표 역시 전 기재부 재정관리협력관 출신이며, 지난 2월 선임된 조국환 부사장은 금감원 금융투자감독 국장 출신이다.

IBK캐피탈에는 전 행자부 과천청사관리소장 출신인 이종성 부사장과 재정경제부 국민생활국장을 지낸 이용희 사외이사가 재직중이다. 지난 18대 대선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을 맡았던 방형린 자유총연맹 중앙회 이사도 감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올초 낙하산 인사로 내홍을 치렀지만 현재도 낙하산 인사가 수두룩하다. 국민은행 사외이사로 선임된 김우찬 법무법인 한신 대표변호사는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클린공천지원단’에 몸 담았다.

KB금융그룹 계열사인 KB저축은행과 KB생명보험은 올해 상근감사위원에 각각 남택준 전 금융감독원 제주지원 지원장(실장)과 강성윤 한국은행 경제 연구원 연구위원을 선임하기도 했다.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의 경우 하나카드 사외이사를 맡기도 했던 하용이 전 한국은행 연수원장이 올해 3월부터 신한저축은행 사외이사로, 이석우 전 금감원 국장은 6월부터 신한카드 상근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낙하산 인사의 문제는 업무 전문성도 독립성도 없다는 것”이라며 “어느 누구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는 확고한 독립성과 오랜 경륜으로 금융분야의 맥락을 이해할 줄 아는 전문성은 금융기관 임원의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낙하산 방지를 위해 통상 국회의 역할이 강조되나, 국회 퇴직 공직자와 낙선한 국회의원들의 금융권 낙하산 인사 역시 적지 않은 수준”이라며 “국회 차원의 감시를 넘어서 시민사회의 모니터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보연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