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실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을 못 해 오늘날 이런 사태가 된데 대해 참으로 부끄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도의적인 책임감은 보였으나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부인했다. 이는 특검 수사를 앞둔 상황에서 청문회에서의 증언이 본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김 전 실장은 여러 의원들의 “최순실을 알고 있느냐”는 공통적인 질문에 대해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는 “내가 최순실을 알았다면 연락을 하거나 통화를 한 것이 있을 것이다. 검찰이 조사해보면 다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순실씨의 측근 차은택 씨를 만난 것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차은택이라는 사람을 만나보고 문화 융성에 대한 여러 가지 의지와 한번 알아보라고 해서 만났다”며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전 실장이 계속 부인으로 일관하자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김종 전 문체부 차관에게 “최순실을 김 전 실장의 소개로 알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김 전 차관 역시 “그건 사실이 아니다. 지인 소개로 알게 됐을 뿐”이라고 답해 김 전 실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서도 철저히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는 ‘세월호 7시간’을 묻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정확히 어디 계셨는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그는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머리 손질을 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제가 알지 못하는 사실”이라고 일축했다.
이른바 ‘김영한 비망록’의 내용을 놓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김 전 실장은 박영선 민주당 의원의 “고(故) 김영한 비망록에 나와있는 것 중 김 전 실장이 직접 지시한 부분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지시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2014년 원내대표시절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당시 조윤선 정무수석,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제 앞에서 김 전 실장과 통화를 많이 했다”며 “그때 비망록 속 지시사항을 직접 들은 적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김 전 실장은 “전혀 안 했다는 것은 아니다. ‘시신인양을 해서는 안 된다’처럼 구체적인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뜻”이라며 자신의 발언을 번복했다. 그러나 그는 비망록의 증거로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데에도 주력했다. 그는 비망록에 대해 “회의를 하다 보면 작성하는 사람의 주관적 생각도 가미돼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공식기록도 아닌 것을 가지고 그것이 전부 진실인 양 몰아붙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