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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매체 CNBC는 7일(현지시간) 미국·유럽의 기업들이 자율주행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차의 최대 시장은 결국 아시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 기업 포드 사의 셰릴 코넬리 글로벌 트렌드·미래전략 매니저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인도와 중국의 소비자들이 미국과 영국의 소비자들에 비해 자율주행차량을 소유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고 밝혔다. 포드의 조사에 따르면 인도인의 84%, 중국인의 78%가 자신이 자율주행차를 소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대답을 내놓은 미국인은 40%, 영국인은 30%에 불과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자율주행차량의 최대 시장이 베이징이나 델리 같은 개발도상국의 메가시티에 형성될 가능성이 높음을 암시한다. 코넬리 매니저는 “일부 베이징 시민들은 통근에 총 5시간을 소요하기도 한다”며 개도국의 메가시티들이 밀집도가 높아 다니기가 어렵다는 점이 자율주행차 소비심리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넬리 매니저는 또한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동차 운전의 역사가 짧은 인도와 중국에서는 자동차 문화의 ‘레거시(과거의 유산)’이 없어, 소비자들이 새로운 자동차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다고 말했다.
구글·우버·애플 등 본디 자동차 기업이 아닌 기업들도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팔을 걷고 나선 상황 속에서 아시아 기업들도 이에 질세라 자율주행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인터넷 기업 바이두는 2014년부터 독일 자동차기업 BMW와 손잡고 자율주행차 개발을 진행해왔다. 바이두는 지난달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에서 열린 제3회 세계인터넷컨퍼런스(3rd World Internet Conference)를 통해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자동차 18대의 시범 운행을 선보였다. 또한 올해 7월을 기준으로 자율주행차 관련 특허만 439개를 획득하는 등 상용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기술전문매체 테크놀러지리뷰는 지난달 16일 기사에서 중국 정부가 트럭산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자율주행 트럭 주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약 720만 대의 트럭과 1600만 명의 트럭 운전사가 도시간 상품 수송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가 넓은 중국에서는 도시와 도시 사이를 운행하는데 2~3일이 걸리기도 한다.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 되면 트럭운전 기사들은 장시간 주행 중 수면을 취하며 편안하게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게 된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중국 자율주행 기술 기업 ‘투심플’(Tusimple)의 샤오디 허우 최고기술경영자(CTO)는 현재 중국에서 자율주행차 시스템 테스트에 어떠한 제한도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투심플은 특히 자율주행 차량 기술의 비용 효율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투심플 사의 자율주행 기술은 주행시 근방의 차량을 인식하는 것을 넘어 컴퓨터 비전과 알고리즘을 활용해 현장 상황을 디테일하게 이해하고 앞으로 닥칠 상황을 예측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포브스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최근 도요타, 혼다, 닛산, 미쯔비시 등 주요 자동차 대기업들과 부품 제조사 등 총 15개 기업이 모여 자율주행차에 관한 컨소시엄을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일본 기업들은 자율주행차를 위한 상세 3D 지도를 공동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에 맞춰 자율주행 자동차가 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이들 기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달 15일 80억 달러(약 9조 4000억 원)를 들여 커넥티드카(Connected car·무선통신을 통해 스마트폰 등과 연결되는 차량)용 전자장비(전장) 분야 선두를 달리는 미국 기업 하만(Harman)의 인수를 발표하며 자동차 산업 진출을 알렸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자율주행차가 대세로 부상하는 상황 속에서 직접 자동차를 생산하지는 않더라도 삼성전자가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으로서 역할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