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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은행 ‘버팀목대출’ 취급 중단…고객 피해 어쩌나?

[단독]은행 ‘버팀목대출’ 취급 중단…고객 피해 어쩌나?

기사승인 2016. 12. 1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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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요예측 실패에 대출한도 조기소진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전고지 없이 은행에 대출중단 통보해 고객 피해 불가피
주택기금 총괄수탁은행인 우리은행으로 버팀목대출 판매 창구 단일화 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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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이사를 앞두고 있는 김호진(가명·28)씨는 은행에서 버팀목 전세자금대출(버팀목대출)을 받아 잔금을 치르기로 했다. 은행은 김씨로부터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전달받고 대출 적격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 김씨는 한 시간 뒤 은행 직원에게서 “더 이상 버팀목대출을 판매할 수 없게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시중은행들이 무주택 서민들이 낮은 금리로 이용해오던 버팀목대출의 취급을 아무런 고지 없이 중단했다. 정부의 수요 예측실패로 대출한도가 조기에 소진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피해는 갑작스러운 은행의 통보로 대출계획에 차질을 빚게 된 예비 전세입자들이 고스란히 지게 됐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지난 16일 사전에 안내도 없이 각 시중은행에 주택도시기금 주택전세자금대출인 ‘버팀목대출’의 신규대출 취급을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한 시중은행 지점 관계자는 “은행 영업시간 종료 후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갑작스럽게 버팀목대출의 신규대출 취급을 중단해달라는 업무협조안이 내려와 대출을 진행하려던 고객들에 일일이 양해를 구하고 있다”며 “간사은행인 우리은행으로 대출판매 창구를 단일화하고, 나머지 은행은 이미 대출이 접수된 고객들을 제외하고 대출을 중단하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버팀목대출의 한도가 소진되서 취급을 중단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갑작스럽게 문제가 터지는 바람에 담당자들이 대응책을 준비하느라 통화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버팀목대출이란 정부가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주택도시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전세자금대출이다. 연소득 5000만원 이하(부부합산)의 무주택 세대주들을 대상으로 대출한도는 임차보증금의 70% 이내인 최대 1억2000만원이다. 대출금리는 연 2.3%에서 2.9% 사이로 3%대 중반에 이르는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보다 낮다.

현재 버팀목대출은 우리은행·KB국민은행·기업은행·농협은행·신한은행·KEB하나은행 등 6개의 기금 수탁은행이 취급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주택도시기금에 대한 총괄수탁업무를 집행하는 간사은행으로서 타 은행들보다 더 많은 대출한도를 부여받는다.

이번 시중은행들의 예기치 않은 대출중단 사태는 무주택 세대주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기존 버팀목대출이 조기에 소진됐기 때문이다. 연말이라 대출재원이 얼마 남지 않은데다 최근 정부가 내년부터 보금자리론·디딤돌대출 등 정책 모기지 대출 요건을 까다롭게 하면서 대출자들이 몰리는 바람에 수요예측에 실패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 관계자는 “디딤돌대출의 DTI(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를 강화한다는 소식에 수요자들이 버팀목대출로 몰리면서 은행의 대출한도가 고갈된 것으로 보인다”며 “급한 대로 총괄은행인 우리은행에서 소화시킬 수 있게 공문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간 국토부는 정책모기지 지원은 절대 중단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국토부는 관할기관에 버팀목대출뿐만 아니라 생애 첫 주택구입에 이용하는 디딤돌대출 등 정책모기지 상품이 한도부족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체크하라는 지시를 매일 내려왔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시중은행들의 대출 중단 사태에 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버팀목대출만을 바라보던 예비 전세입자들은 급하게 다른 대출상품을 찾거나 유일하게 대출을 취급하는 우리은행으로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다. 우리은행 역시 다른 은행으로부터 몰려온 고객들로 업무량이 늘면서 대출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잔금 납입 날짜가 얼마 남지 않은 고객의 경우 큰 피해를 볼 여지도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관계자는 “시장 혼란사태를 막기위해 오는 19일 국토부와 버팀목대출의 한도문제에 관해 협의할 예정”이라며 “협의결과에 따라 한도를 추가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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