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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태극기 집회는 의병활동

[칼럼] 태극기 집회는 의병활동

기사승인 2017. 01. 2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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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춘 교수
류석춘연세대 교수·사회학
작년 11월 10일 서울역 광장에서 시작된 ‘태극기 집회’가 주말마다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탄핵을 주장하는 촛불집회와 정반대로, 대통령은 탄핵당할 만한 잘못이 없다는 주장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며 시위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촛불집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로 시작된 태극기집회는 그러나 작년 12월 24일 성탄절 전야를 기점으로 촛불의 규모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이날 두 집회는 광화문 네거리부터 프레스센터 앞 도로까지를 중립지대로 설정한 경찰의 관리를 따라 ‘비무장지대’를 사이에 두고 어둠이 다가오는 저녁 시간에 나란히 시위를 했다. 두 집회는 정국을 보는 시각은 물론이고 참가자의 규모와 열기에 있어서도 완전히 달랐다. 태극기가 점령한 대한문 앞 도로는 탄핵을 반대하는 장년층의 절박함이 묻어나며 입추의 여지가 없는 열띤 모습이었다. 반면에 촛불이 점령한 세종문화회관 앞 도로는 연예인 보러 나온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희희낙락하는 모습이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인 12월 31일 심야엔 놀랄만한 진풍경이 벌어졌다. 서울시가 주최하는 송년의 밤 행사가 무르익어가던 자정에 즈음하여 촛불이 둘러싼 보신각 타종 행사장을 태극기 시위대가 뚫고 들어가 애국가를 불렀기 때문이다. 촛불은 얼어붙었고, 태극기는 휘날렸다. 심지어 행사의 주인공 박원순 서울시장마저 예정된 일정을 뒤로하며 총총히 사라졌다. 이 장면을 생중계한 인터넷 방송 ‘신의한수’ 영상은 조회 수 20만을 넘기며 지금도 유튜브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올해 들어서도 태극기집회의 열기는 계속되고 있다. 청계광장, 코엑스광장, 마로니에광장, 시청광장을 오가며 주말마다 개최되는 태극기집회는 이제 광화문의 촛불집회를 압도한다. 지난 주말인 21일도 마찬가지였다. 열기는 물론이고 규모 또한 그렇다. 무엇이 태극기 집회를 만들어 내는 동력이 되고 있는가?

대통령에 관해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과 국회 그리고 이를 수사하는 검찰과 특검이 불공정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최순실 사건의 발단이 된 태블릿PC의 기록이 조작일 가능성을 외면하는 언론의 보도행태는 물론이고, 기업이 국가를 위해 출연한 돈을 뇌물이라고 강변하는 수사행태, 나아가서 대통령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국회의원이 된 인물들이 보여주는 배신의 정치행태가 국민들 입장에서는 모두 짜고 치는 고스톱 판 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왜 조선 동아의 보도가 한겨레 경향과 같아야 하는지, 나아가서 왜 대한민국 신문이 북한 신문과 같은 보도를 하는지 국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 또한 왜 공중파 3사, 종편 4사, 뉴스전문 2사, 합해서 전부 9개의 방송이 탄핵 정국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동일하게 보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 모든 방송이 ‘아님 말고’ 의혹을 하루 종일 반복해 내보내고 있다. 시사 해설에 등장하는 패널이 회전문 돌아가듯 방송사마다 동일한 모습도 이해할 수 없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의혹을 규명하는 절차를 밟아 나가는 것이 민주 국가의 법집행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물론 검찰이나 특검은 먼저 대통령의 죄를 정해놓고 그에 맞추어 소추와 수사를 집행하고 있다. 대통령이 ‘엮였다’는 표현까지 쓰면서 항변함에도 불구하고. 왜 오늘날의 민주 체제에서 과거 권위주의 체제에서나 있었던 인권유린과 강압에 의한 짜맞추기 수사가 다시 등장해야 하는지 국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 사형 집행을 하고 나서, 사형을 선고한 이유를 찾는 모습과 다를 바 없다.

그렇다. 태극기집회는 언론과 국회 그리고 검찰과 특검이 유린하고 있는 대한민국 법체계를 수호하는 의병활동이다. 관군이 사라진 자리에 의병이 쏟아져 나와 나라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사실보도를 하지 않는 기존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다. 대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게릴라 방송에 의지하여 엄동설한에도 불구하고 집회의 참가자를 매주 늘리고 있다. 서울은 물론 지방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발통문이 일제치하의 태극기 물결 3.1 운동을 만들었듯이, 오늘날은 인터넷 방송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태극기 물결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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