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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가정폭력’ 처벌 완화 법안 서명…44분마다 여성 1명씩 숨지는 러시아

푸틴, ‘가정폭력’ 처벌 완화 법안 서명…44분마다 여성 1명씩 숨지는 러시아

기사승인 2017. 02. 0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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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관련 자료사진. 출처=/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정폭력의 가해자를 정도에 따라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미국 CNN은 7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을 인용해 가정폭력 처벌 완화법이 의회에서 통과됐으며 푸틴 대통령의 승인까지 받았다고 보도했다.

‘때리는 법(slapping law)’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법안은 가정폭력이 발생했더라도 가해자가 초범이고, 피해자의 부상 정도가 ‘병원 치료를 해야 하거나 회사에 병가를 내야 할’ 수준이 아니라면 벌금이나 사회봉사 명령으로 실형을 대신하도록 한다.

폭행이 반복될 경우 가해자는 4만 루블(약 77만 원)의 벌금이나 최대 6개월 기간의 사회봉사 혹은 3개월간 구금에 처해질 수 있다.

입안 단계에서부터 논란거리였던 이 개정 법안은 그러나 두마(러시아 하원)에서 85%의 지지율로 승인됐으며 상원에서도 통과됐다.

해당 법안을 지지한 비탈리 밀로노프 두마 의원은 “가족의 권리를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찬성 이유를 밝히며 “아내와 남편은 가끔 충돌할 수도 있고 이러한 싸움에서 프라이팬이나 스파게티 면 등이 사용될 수도 있다”고 CNN에 말했다.

또 지난해 러시아에서는 경범죄의 처벌을 완화하는 법안이 추진된 바, 가정 폭력의 경우에도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근거로 제기됐다. 그러나 해당 법안이 통과될 수 있는 배경에는 국가가 가정사에 개입하지 않고, 부모는 자녀 훈육권을 갖는다는 러시아의 종교적·문화적 통념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밀로노프 의원은 “사실 우리가 가정 폭력이라고 부르는 것은 진보언론에 의해 창조된 새로운 가족관계에 따른 구상에 불과하다”며 가정폭력의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

이번 입법 결과에 대해 여성단체들은 가뜩이나 심각한 러시아 내 가정폭력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며 분노와 우려를 표명했다.

2010년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한 해 여성 1만 4000여 명이 가정폭력으로 숨진다. 이는 44분마다 1명이 희생되는 꼴이며 매년 60만여 명이 신체 혹은 언어 폭력을 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관영 통신 리아 노보스티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일어나는 중범죄의 40%는 가족간에 이뤄진다.

여성단체들은 이 법안이 가정폭력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뿐 아니라, 폭행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활성화되지 못한 가정폭력 신고를 더 감소시킬 것이라고 걱정했다.

여성계는 약 30만 명의 서명을 받는 등 이 법안에 반대했지만, 입법을 저지하지 못했다.

러시아는 공산체제 시절, 남녀평등을 위한 개혁 조치가 국가 주도로 시행돼 일부 분야에서는 서방국가들보다 양성평등 수준이 높다. 그러나 정치·임금·가정폭력 등의 측면에서 남녀 차별이나 여성 피해가 심각하고 양성평등 문화가 성숙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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