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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제정치학자 강성학 “높아지는 한반도 지정학적 위험, 동맹강화로 벗어나야”

[인터뷰] 국제정치학자 강성학 “높아지는 한반도 지정학적 위험, 동맹강화로 벗어나야”

기사승인 2017. 02. 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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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 인터뷰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동 아시아투데이 사옥에서 본지 김이석 논설위원실장과 대담을 하고 있다./사진 =송의주 기자songuijoo@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69)가 ‘21세기 지정학’이라는 키워드를 들고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안보와 외교, 정치에 대한 해법을 내놨다. 2014년 정년퇴임 후 한국지정학연구원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강 교수는 한국의 대표적인 국제정치학자다. 오랫동안 국제정치와 평화를 연구해왔으며 그의 각종 저서는 영미권과 일본, 중국 등에서 번역 출간돼 주목을 받았다.

강 교수는 최근 ‘한국의 지정학과 링컨의 리더십’(고려대 출판문화원)이라는 책을 냈다. 그는 “지정학적 조건은 변수가 아닌 상수”라며 “우리나라가 중진국이 되면서 국제적 위상이 달라진 것은 맞지만, 국가의 안보·생존이라는 근본적인 군사전략적 관점에서 봤을 때 달라진 것은 없다. 지정학적 조건을 우리 시대에 우리가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가 제시한 해법은 강대국과의 동맹이다. 그는 한미동맹에 대해 “우리가 원한다고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정성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사 문제로 껄끄러운 한일 관계에 대해선 “개인은 영원히 원한을 갖고 살다가 세상을 떠날 수 있지만, 국가는 영원한 것이기 때문에 원한에 맺힌 대외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책 후반부에는 작금의 한국 정치에 필요한 지도자로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을 제시한 뒤 그의 리더십을 분석했다. 그는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같은 한국 정치의 상황을 종결시키기 위해선 남북으로 분열된 미국을 통일하고 민주주의를 이룩한 링컨과 같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 인터뷰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 /사진=송의주 기자songuijoo@
◇다음은 강성학 명예교수와의 일문일답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만나는 한반도에서 부상하는 중국과 ‘미국 우선’을 외치는 미국 사이에서 우리나라가 균형자(balancer)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노무현 정부 때 ‘균형자론’ 나왔는데 제가 이전 책 ‘새우와 고래싸움’의 맨 뒷부분에 ‘우리는 균형자가 될 수 없다’고 적은 바 있다. 균형자라는 것은 모든 국가에 주어지는 특권이 아니다. 결정적으로 힘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나라만 할 수 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마치 우리가 균형자 노릇을 할 수 있고 용미(用美)·용중(用中)·용일(用日)·용러(用露)하면 우리가 독자적인 세계를 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미국, 중국, 일본이 바보도 아니고 상대국의 힘이나 리더십이 우리보다 부족하지 않다. 설령 다른 나라를 이용하고 싶을 때도 이용한다는 인상을 안줘야 성공하는 것이다.”

-동맹을 통해 힘을 가진 국가들과 연계가 중요하다는 입장이신데 한미동맹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한반도가 안정되고 평화가 유지되려면 주변국가들 간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 이 지역의 균형이 이뤄지길 바라는 나라는 당사자인 한국이다. 주변국은 균형이 아니라 지배하고 세력을 확장하고 싶어 한다. 과거 18~19세기 국가의 사례들이 이런 것을 보여줬다. 이 지역의 안정을 원하는 것은 한국과 멀리 떨어진 미국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 지역이 안정돼야 구태여 군사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우연적이지만 이 지역의 힘의 균형을 바라는 것은 한국과 미국이다. 이런 점에서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한미 동맹은 한국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전략에 따라 맺어진 것이다. 그때 맺지 않았다면 동맹이 가능하지 않았다. 그 동맹은 우리가 원한다고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동맹 관계는 매우 정성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이 미국과 동맹 국가이면서 동맹국 같지 않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과의 경제 관계 등을 고려하면서 외교가 친중(親中)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의 국방전략은 미국과의 동맹이다. 이렇게 외교와 국방 전략이 괴리가 일어나면 그 나라는 방향성을 상실하게 된다.”

-링컨이라고 하면 일반인들은 ‘노예해방’과 게티스버그 명연설 등으로 기억한다. 링컨이 어떤 정치적 리더십으로 미국의 분열 위기를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링컨은 분열된 조국을 통일하면서 철저하게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고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전쟁도 불사한 인물이다. 책의 맨 끝에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원하지만, 세계 역사의 주사위가 묘하게 돌다가 어쩔 수 없이 전쟁이 벌어진다면 승리해야 한다. 한반도 통일을 지향하는 지도자라면 링컨의 승전 리더십을 모델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정치적 지혜와 분별력, 군사 문제에 대한 전략적 감각을 지닌 링컨의 리더십은 작금의 한반도의 상황에 비춰봤을 때 우리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대선을 앞두고 있고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진행되고 있다. 국민들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그리고 미국의 선제 타격론 등으로 안보위기를 느끼고 있다. 링컨의 리더십을 통해 이런 상황에서 정치지도자들이 배워야할 점은 무엇인가.

“오늘날 한국의 정치는 오케스트라 연습장과 같은 상황이이다. 리허설 때처럼 지휘자 없이 오케스트라 멤버들이 자기 마음대로 각자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빨리 지휘자가 나와서 심포니를 연주해야한다. 링컨은 대통령직을 수행할 때 독재자라는 비난을 받을 만큼 강력한 지도자였다. 그러나 미국을 일치 단결시켜 전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남북전쟁에 승리해서 오늘의 미국을 만들어낸 인물이다. 탄핵 후 엄청난 대한민국의 혼란이 올 것이다. 이 때 링컨같이 국가의 통합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단호하고 용기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승만 대통령 같은 분이 학자적 면모가 있고 말년에 조국으로 돌아와 정치일선에 있던 드문 역사적 인물이다. 정치학적 연구 소재이기도 하고 경제학적으로도 한국 발전사에 미친 영향이 큰데 그분에 대한 평가는?

“이승만 박사의 독립운동 등을 포함해 전 생애를 본다면 아시아의 윈스턴 처칠급 인물이다. 처칠은 1939년 수상이 되기 전 연설문 모아 ‘While England Slept’(영국이 잠자는 중에)라는 책을 냈다. 이 책에서 그는 영국이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면서 나치즘, 독일에 대한 경고를 했다. 이 박사는 ‘Japan Inside Out’(일본 내막기)이라는 책을 통해 일본의 침략에 대비하라는 경고한 유일한 인물이었다. 전체국가의 침략적 위험을 사전에 꿰뚫고 경고한 그는 미국과 아시아인들에게는 처칠과 같은 인물이었다. 당시 이 박사의 정치적 안목이나 통찰력을 따라갈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대담 = 김이석 논설위원실장
정리 = 임유진 기자
사진 = 송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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