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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살려라”…떨떠름한 시중은행

“대우조선해양 살려라”…떨떠름한 시중은행

기사승인 2017. 03.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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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우조선해양 살리기에 나선 가운데 고통 분담에 따른 손실을 떠안게된 시중은행들이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다. 금융당국의 지침인 만큼 일단 따른다는 입장이지만 수천억원대의 손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차악(次惡)’을 택한 꼴이다. 만약 채권단 자율 협의가 실패하면 법원의 일률적 채무조정으로 1조원 이상의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이 재기할 수 있냐에 대한 우려도 큰 만큼 은행권 내부에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두번째 수혈에도 완치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당분간은 조선업황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운 만큼, 1~2년 뒤에 추가 지원에 나서야 하는 ‘애물단지’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주요 채권은행(NH농협·KEB하나·KB국민·신한·우리은행)이 정부의 방침대로 출자전환을 통한 채무 재조정에 들어갈 경우 5157억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3일 대출금 7000억원의 80%인 5600억원을 대우조선해양 주식으로 바꿔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1400억원은 만기를 5년 연기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현재 여건상 출자전환분은 대부분 손실 처리를 할 수밖에 없고 충당금 적립 비율도 높여야해 자금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출자전환을 하게 되면 당장 손실이 날 수밖에 없다. 현재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지분 보유 가치는 ‘1원’으로 사실상 ‘휴짓조각’인 셈이다.

충당금 부담도 만만치 않다. 충당금은 대출금을 떼일 것에 대비해 쌓아놓는 돈으로, 통상 출자전환 시 대출보다 회수 가능성이 떨어지는 주식을 보유하게 됨에 따라 위험등급 관리를 강화하게 된다.

만약 시중은행들이 대우조선해양 여신을 ‘요주의’에서 고정이하로 분류할 경우 추가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각 등급별 충당금 적립 비율은 각각 0.85%(정상), 7~19%(요주의), 20~49%(고정), 50~99%(회수의문), 100%(추정손실)다. 현재 우리은행을 제외한 주요 시중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여신에 대해 10~12% 수준의 충당금만 적립한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총 여신의 58%(1176억원)를 충당금으로 미리 적립해둬 둔 출자전환에 따른 추가 손실 여파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가장 큰 손실이 우려되는 곳은 KEB하나은행이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채무 재조정을 할 경우 3529억원가량의 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대출 위주의 여신을 보유한 KB국민은행도 1157억원가량의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 반면 선수금환급보증(RG) 위주의 여신을 보유하고 있는 NH농협·신한은행은 출자전환에 따른 손실액이 타은행 대비 적다. 예상 손실액은 NH농협은행 151억원, 신한은행 108억원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프리패키지드플랜(P-Plan)이 가동될 경우다. 마지막 관문인 회사채 투자자들과의 채무 재조정이 실패할 경우, 채권단을 상대로 한 법원의 채무조정이 시작된다. 또 P-Plan 시행으로 대규모 주문 취소가 나올 경우 은행들은 발주사에 RG에 대한 돈을 물어줘야 하는 등 손실 규모가 3배 수준으로 증가한다. 이 경우 시중은행의 예상 추가 손실액만 1조4386억원에 이른다.

그나마 신규 자금 지원이 포함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다만 은행권 일각에서는 1~2년 뒤에 또다시 신규 자금 지원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 커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2015년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뒤 ‘더 이상 추가 지원은 없다’고 확언했으나 결국 다시 원점이지 않나”라며 “조선업계에 다시 온기가 돌고 있다고는 하나 바로 1~2년 내에 성과로 나타나기는 힘들테고, 만약 또 다시 추가 부실이 발생할 경우 이에 따른 책임은 다시 은행들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당국의 지시일 뿐더러 P-Plan이 가동될 경우 손실 규모가 더 커지기 때문에 참여는 하고 있지만, 향후 대우조선해양이 정상화될 때까지 이 불확실성은 국내 은행들의 신용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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