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31일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기업구조조정-당면한 과제와 해법 마련’ 정책 세미나에서 이 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을 사례로 들며 부실 징후 기업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주거래 은행이 되는 현행 정부주도의 구조조정 방식에 대해 질타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이 급등하면서 2015년 10월 산은과 수은이 4조2000억원을 지원했다”며 “3년간 수주전망 및 자산매각 등을 고려해 지원을 결정했지만 당시 이 같은 분석은 비현실적이라는 우려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분석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2016년 하반기까지 추가 지원없이 정상운영, 2017년부터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 실탄을 대기 위한 11조원 규모의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가 조성됐지만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은 ‘밑 빠진 독의 물 붓기’였다.
박 교수는 “올해도 대우조선에 신규자금과 출자전환 등 6조7000억원 이상의 추가 지원이 이뤄졌다”면서도 “회생가능성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지원은 1년 정도 연명시켰다고 평가하는 게 맞다”며 “수주상황이 좋아져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내년 이맘때쯤 자본 문제가 다시 불거질지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부주도의 구조조정은 결국 도덕적 해이를 심각하게 불러일으킨다”며 “기업은 파산위험이 있기 때문에 주식손실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대주주가 경영에 열중하고, 후순위인 주주들과 채권자들도 경영감시에 참여한다”며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은 이러한 가정을 무너뜨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적자금 투입으로 가장 손해보는 것은 결국 국민”이라며 “산은과 금융위원회는 사실 어떤 패널티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가 제시한 해결책은 국책은행과 금융위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구조조정을 전면 중단하고 국책은행의 도움 없이 회생할 수 없는 기업에 대해서는 법원을 통한 회생 및 청산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산은과 수은은 정책금융공사로 축소·통폐합해 관치금융을 근절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교수는 “정부의 역할은 실업대책 및 지역경제 안정화에 초점을 맞춰서 재정 지출을 해야 한다”며 “STX와 대우조선에 지원한 돈을 이들 공장이 위치한 지역에 실업대책 예산으로 썼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재벌은 파이낸싱(자금조달)을 주식시장이 아닌 은행대출과 채권(회사채)에 의존하는 비뚤어진 구조를 갖고 있다”며 “자본시장의 정상화를 통해 정부가 주도하는 워크아웃을 없애고, 적은 자본으로 비정상적 출자관계를 이용해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재벌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현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주도의 구조조정이 친시장적 기업구조조정으로 가는 중간 단계 과정으로 일본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을 위해 도입한 정부계 펀드와 관민펀드를 소개했다.
현 연구위원은 “민간펀드(PEF)나 투자은행(IB)이 정착되기 전에 정부와 민간이 위험과 수익을 공유하는 다양한 형태의 관민펀드의 설계가 가능하다”며 “정부계펀드나 관민펀드 형태로 경험을 쌓고 축적해서 한국형 구조조정 방식으로 전환하는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