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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법률 저런 판결] ②영업비밀-회사를 옮길 자유는 어디까지인가

[이런 법률 저런 판결] ②영업비밀-회사를 옮길 자유는 어디까지인가

기사승인 2017. 06. 07.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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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악질 부장 밑에서 일하다가는 제 명에 못 죽을 것 같아”라며 김소심씨는 늘 자신의 능력을 시샘하는 직속상관의 부당한 태도에 치를 떨면서도 함부로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승강기 보수업체에서 전문기술직으로 근무해왔던 김씨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사교육비가 많이 들어가게 된 데다 아내가 둘째를 임신해서 살림이 빠듯하던 차였다.

그런데 어느 날 다른 승강기 보수업체에서 일하던 대학 선배로부터 일자리가 비었으니 이직하여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는다. 보수는 약간 더 올려주겠다고 했다. 소심씨는 두말할 것도 없이 승낙하고 이직을 결행했다. 사내에서 부장 등쌀에 견디기 어렵던 차였는데 보수도 약간 더 받을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대학 선배가 팀장으로 있는 경쟁사로 옮기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새 회사에서 행복감을 느끼면서 출근을 한 지 얼마 안 돼 김씨는 법원에 출두하라는 통지를 받는다. 퇴사한 회사가 전직금지청구소송이라는 것을 제기한 것이다. 회사의 영업비밀을 경쟁사에 넘길 염려가 있고, 또한 김씨가 전 회사 재직 중에 작성한 각서에 2년간 경쟁사에 취업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종종 들을 수 있다.

어떤 회사의 임직원들이 취급하는 정보가 영업상 중요한 비밀일 경우 그 임직원들에 대하여 퇴사 후 일정 기간 동안에는 경쟁사에 취업하거나 창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약정서를 만들어둔다.

회사의 입장에서 중요한 영업비밀을 취급하는 직원이 경쟁사로 이직을 해 그 영업비밀을 공개한다면 기업 운영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이 같은 약정서를 근거로 회사 직원의 경쟁사 취업을 금지하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영업비밀 보호를 이유로 경쟁사 취업을 막는 것이 여의치 않을 것에 대비해, 회사는 아예 재직 중에 또는 퇴사 즈음에 직원에게 “앞으로 경쟁사에 취업하지 않을 것이고 영업비밀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아 놓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이러한 각서가 항상 유효하게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퇴사한 직원으로서는 당장 먹고살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과 경험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본 김씨의 사례는 실제 법원에서 판결로 선고된 사건을 약간 단순하게 재구성한 것이다. 법원은 전직금지 약정의 유효성은 △근로자에게 대가를 제공했는지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이익이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위 사례에서 법원은 회사가 김씨에게 전직금지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을 이유로 전직금지 약정이 양씨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고 보았다.

다만 십여년 넘게 승강기 보수 관련 업무에 종사해 온 김씨가 경쟁업체를 제외한 다른 업체로 이직이 사실상 어렵고, 전직금지에 대한 대가를 받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2년의 전직금지 기간은 과도하고, 퇴직일로부터 1년의 범위에서만 유효한 것으로 판단했다.

물론 전직금지를 둘러싼 사례는 매우 다양하고 사안마다 별개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지만 전직금지 약정은 일정한 기간 내에서는 유효하다고 판단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최승수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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