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T 등 중국 인터넷 공룡, 사이버보안법에 해외 진출 발목

중국에서 지난 1일 발효된 사이버보안법이 자국 인터넷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에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새로운 사이버보안법으로 중국의 인터넷 고립이 심화될 전망이라면서,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자국의 주요 인터넷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최근 전했다.

매체는 이 사이버보안법에서 특히 ‘중국의 사업자들이 수집·생성한 중요 데이터 및 개인 정보는 자국 내에 저장할 것’을 요구하는 37조가 가장 부담스러운 조항이라고 지적하면서 특히 중국의 인터넷 거대기업인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를 지목했다. 만일 이러한 데이터 현지화 조치가 엄격해진다면 이들 기업이 자사의 사업 모델 및 플랫폼을 해외로 확장하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중국 정부의 엄격한 인터넷 검열 하에 글로벌 경쟁사들이 저지되면서 B.A.T 같은 중국 기업들이 ‘울타리가 있는 정원’ 같은 자국의 인터넷 환경 내에서는 큰 존재감을 갖고 있지만 세계 무대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발효된 사이버보안법이 혁신에 제동을 걸고 중국 기술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 기업은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는 자국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일례로 알리바바의 경우 2036년까지 전세계 이용자 수를 20억 명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난해 동남아시아 최대 온라인 쇼핑몰 ‘라자다’를 인수해 동남아 진출 계획을 세웠으며 자사의 간편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를 인도·태국·러시아 등에서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텐센트의 ‘위챗페이’도 최근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시트콘’과 제휴를 맺고 미국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FT는 그러나 사이버보안법이 중국 기술 업계의 폐쇄성을 더욱 악화시켜 자국 기업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최고 성과물에 맞서 경쟁하는 데 장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중국 인터넷 인구에 의해 생성된 거대한 데이터는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해외로 뻗어나가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자산이라고 표현했다. 그동안 중국 정부의 모호한 인터넷 규제로 외국 경쟁사들이 방향을 잃으면서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간접적인 혜택을 누려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 새로운 법은 자국 인터넷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위해 ‘만리 방화벽(Great Firewall)’을 뛰어넘으려는 시기에 이를 더욱 강화할 소지가 있어 이들에게도 역시 악재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전세계적으로 보호주의 움직임이 커지는 가운데 다른 국가들도 중국 정부의 조치에 맞대응하고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미국은 자국 시장에 대한 중국 인터넷 기업들의 참여 확대를 제한하는 방법을 찾아 나서는 데 많은 이유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닛케이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