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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정부vs농민, ‘스마트 농업’을 둘러싼 분쟁

김지수의 기사 더보기▼ | 기사승인 2017. 06. 1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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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스카이 그린스 홈페이지
아시아투데이 김지수 기자 = 과학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농경법’을 둘러싸고 싱가포르 정부와 농민들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도심지를 지나 북쪽으로 향하다 보면 군사지역을 의미하는 붉은색 경고 간판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 더욱 북쪽으로 올라가면 말레이시아와의 국경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작은 시민농장들과 비닐하우스 등이 모여있는데, 이같은 도시 근교 농장들은 현지에서 소비되는 야채와 생선의 약 10%를 담당한다. 나머지 90%는 모두 수입에 의존 중이다.

게다가 이 도시국가는 수자원도 부족해 물도 60%를 수입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싱가포르의 식량 안보는 국경이 계속해서 열려 있고, 이웃 국가의 잉여 생산품을 사들일 수 있을만큼 국가가 부유함을 유지한다는 전제가 있어야만 유지할 수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기후 변화가 심해지고 보호주의의 거센 파도가 몰아치면서 싱가포르는 자국의 부족한 농업 분야 생산성에 대해 재고하게 됐다. 그러나 정부의 농업 분야 지원에 대한 접근책이 실제 농민들이 원하는 지원책과는 동떨어진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2014년 싱가포르 크란지 지역의 60여개 이상의 농장들은 자신들이 경작하던 땅이 2017년 6월부로 계약이 만료되고 더이상 계약이 갱신되지 않을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원래 군에 배정 돼 있던 이 땅이 ‘텡가 뉴타운’ 사업을 위한 주택 개발지로 용도변경 됐다는 것이 이유다. 대중의 반발로 인해 이 지역 대부분의 농장들은 2016년까지 2년 간의 유예 기간을 얻었지만, 그것이 마지막 배려였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 지역 농경지를 더욱 소규모로 바꾸고 이를 오는 8월 공개 입찰에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이 지역 농부들은 반발하고 있다. 자신들이 농장 입찰에 성공한다는 보장이 전혀 없는데다 새로 입찰에 들어가는 농경지의 비용이 매우 비싸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농민들과 정부가 특히 갈등을 빚는 부분은 ‘스마트 농업’을 둘러싼 토지 문제다. 정부는 하이테크 농경으로의 전환을 원하고 있다. 각종 신기술을 활용해 최소한의 작은 땅에서 최대한의 식량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땅에 작물을 심는 방식이 아니라 통에다가 작물을 경작해 수경재배 등의 방식으로 작물을 재배하겠다는 것. 이 방법을 활용할 경우 토질은 그리 중요한 고려사항이 아니라는 것이 정부 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이러한 방식으로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스카이 그린스 농장’은 금속으로 틀이 짜여진 고층 온실 속에서 트레이에 식물을 심고 마치 관람차처럼 트레이를 천천히 회전시켜 햇빛을 쬐이고 있다. 일부는 영양분이 풍부한 용액에서 수경재배 방식으로 재배되고 있으며, 스프레이 방식으로 재배되는 작물도 있다. 이 농장을 운영하는 잭 응은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면 전통방식보다 토지 1㎡ 당 최대 10배나 더 많은 작물을 재배할 수 있으며 사용하는 물의 양은 5%밖에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직 수입산 식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은 낮지만 이미 NTUC 슈퍼마켓 체인과 판매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크란지 지역 40여개 농장을 대표하는 ‘크란지교외지역연합’의 만다 푸 회장은 정부의 ‘스마트 농업’ 정책이 정부가 농민의 현실을 모르는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는 모든 농민들이 고층 구조물을 지어 농사를 짓는 것을 기대하는 모양이지만, 실제로 식량을 생산하는 주변 농부들은 ‘토질이 나쁘면 아무것도 길러낼 수가 없다’고 말한다”면서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들은 기술만 있으면 무조건 다 할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지만, 그것은 실생활에서 검증되지 않은 방법”이라고 반박했다.

싱가포르 경영대학 유진 탄 조교수는 “국가가 스마트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농업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면서 “따라서 ‘스마트 농업’은 사치가 아니라 필수적 요소라고 봐야한다”고 정부측의 입장을 옹호했다. 그는 “싱가포르에서 토지는 갈수록 귀해지고 있다. 소규모 농지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하이테크 기술을 적용한 수직적 농업이 필수적이다. 정책입안가들이 고려할만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크란지교외지역연합의 푸 회장은 “토지가 없는 것이 아니다”라며 “싱가포르를 둘러보라. 쓰이지 않는 땅이 어디에나 있다. 군대가 토지의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골프장이 2%, 농경지는 겨우 1%의 땅만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토지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왜 농민들을 몰아내고 있는 것 같냐는 질문에 푸 회장은 “농업이 아파트를 짓는 것만큼의 돈을 벌어다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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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kim@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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