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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투자를 보는 두 개의 시선, 호주 다윈항 개발 놓고 주정부vs연방정부 입장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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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승인 : 2017. 07. 19. 17:05

중국 기업이 참여하는 호주 북부 다윈항 인프라 개발사업을 놓고 호주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시각이 정반대로 갈리고 있다. 주정부는 중국 자금 유입으로 인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반기고 있는 반면, 연방정부는 중국의 확장 야욕에 대한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1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억만장자 예청이 설립한 ‘랜드브리지’사는 2015년 5억 400만 호주달러(약 4482억 원)를 내고 2015년 다윈항의 토지와 건물을 99년간 장기 임대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예청은 10억 호주달러(약 9000억 원)을 추가 투자해 항구를 개발하고 토지를 추가 매입, 이곳을 아시아로 향하는 호주의 관문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당연히 이 항구 개발이 중국이 국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9000억 달러(약 1010조 원) 규모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이뤄지기를 원하는 입장이다.

이에 호주의 주정부와 현지 업계는 랜드브리지의 투자로 인한 현금 유입을 환영하고 있다. 투자로 인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 되면 일자리가 만들어질 뿐만 아니라, 다른 중국기업들의 추가 투자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호주 연방정부는 랜드브리지가 항만·전력·가스와 같은 핵심 인프라에 욕심을 내는 것에 더해 이 기업의 재무 건전성에까지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랜드브리지가 2015년과 2016년 채권 발행에 실패한 데 이어 중국의 정책은행인 중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또다시 대출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 2016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랜드브리지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 321억 위안(5조 3400억 원) 중 부채가 209억 위안(약 3조 5000억 원)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윈이 노던 준주의 주도(州都)로 미군이 해군기지를 운영하는 지역인 것도 연방정부가 우려하는 사안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1년 다윈에 미 해군 상설기지 설치 계획을 밝힌 이후 미 해군은 2012년부터 이곳에 해병대 병력 1200여 명을 순환배치 해왔고, 주요 시설인 해저 케이블의 종착점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연방정부는 중국 기업이 이곳 항구를 인수함으로 인해 미국과 외교 마찰을 빚게 되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 근심하고 있다. 실제로 2015년 당시 호주 언론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맬콤 턴불 호주 총리에게 랜드브리지의 다윈항 인수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은 데 대해 화를 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싱크탱크 호주전략정책연구원은 랜드브리지가 중국 군 및 공산당과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다윈항 매각으로 미국과 호주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터 제닝스 호주전략정책연구원 원장은 “다윈항 매각은 항구의 접근성과 미래의 개발 가능성에 대한 위협은 물론 안보 기밀 유지와 관련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랜드브리지 측은 호주전략정책연구원 측의 주장에 대해 호주 언론을 휩쓸고 있는 ‘차이나 패닉(중국 공포증)’ 분위기에 휩쓸린 것 뿐이라고 반박하는 입장이다.

테리 오코너 다윈항 최고경영자(CEO)는 랜드브리지가 미군을 다윈항에서 축출할 것이라는 의혹은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이번주에도 다윈항에 미군 군함을 맞이했다. 미 해군의 순환 배치도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모든 것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주 연방정부가 의심어린 눈으로 다윈항을 바라보는 것은 올해 중국이 호주 정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든다는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드니모닝헤럴드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앤드류 롭 전 호주 연방 무역투자부 장관은 정치를 그만두자마자 몇 주도 안돼 예청의 ‘경제 컨설턴트’가 되면서 컨설팅 대가 명목으로 1년간 총 88만 호주달러(약 7억 8320만 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평가들은 랜드브리지가 지난해에만 9억 달러를 들여 호주와 파나마의 항구 이용권한을 사들이는 등 국제적으로 확장하는 것이 중국 정부의 정치적 목표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닝스 호주전략정책연구원 원장은 “사업을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와 연계해 진행함으로써 그들은 중국 정부로부터 재정을 싸게 마련할 수 있다”면서 “랜드브리지가 파나마에 투자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파나마가 대만과의 단교를 선언했다. 이 때문에 예청은 중국 정부의 눈에 더욱 들게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클 휴는 랜드브리지의 다윈항 투자로 인해 다른 중국기업들도 호주 북부를 주목하는 계기가 돼 다른 중국기업들도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진행된 이 지역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지역은 호주 대륙의 40% 면적을 차지하고 있지만 인구는 5% 미만이 거주하고 있다.
김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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