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가 커지면 힘이 세지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속 빈 강정’이 되어선 곤란합니다. 잘 나가는 우리 증시에도 최근 들어 ‘외형 성장에 치우친 나머지 투자자 보호나 시장감시 등 내실을 등안시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증시는 장내·장외 시장을 포함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코스닥시장, 코넥스시장, KSM(KRX 스타트업 마켓) 등 한국거래소 주도의 시장 외에도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장외시장인 K-OTC, K-OTC BB, K-OTC PRO 등이 포진해 있습니다. 공식 거래 시장만 7개에 달합니다.
전 세계 자본시장을 움직이는 미국 증시는 어떨까요. 오랜 자본시장 역사와 통합 과정을 거쳐 뉴욕증권거래소(NYSE), 나스닥, 아메리카증권거래소(AMEX) 등 3개 증시를 핵심 축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우리 시장과 비교하면 무척이나 단순한 구조입니다.
2013년 7월 개장한 코넥스시장은 출범 3개월 만에 시총이 반토막 나자, 이후 상장요건 완화, 코스닥 이전 패스트트랙 도입 등 온갖 혜택이 쏟아졌습니다. 손쉬운 상장은 시장규모를 키우고 자본조달을 쉽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엄격한 시장감시를 통한 리스크 관리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뜻도 됩니다. 코스닥 이전상장을 위한 ‘뻥튀기’ 공모가 논란도 여전합니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절대적인 코스닥시장까지 리스크가 번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KSM의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장외주식 거래를 위한 코넥스나 K-OTC와 차별점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6개월간 KSM에서 거래된 종목은 단 2개뿐입니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입니다. 개인투자자의 참여가 허용되면서 비상장주식 특유의 정보 비대칭성에 대한 우려도 여전합니다.
KSM-코넥스-코스닥으로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를 통해 기업이 발전하고 자본시장도 활성화한다는 취지는 백번 말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하지만 시장을 키우는 것 못지 않게 엄정한 감시를 통한 투자자 보호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겨야 할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