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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마음만 급한 전기동력 자동차 양산

[칼럼] 마음만 급한 전기동력 자동차 양산

기사승인 2017. 10.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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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본 -이항구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
디젤 게이트 이후 독일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전기동력화 계획을 발표한 후 볼보, GM, 포드, 도요타와 르노닛산도 전기동력 자동차의 모델 다양화와 양산 계획을 잇따라 밝히고 있다. 주요국 정부도 환경과 연비 규제에서 나아가 2025년부터 디젤자동차를 포함한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를 아예 금지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더 이상 국내 자동차산업의 전기동력차 개발과 상용화 부진을 문제 삼고 싶지 않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전기동력화 부진이 배터리 공급 차질 때문이라는 주장도 귓전에 와 닿지 않는다. 국내에서의 부정적인 평가와는 달리 전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가성비가 높은 전기동력 모델을 조기에 상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은 물론 구미 기업과 국가가 공동으로 고성능 배터리 개발과 생산에 나서고 있어서 세계 최고의 배터리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업체들마저 경쟁에서 밀려날까 우려스럽다.

국내 자동차 부품과 소재 업체들은 전기동력에 이어 자율주행자동차의 상용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으나 무엇을 어디서부터 바꾸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이처럼 국내 자동차산업이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그 동안 성장을 뒷받침해 온 빠른 추격자 전략과 수직통합적인 산업구조와 전속거래 구조에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과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자국 정부와 힘을 합해 전기동력 자동차 개발과 상용화를 적극 추진해 왔다. 그러나 국내 완성차업계는 단기 수익을 고려해 외국 경쟁사들이 양산단계에 진입한 후 신속히 추격하면 된다는 근시안적이고 안이한 생각에 빠져 있으며, 이를 지지하는 세력도 만만치 않다. 스피드를 강조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내연기관 시대의 추격 전략이 아닌 전기동력 자율주행자동차의 빠른 출시라는 점을 아직도 간과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전기동력차 판매는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의 1%를 상회하는 100만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 국내 전기차 수요는 1만4000대로 전 세계 수요의 1.4%에 그칠 것이며, 국내 완성차업체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도 3%에 그칠 전망이다. 이러한 판매 부진에 따라 한국은 세계 1위의 배터리 경쟁력과 5위의 전기차 기술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종합 경쟁력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전기동력차와 같은 신제품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내수시장에서 수요를 조기 창출하고,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성능을 향상시키는 한편 양산을 통해 가격을 떨어뜨려서 안정적인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또한 신기술 개발과 상용화의 위험과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간 협력과 산학연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지난 몇년간 외국 전문가들은 한국이 내연기관의 빠른 추격자 지위에서 벗어나 전기동력자동차시대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고 평가해 왔다. 완성차, 내연기관 부품, 배터리 등 전자부품, 소재, 통신, 전기,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등 관련 기업의 경쟁력이 세계 수준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간 협력이 부진하다는 사실을 인지한 외국 기업들은 합종연횡을 확대해 전기동력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고 한국기업의 추격을 뿌리친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외국 기업들의 협력대상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의 다중 융합(Trivergence)을 촉진하기 위해 과거와는 달리 창업 중소기업까지 확대되면서 투자와 고용을 창출하고 있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볼 때 전기동력차가 내연기관자동차를 빠르게 대체하지는 않을 예상이다. 그러나 미래의 소비자들인 10대~20대 소비자들이 친환경 자동차에 대해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 양판을 통해 사회적 책임이 강한 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이 늦어질 경우 국내 자동차 업계의 세계시장 점유율 유지는 어려울 전망이다. 진정한 혁신은 추진하지 않으면서 친환경 자동차산업을 주도하겠다는 국내 완성차업계의 대오각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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