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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성재 플런티 공동창업자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국내 대기업-스타트업 시너지 물꼬 트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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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기자

승인 : 2017. 11. 29. 06:00

황성재
황성재 ‘플런티’ 공동창업자 겸 최고제품책임자(CPO)이자 / 제공=퓨처플레이
“아이폰X(텐)에 새로 탑재된 12가지 신기능은 모두 애플이 인수한 스타트업에서 나왔다. 국내 대기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 마인드로 외부에서 혁신기술을 수혈하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시대에 도태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황성재 ‘플런티’ 공동창업자 겸 최고제품책임자(CPO)는 28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플런티가 삼성전자가 인수한 첫 국내 스타트업이 된 것을 계기로 향후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 사례가 더 활성화되었으면 한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황 씨는 플런티의 공동창업자로서 현재는 IT 관련 초기 스타트업을 보육하고 투자하는 엑셀러레이터인 ‘퓨처플레이’의 CCO(Chief Creative Officer)로 활동중이다. 황 씨와 김강학 플런티 최고경영자(CEO), 손정훈 최고기술자(CTO)는 국내에 AI(인공지능) 기술이 주목받기 전 2014년 플런티를 공동설립했다.

당시엔 구글 딥마인드의 AI 프로그램 ‘알파고’나 아마존 ‘에코’ 등이 세상에 나오기도 전이지만, 이들은 머신러닝·딥러닝 등 AI 신기술의 미래 성장성을 감지하고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카이스트, 스탠포드대학교 출신 3명은 LG전자·KT 등에서 활동하던 머신러닝 엔지니어 2명과 함께 대화형 AI 서비스인 플런티를 만들었다.

카이스트 출신인 황 씨는 AI 기술이 뜨기 전부터 스마트폰 관련 특허나 기술을 삼성전자에 다수 이전하면서 삼성전자와 인연을 맺게 됐다. 그러다 지난해 플런티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크리에이티브 스퀘어’ 1기로 선정되면서 삼성전자 개발팀과 본격적으로 협업하게 됐다.

황 씨는 “크리에이티브 스퀘어는 삼성전자가 외부 스타트업과 접점을 강화하기 위해 실험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라면서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이 내부 임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지원한다면, 크리에이티브 스퀘어는 외부 기술을 삼성전자에 활용할 방법을 찾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플런티는 지난 1년간 삼성전자 우면동 R&D센터에서 1억원을 지원받으며 AI 기술 활용도를 논의해오다 이번에 빅스비팀에 합류하게 됐다. 삼성전자가 국내 스타트업을 인수한 것은 플런티가 처음이다. 빅스비의 기능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지속적인 투자처가 필요한 플런티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플런티가 보유한 대화 자동화 및 자연어 이해 기술을 흡수해 빅스비 기능 향상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황 씨는 “구글이 ‘AI 퍼스트’ 전략으로 앞서 나가고 있듯이 삼성전자도 빅스비로 AI 플랫폼 시장 형성에 나서고 있다”면서 “플런티는 미국 기업인 비브랩스보다 한국어 데이터 처리 등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현업에 있는 개발자들과 커뮤니케이션도 쉽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 AI 플랫폼 개발기업인 ‘비브랩스’를 인수해 AI 서비스 ‘빅스비’를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했지만, 시장의 기대치에 못미친다는 평가가 나오자 추가 인력 및 기술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플런티 인수에 대해 “(플런티의) 기술을 받아 쓴다기 보다는 (플런티) 인력들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인수한 것”이라며 “외부 인재들의 아이디어들을 흡수할 필요가 있을 경우 얼마든지 영입 또는 인수합병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플런티의 대화형 AI 플랫폼(‘챗봇’)은 카카오톡, 페이스북, 네이버 톡톡 등 대부분의 메신저에서 사용할 수 있어 주문·예약·고객응대 등 반복적인 고객 상담이 발생하는 분야에 활용된다. 플런티는 삼성전자에 인수되기 전 SK텔레콤의 AI 서비스 ‘누구(NUGU)’와도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황 씨는 삼성전자가 4차 산업시대에 구글, 애플보다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모든 사물이 연결되는 ‘스마트홈’ 시대에 TV·냉장고·세탁기 등 플랫폼화 할 수 있는 ‘하드웨어’가 탄탄하기 떄문이다.

황 씨는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삼성전자는 아마존도 부러워할 만한 탄탄한 하드웨어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면서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빅스비가 가전 제품에 탑재되기 시작하면, 구글·애플보다 더 많은 플랫폼을 가질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플런티의 협업이 국내 대기업들과 스타트업 간 ‘윈윈’ 사례로서 새로운 전환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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