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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미 CNN방송에 틸러슨 장관의 발언과 관련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북한과 대화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선적으로 북한이 더 이상의 도발을 삼가야 하며, 비핵화에 대해 진정성 있고 의미있는 행동을 취해야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진정성 있고 의미있는 행동’과 관련해 “더 이상의 핵·미사일 발사가 없어야 한다는 내용은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최근 미사일 실험한 것을 봤을 때, 지금은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날 틸러슨 국무장관이 워싱턴DC에서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과 국제교류재단이 공동 주최한 ‘환태평양 시대의 한·미 파트너십 재구상’ 토론회에서 연설을 마친 후 가진 문답에서 “우리는 (북한과) 전제조건 없이 만남을 가질 준비가 됐다”고 한 발언을 부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국무부도 백악관과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틸러슨 장관의 전날 발언과 관련 틸러슨 장관이 새로운 정책을 수립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틸러슨 장관이 백악관의 그간 입장과 대치되는 새로운 정책을 세운 것이냐는 질문에 “새로운 정책을 수립한 게 아니다. 우리의 정책은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무엇보다 외교가 우리의 최우선 순위였으며, (그런 면에서) 우리의 정책은 바뀐 게 없다”면서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으며, 우리가 그동안 줄곧 말해오던 것”이라고 밝혔다.
노어트 대변인은 하지만 “우리는 북한이 한반도의 평화로운 비핵화에 대한 진실된 대화에 나설 의지가 있어야 북한과의 대화를 열어놓을 것”이라며 “지금은 그들(북한)이 마주 앉아 그런 종류의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어느 시점에는, 적절한 시기에 대화를 할 의지가 있다고 오랫동안 얘기해왔으나 분명히 지금은 그러한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고 거듭 북한과 대화할 시기가 아님을 강조했다.
한편 미국이 이미 외교 경로로 ‘대화를 위한 대화’의 뜻을 북한에 전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본 아사히신문이 북·미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14일(한국시간) 서울발 기사로 “북한 측은 대답을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국가 핵전력의 완성’을 강조하며 자신에게 유리한 형태로 핵보유국으로서 군축 협상을 요구할 태세”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미국 측의 제안에 대해 “서로 주장을 직접 들으려는 의미”라며 협상보다는 긴장 완화 측면이 강하다고 신문에 밝혔다.
그러나 북한 소식통은 “북한이 지난달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을 발사하기까지 75일간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바뀔지 주시한 것”이라며 화성-15형 발사는 북한의 대미 정책에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북한도 미국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기에 국면 전환을 도모하려는 것이 속마음”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