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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6월 발생한 영국 런던 그렌펠 아파트 화재 사고를 계기로 국내 30층 이상 고층 건축물에 대한 외장재 사용 현황을 조사해 화재안전 성능평가를 연 1회 전수검사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고층 건축물 화재안전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30층 이하 복합건축물의 경우 이번 사고처럼 복잡한 구조에 유동인구가 많은 데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안전조사를 진행하지 않아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22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8월 국토교통부와 소방청이 공동으로 마련한 고층건축물 화재안전대책에는 30층 이하 건축물에 대한 화재안전 성능평가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내년에 관련 예산 3억원을 책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을 뿐이다.
이 대책은 30층 이상 고층건축물에 대한 화재 안전대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당시 정부는 가연성 외장재를 사용한 30층 이상 건축물에 대해 화재안전 점검 체크리스트를 마련해 안전평가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소방관서에 화재진압 및 예방 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외에도 가연성 외장재 성능개선을 유도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건축물 관리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이번 사고가 발생한 건물과 같은 저층 복합건축물에 대한 대책은 미비했다.
더욱이 21일 국토부와 행안부가 발표한 건축물 단열재 부실시공 방지대책에는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15일까지 37개 지방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6층 이상 건축물의 단열재 시공상태 등에 대해 안전감찰을 진행했다는 내용이 포함됐으나 관련 감찰은 표본조사에 그치는 등 정부의 저층 건축물에 대한 안전 관리 대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소방산업 관련자는 “영국 런던 아파트 화재로 급하게 국내 고층건물에 대한 대책을 내놨지만 사실 복합건축물 등이 사고위험에 더 노출돼 있다”며 “고층건물 화재용 장비부족 등 고층건물 화재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저층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화재 안전점검도 함께 진행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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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드라이비트의 경우 6층 이상 건물의 가연성 외장재 사용금지가 의무화된 2015년 이전에 적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드라이비트는 2009년 복합건축물이 늘어나면서 전방위적으로 사용된 공법으로 스티로폼 등의 가연성 소재 위에 석고나 페인트를 덧바른 마감재다. 단열효과가 좋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 때문에 다중이용시설 등에 많이 적용된다.
도심형생활주택과 저층 복합건축물에 대한 이렇다 할 소방안전 규정은 많지 않은 상황으로, 특히 일부 법률이 제정되기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은 사실상 화재에 무방비 상태나 다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소방청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경찰·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정밀감식을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인명피해는 사망 29명, 부상 29명이다. 사망자 중 23명이 여성으로 확인됐다.
제천시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유가족 전담 직원을 파견해 1대 1 지원과 함께 지역건강증진센터와 연계해 유가족 심리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이근규 제천시장은 “억울함이 없도록 관련기관과 적극 협력해 원인규명과 법적 조치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유가족 의견을 수용해 부상자 진료비와 사망자 장레비용 등을 최대로 지원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