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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백사청송(白沙靑松)의 해변을 지키는 지혜

[기고] 백사청송(白沙靑松)의 해변을 지키는 지혜

기사승인 2017. 12.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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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석 차관(1)
강준석 해수부 차관
해양에서 발생하는 재해 중 일상생활과 관계없거나 먼 미래의 일로 여겨지다가 어느 순간 갑작스레 큰 피해를 당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연안침식이다.

연안침식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이며, 특히 매년 겨울철이면 너울성 파도가 기승을 부리는 동해안은 더욱 심하게 몸살을 겪는다.

실제 수십 미터, 넓게는 백 미터의 폭을 자랑하던 백사장이 최근 10~30년 사이에 거의 사라져 이미 기능을 상실한 해수욕장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올해 실시한 연안침식 모니터링 결과에서도 국내 250개 주요 해안 중 55%에 해당하는 138개소가 침식이 우려되거나 이미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안침식으로 백사장이 사라지면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잃게 되어 지역 주민들의 소득원이 타격을 입는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주민들의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는다는 점이다.

본래 백사장·사구 등으로 이루어진 해변은 태풍·해일과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 1차적인 충격 흡수 기능을 한다.

이처럼 완충공간의 역할을 하는 공간인 해변이 줄어들게 되면 주민들의 주거와 생업의 공간조차 재해에 직접 노출되어 그 피해가 심각해지는 것이다.

정부는 심화되는 연안침식 피해를 줄이고 안전한 연안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먼저 침식이 심각한 지역을 중심으로 연안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900억 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하여 연안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전국 주요 해안의 침식 상황을 꾸준히 관찰하여 관련 자료를 축적해나가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우리 연안 특성에 최적화된 해안지형 변화 예측 모델을 개발 중이다.

침식 피해 발생 우려가 높은 지역은 미리 ‘연안침식관리구역’으로 지정해서 침식을 유발·심화시키는 개발행위를 제한하는 등 사전 예방책도 강화하고 있다.

우리보다 수십 년 먼저 연안침식이라는 난제에 대응해온 선진국들은 좀 더 과감하고 도전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영국·호주 등은 완충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건설제어선 또는 연안후퇴선을 두어 해안으로부터 일정거리 내 개발을 제한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복원·보전이 필요한 해안의 토지를 정부가 직접 매입하기도 한다.

최근 2012년 허리케인 샌디(Sandy)로 파괴되었던 뉴욕 해안이 복구되는 모습이 드러나고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재해에 강한 연안을 만들기 위해 바다와 접한 공간은 과감히 비우고 넓은 해안사구와 완충공간을 조성하는 ‘후퇴 개발’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뉴욕의 높은 지가를 고려할 때 넓은 공간을 개발하지 않고 비워두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겠지만,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재해에 미리 대응하는 지혜로운 방법이라 생각된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안면도 꽃지해변 연안정비사업에서 해안도로와 옹벽 등의 인공구조물을 철거하고 자연사구와 방풍림을 복원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내년부터 용역에 착수하는 제3차 연안정비기본계획에서도 사구·방풍림 등 자연자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구체화해나갈 계획이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넓고 깨끗한 백사장과 울창한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백사청송(白沙靑松)’의 해변을 해안경관의 으뜸으로 여겼다.

연안침식의 위협을 받는 오늘날 우리에게 있어 백사청송의 해변은 가장 아름다운 해변일 뿐만 아니라 가장 안전한 해변의 모습이 아닐까?

이제 우리에게도 연안공간을 비워서 가치를 높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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