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영국의 자존심과 에너지 전환

논설위원실 기자 | 기사승인 2018. 01. 0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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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희 연세대 특임교수
우태희 연세대 특임교수 / 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영국인은 자존심이 매우 강한 민족이다. 막강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대영제국의 유니온 잭이 전 세계를 누볐고, 18세기 산업혁명을 이끌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G1 자리를 내주기 전까지 영국은 군사·산업·과학기술 등에서 세계의 리더로서 군림해왔다. 에너지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 첫 석탄발전소는 1882년 런던에 세워졌다.
 

영국은 전력시장 운영규칙을 가장 먼저 만든 나라이다. 용량요금(CP), 차액계약(VC) 등 우리나라 전력시스템 운영의 근간은 영국에서 배워온 제도들이다. 세계 최초로 원전의 상업운전에 성공한 국가도 영국이다. 최초의 원자로와 원전은 각각 미국(1952년)과 구(舊) 소련(1954년)이 만들었지만, 경제성이 확보된 상업원전은 영국(1956년)이 처음으로 해냈다. 영국은 고리원전 1호기에 터빈과 발전설비를 공급한 원전종주국이기도 하다.
 

그러던 영국이 최근 에너지 대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첫째, 탈석탄정책이다. 영국은 유럽 최대 석탄발전국의 오명을 지우기 위해 2025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소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80% 감축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이다. 폐쇄되는 석탄발전소들은 대부분 천연가스 발전소로 대체될 예정이다. 5년 전 전체 발전량에서 40%를 차지했던 석탄발전이 지금은 9.2%까지 줄어들었다.
 

작년 4월21일은 석탄으로 산업혁명을 일군 영국으로서는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91세 생신을 기념하는 이 날 영국에서는 석탄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전국에 전력을 성공적으로 공급했다. 135년 석탄발전 역사상 처음으로 온종일 석탄을 쓰지 않은 날로 기록되었다.
 

둘째, 신재생에너지 공급과 일자리 창출정책이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걸림돌이 되는 기존 제도들을 과감하게 뜯어고치고, 시장개혁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 낙찰 경매방식을 도입해 가격인하를 유도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도와 정부보조를 병행하고 있다. 그 결과 작년 기준 영국의 최종에너지 소비 중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달한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으로 2022년까지 25만개의 녹색 일자리를 만들어 낼 계획이다.
 

셋째, 집중적인 해상풍력 보급정책이다. 영국은 전 세계에서 해상풍력 에너지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이다. 전체 발전량의 11.5%를 풍력이 뒷받침해주고 있다. 6년 전만 해도 해상풍력이 전무했던 영국이 단기간내 달성한 업적이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앞으로 영국 정부는 현재 5.1GW에 이르는 해상풍력설비를 2020년까지 10GW로 늘리겠다는 당찬 계획을 발표했다.
 

그렇지만 여러 혁신적인 정책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원전만큼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2020년경 북해 유전이 고갈되면 자국 에너지안보를 확보할 현실적 대안이 원전밖에 없기 때문이다.
 

작년말 우여곡절 끝에 한전이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자인 누젠(NuGen) 지분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 아직 도시바와의 협상과 영국 정부의 최종승인 절차가 남아있다. 우리가 콧대 높은 영국인들의 마음을 사려면 양국간 에너지 협력강화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원전건설과 운영경험은 우리가 많을지 모르나 영국으로부터 원전해체, 해상풍력 등 배워야 할 첨단기술이 많이 있다.
 

새 정부에서 에너지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벤치마킹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에너지협력을 통해 영국의 자존심을 최대한 살려주면서 에너지전환에 따른 정책적 경험을 공유하고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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