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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석해균 선장 같은 의인 보호할 법제도 갖춰야

[칼럼] 석해균 선장 같은 의인 보호할 법제도 갖춰야

기사승인 2018. 01. 0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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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성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입법이론실무학회 회장

박균성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석해균 선장은 우리 국민들이 아덴만의 영웅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선박을 점거한 해적을 우리 해군이 제압하는 것을 돕다가 총상을 입어 생명이 위독하게 되었지만 다행히 국가의 수송작전으로 국내로 이송되어 아주대병원 외상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져 모두 안도했다. 여기까지는 국가가 국가다웠다. 그런데 국가가 그런 아덴만의 영웅의 치료비를 일부 지급하지 않아 미납되고 있다는 소식에 모두 놀랐다. 말로는 영웅이라고 하면서 치료비까지 인색하게 구는 게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국가가 이를 부담키로 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치료비뿐만 아니라 부상으로 인한 손해도 보상해야 하는 게 아닌지 고심해야 한다. 그래서 새해에는 석 선장처럼 공무에 협력하다가 다친 국민이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법제도를 제대로 갖추자. 요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구호가 난무하고 있지만 이것이야말로 명백하게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길이 아니겠는가.
 

이를 위해 우리는 먼저 왜 국가가 석해균 선장의 치료비를 부담하고 나아가 부상으로 인한 손해도 보상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바로 공무에 협력하다가 손해를 입으면 국가가 배상해주는 게 공적 부담 앞의 평등의 원칙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석 선장은 위험을 무릅쓰고 청해부대의 소말리아 해적 퇴치와 해군의 국민보호업무인 아덴만 작전에 협력하였다. 몰래 통신망으로 해적들의 잠자는 시간, 규모, 위치 등 작전에 필요한 정보를 계속 알려주었다. 그리고 최대한 시간을 끌기 위해 지그재그로 운행하였다. 만약 석 선장이 본인의 안전을 우선하여 작전에 협력하지 않았다면, 총상을 입지 않았을 것이다. 협력하지 않은 사람은 안전한데, 공무에 협력하다 손해를 입은 사람의 손해를 국가가 보상해주지 않는 것은 공적 부담 앞의 평등원칙에 반(反)한다.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공무에 협력하다가 손해를 입은 자에 대해 국가가 무과실책임을 지고 있다.
 

석 선장은 청해부대의 적법한 작전 중 총상을 입었다. 4발의 총알 중 세 발은 해적의 총탄이고, 한 발은 해군의 유탄이라는 말이 있는데, 누구의 총탄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특별한 위험을 일으킨 자는 그 위험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위험책임이론이다. 총기는 고도로 위험한 물건임에도 법질서 유지를 위해 합법적으로 사용된다. 국가의 합법적인 총기사용으로 무고한 국민이 피해를 보면, 국가가 과실이 없어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선진국의 법이론이다.
 

과거 민주화운동의 일환으로 서울대 대학생이 시위를 하다가 경찰서를 습격하였고, 이에 경찰관이 공포탄을 발사하였는데, 그 중 한 발의 유탄이 인근 건물에 맞고 튕겨져 그 부근을 지나가던 무고한 서울대 대학원생이 맞아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 때 위험책임의 이론 등을 고려하여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
 

나아가 석 선장은 청해부대의 소말리아 해적 퇴치와 해군의 국민보호 업무를 보조한 사람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국가의 사무를 관리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우리 법원이 2014년 인정한 국가사무관리이론에 의하면 국가사무관리비용은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 과거 서해안에 기름을 유출하여 전 국민이 나서 유류오염을 제거했던 허베이 스피리트호 사건에서 법원은 국가의 유류오염제거사무를 자발적으로 보조한 방제회사가 지불한 비용을 국가가 사무관리비용으로 부담하여야 한다는 판례가 있었다(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2다15602 판결).
 

나라다운 나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가 관리의무를 지는 고도의 위험으로 인한 사고에 대해 국가의 무과실책임을 입법하여야 한다. 그리고 범죄, 화재, 지진 등 사고 피해자의 구조에 협력하다가 국민이 당한 부상을 보상해주는 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법제도의 후진성을 청산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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