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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채굴, 전기료 불법 기승에도… 손 놓은 산업부·한전

가상화폐 채굴, 전기료 불법 기승에도… 손 놓은 산업부·한전

기사승인 2018. 02. 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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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태조사 마쳤지만 분석 늦고 대책 없어
조사방법도 기존 상시조사 수준에 그쳐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 정부 대책 필요
본사 사옥
한국전력공사 나주 사옥.
가상화폐 열풍에 값싼 산업·농업용 전기를 끌어다 쓰는 채굴업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정부가 주먹구구식 대응에 그치고 있어 우려가 나온다. 실태조사는 수시로 하는 일반조사에 그쳤을 뿐 아니라, 대책은 아직 구상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 등에 따르면, 당국은 약 한달여의 일제 조사기간을 갖고 최근 전국 채굴공장 실태 조사를 마무리했지만 분석도 채 마치지 못했고 발표계획도 없는 상태다. 분석결과에 따라 필요하면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채굴기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채굴(mining) 하기 위한 기계로, 하나의 CPU에 다수의 그래픽카드를 장착한 일종의 컴퓨터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채굴기 1대당 소비전력은 600W(와트)를 훌쩍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수백대씩 설치해놓고 돌리는 곳을 채굴공장이라고 부른다. 한전은 채굴기는 가정용 전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채굴공장들은 산업·농업지역에서 값싼 전기를 불법적으로 쓰고 있는 실정이라 단속에 나선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실태조사 결과를 한전으로 부터 받았고, 현재는 이를 바탕으로 분석하는 단계”라며 “분석결과에 따라 문제가 될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대책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조사를 통해 적발된 업체의 숫자는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었다”며 “이들에겐 위약금을 물리는 방식으로 대응하려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사 방식과 대책 마련을 두고 당국이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안일하게 대처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점검은 전기사용 패턴과 사용량 등을 분석해 비정상적이거나 의심 갈만한 곳을 리스트화 한 후 이들을 직접 방문해 점검하는 식의 방법으로 이뤄졌다. 농업용 전기인데 24시간 사용 됐다거나, 단기간에 전기사용량이 급증했거나 하는 곳을 의심 지역으로 선정해 찾아가는 식이다.

하지만 이는 상시적으로 하고 있는 위약조사 업무를 전국 단위로 일제기간을 설정해 시행한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상화폐 채굴이라는 새로운 사업이 등장했음에도 특별단속은 생각도 않고 기존 방식으로 겉핥기만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조사 과정에서 산업부와의 공조 등은 일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적발업체가 많지 않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지만, 편법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가동률 기복이 큰 공장에서 계약이 늘었다거나, 또는 사업을 확장했다고 전력사용이 급등한 이유를 둘러댄다면, 공장내에서 채굴기를 돌려도 확인하기 어렵다는 게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한전 관계자는 “적발될 경우, 가상화폐 채굴 자체는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전기 계약종별 계약을 다시하고, 그동안 잘못 쓴 것을 추징, 위약금을 물리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적발업체들한테서 이같은 조치를 취하더라도 이를 제대로 추징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그 과정에서 반발과 항의가 빗발치고, 이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산업단지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국가경제를 위해 기업체의 산업생산을 유도하기 위한 것인데, 이를 사행성이 짙은 채굴업체가 악용하고 있다는 건 국가적 낭비일 수 있다”며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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