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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열 길 물속”...안전하고 깨끗한 물 공급을 위해

[칼럼]“열 길 물속”...안전하고 깨끗한 물 공급을 위해

기사승인 2018. 02. 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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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사진]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환경기술본부 조연행 본부장
조연행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환경기술본부 본부장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이 있다. 우리 실생활 속에서 밀접하게 사용하는 다양한 화학제품으로 인해 이제는 하천과 수자원을 눈으로 보고 ‘열 길 물속’이 깨끗한지는 옛말처럼 알기가 어려워졌다.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화학물질의 종류는 약 4만 종 이상이며, 매년 400여 종의 새로운 화학물질이 수입되거나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다. 이러한 화학물질 중 일부는 인체에 유해성을 가지며 다양한 경로를 통해 물속으로 유입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여러 화학제품 안전성 문제로 촉발된 ‘케미포비아’(화학제품 공포증, Chemi-phobia)로 인해 많은 국민이 불안해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의 물은 얼마나 안전할까? 실제로 화학물질의 수자원 유입으로 인한 수질오염은 점차 우려 되고 있다. 화학물질이 물속으로 유입되는 경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수구를 통해 배출되는 하수의 예를 보자. 우리가 사용하고 버리는 물은 하수관을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되어 처리된다.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된 물은 일반적으로 미생물을 이용해 오염물질을 분해하고 소독한 후 배출된다. 문제는 물속에 존재하는 복잡한 구조의 화학물질은 위의 방법으로 처리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하수처리장을 거쳐 폐기되어야 할 의약품 성분들이 하수처리장에서 분해되지 못하고 방류수에서 검출되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다수의 하수처리장에서 여과기를 설치하고 3차 고도처리공법을 적용하는 등의 기술적 노력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이러한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국가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분해되지 않은 유해물질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물속 퇴적물, 폐기물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오염물질을 측정하는 분석방법을 개발하고, 각 물질의 배출원과 배출 경로를 파악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영학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올바르게 측정하는 것이 기본인 것이다. 아쉽게도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미량유해물질의 하·폐수처리장 유입 및 처리 여부, 환경 재배출 등에 대한 장기간 축적 데이터의 부재로 미량의 유해물질을 관리하고 처리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문 종사인력 확보 및 분석시스템 구축의 어려움도 많다.

필자는 케미포비아로부터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깨끗하고 안전한 물 공급을 위한 방법으로, 검사기관에 적절한 권한과 역할을 부여하고 활용할 것을 제언한다. 첫째, 검사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전문 인력, 노하우 및 분석 장비 인프라를 활용한다면 제도의 조기 정착과 운영비용 절감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수질 데이터의 신뢰도 확보를 위하여 검사기관에 미량유해물질 감시 및 모니터링 체계의 신뢰도 검증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검사기관을 통한 제도 도입 선행연구 및 타당성 조사 수행을 통해 사업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물은 국가가 관리하는 공공재이며, 공공안전성의 확보가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분야이다. 때문에 미량유해물질 감시제도 도입은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물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 필수적이다. 또 미량유해물질 감시 제도의 원활한 구축·운영은 검사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이 기반이 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법정 검사기관 지정을 통한 역할 부여 등 제도적 뒷받침으로 국민이 더욱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깨끗하고 안전한 물 환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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