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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대 ‘펜스룰’, 새로운 남녀갈등 조짐…“미투, 장기적 문화운동으로 만들어야”

‘미투’대 ‘펜스룰’, 새로운 남녀갈등 조짐…“미투, 장기적 문화운동으로 만들어야”

박병일 기자 | 기사승인 2018. 03.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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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의 성찰적 반성 필요할 때
가부장적 문화 및 규범을 바꾸려는 문화운동으로 이어저야
펜스룰은 비뚤어진 남성연대...남성의 'Me First' 중요
미투
성폭력 피해를 공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사회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반작용의 하나로 남성들 사이에서 ‘여성들과 거리를 두고 생활하라’는 이른바 ‘펜스룰’이 퍼지면서 남성·여성 간의 새로운 갈등양상으로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펜스룰(Pence Rule)은 현 미국 부통령인 마이크 펜스(Mike Pence)가 연방 하원의원이던 2002년 한 인터뷰에서 ‘부인 없는 곳에서 다른 여성들과 함께 자리를 갖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밝힌데서 유래한 말이다.

일상 생활에서 불순한 의도 없이 이뤄지는 말과 행동이 자칫 성폭력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자기방어기제로 여성을 의식적으로 멀리하려는 펜스룰은 남성들 사이에서 가장 좋은 방어책으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에 가해자 처벌을 비롯해 가해자가 포함된 조직의 장에 대한 처벌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이에 미투 운동이 가해자 처벌을 넘어 고착돼 있는 남성주도의 사회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장기적인 로드맵 마련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도 적극 대응에 나섰다.

12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정부는 미투 운동과 함께 나타나고 있는 펜스룰과 관련해 사회인식개선을 위한 문화캠페인의 중요성을 인식, 관련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이미 여가부는 성폭력 근절뿐 아니라 성평등 문화 확산을 목표로 ‘위드유(With You)’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이건정 여가부 여성정책국장은 “피해자 지원뿐 아니라 사회인식 개선과 교육 분야를 미투 운동의 또 다른 축으로 접근할 예정”이라며 “현재는 남성들이 어디까지가 성희롱인지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말 한마디 잘못하면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어 이런 점을 알려주는 교육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미투와 펜스룰로 촉발된 여성과 남성의 간극을 좁히는 것은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의 한 여자고등학교 체육교사인 A씨(45)는 “남자 선생님들끼리 있을 때는 여자 선생님들을 가급적 피하자는 말들을 한다”며 “순수한 의도에서 한 말과 행동이라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어떤 반응(성희롱)을 보일지 모르기 때문에 당분간은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조적으로 여성들의 경우 남성들이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거나 말과 행동을 지나치게 자제하려는 모습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서울의 한 자치구 공무원인 B씨(여·44)는 “남자 동료들이 말을 할 때 미리 ‘이건 농담이야’라는 식으로 먼저 방어막을 치고 말을 거는 경우가 있다”며 “이럴 때 문제 제기를 해야 할지 말지 애매한 상황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펜스룰과 같은 현상이 잘못된 점을 인식하면서도 당분간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결국 미투에 공감하는 남성들까지도 스스로 펜스룰에 자신을 가두는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대책이 처벌을 강조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뿐 아니라 남성 위주의 사회화에 대한 변화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사회에서 나타나는 펜스룰은 삐뚤어진 남성연대”라며 “남성들이 성찰적 반성을 해야 하는 ‘미 퍼스트(Me First·내가 먼저 반성한다)’ 연대가 필요할 때고 이를 통한 문화운동으로 미투 운동이 이어지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문화나 규범을 바꾸려는 노력과 남성중심으로 일방적으로 주도됐던 남녀관계 문화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정부도 전 부처가 함께 부처 내 성희롱·성폭력 문제와 직계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의 특성·실태를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징벌적 접근보다 가해자들이 반성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평가할 수 있는 구조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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