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메리카에서 개최된 e스포츠 국제대회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LOL) 월드 챔피언십 2016’ 모습. 매년 열리는 이 대회는 한국을 포함해 중국·일본·베트남·대만·홍콩·유럽 등 세계 각국 프로게이머들이 참가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 종목이다. 사진출처=위키미디어 커몬스
정보기술(IT)과 스포츠를 접목한 e스포츠 열풍이 동남아시아에서 날로 거세지고 있다. 기름을 끼얹은 건 아시안 게임 공식 종목 채택이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e스포츠가 국제 스포츠 행사인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의 정식 종목으로 확정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며 현지 및 해외기업들이 동남아 시장을 노리고 진출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스포츠는 프로게이머들이 컴퓨터 및 네트워크를 이용한 특정 게임을 스포츠 종목으로 삼아 승부를 겨루는 대회를 말한다. 대표적인 e스포츠 종목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LOL) 게임이 있다.
동남아는 e스포츠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IT 시장조사기관 뉴주(Newzoo)에 따르면 동남아 지역에는 이른바 e스포츠광(狂)이 950만명(2016년 기준) 이상이다. 이 가운데 280만명이 베트남에, 200만명이 인도네시아에 거주한다. 내년에는 역내 전체 규모가 두 배에 이를 전망이다.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 같은 동남아 e스포츠 거대 허브 지역엔 e스포츠 전문학교도 세워졌다. 이곳에선 e스포츠 게임 전략과 기술을 가르친다.
시장조사업체 니코 파트너스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동남아의 e스포츠을 포함한 PC게임 매출은 작년 말 11억달러(약 1조원)에서 2021년 20억달러(약 2조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PC게임과 모바일게임을 합한 규모는 동기간 22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서 44억달러(약 4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e스포츠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동남아 현지 회사는 물론 해외 기업들도 역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싱가포르 게임·전자상거래 업체 SEA 그룹의 녹 아눌로솜벗 태국지사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e스포츠에 대한 매우 긍정적인 수용과 성장을 목격했다”면서 “태국에서 확실히 인기를 끌고 있고 사람들은 이미 e스포츠를 스포츠 종목의 하나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많은 기업이 e스포츠 산업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SEA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동남아 최초 IT 기업이다. SEA의 대주주는 중국 IT 대기업 텐센트다.
태국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임단 ‘어센션 게이밍’의 코치 아카라왓 왕사왓은 “지난해 지역 토너먼트와 대회가 급격히 증가했다”면서 “대회 참가자들의 가장 좋은 기회는 경기를 보는 전 세계 e스포츠팬들에게 노출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특히 e스포츠의 동남아 현지화에 공들이고 있다. SEA 태국 지사의 앨런 헬라웰 최고전략책임자(CSO)는 “현재 국제 리그에서 가장 인기 많고 수익성 좋은 e스포츠 게임은 리그 오브 레전드와 도타 2(Dota 2)”라면서도 “하지만 현지 게이머들은 지역 리그에 가장 높은 충성도를 보인다”고 했다. 일부 동남아 게이머들이 콘텐츠의 현지 언어화를 선호하는 것도 현지화가 필요한 이유다.
이와 동시에 전세계 프로게이머들의 동남아 지역 및 국제 대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e스포츠 마케팅업체 캐덜리스트 e스포츠 솔루션 창립자 드류 홀트켄트웰은 “기업들은 신(新) 게임 플랫폼·새로운 주제·빠르게 늘어나는 e스포츠팬들 등 동남아 시장의 진면목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면서 “그들이 사업을 펼칠 만한 잘 무르익은 시장이라는 걸 이제 막 알아차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