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연구개발 역량 늘려 경쟁력 확보”…엔씨소프트 고공행진 비결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180410010005661

글자크기

닫기

배지윤 기자

승인 : 2018. 04. 11. 06:00

연평균 매출 대비 R&D 비용 20% 가량 투입
지난해에만 2000억원 이상의 R&D 비용 투자
2011년에는 차세대 기술로 AI 낙점해 연구 진행
basic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는 연 평균 연구개발(R&D) 비용에 매출 대비 약 20%에 달하는 금액을 투입하고 연구개발에 힘을 쏟고있다. 김택진 엔씨 대표가 개발자 출신이라 R&D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투자에 힘을 싣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실제로 엔씨는 지난해 500대 기업 가운데 R&D 투자 비중이 가장 높았다.

10일 엔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 2489억원의 R&D 비용을 투입했다. 이는 전체 매출 대비 16% 해당하며, 전년 대비 약 64.4% 늘어난 수치다. 앞서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1301억원, 1514억원을 투입했지만 2000억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지속적인 투자는 엔씨 전체 임직원 3206명 가운데 약 68%(2166명)가 R&D 인력인 만큼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다. 대표적으로 엔씨는 게임업계 인공지능(AI) 관련 연구에서 선두에 자리하고 있다. AI는 향후 게임뿐 아니라 IT 전 사업에 걸쳐서 활용할 수 있는 신기술인 만큼 김택진·윤송이 부부가 직접 나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개발자형 CEO’ 김택진의 승부수
엔씨 직원들이 R&D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데는 김 대표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다. 쟁쟁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려면 R&D 투자가 필수적인데 게임업계 대표적인 ‘개발자형 최고경영자(CEO)’로 활약하는 김 대표가 이런 구조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도 “넥슨의 창업자인 김정주 NXC 회장과 넷마블을 창업한 방준혁 의장도 경영일선에서는 한발짝 물러서 있는 반면 김 대표는 대표이사직을 맡으며 연구개발과 개발자 지원에 힘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조 때문인지 엔씨는 타 게임사 대비 출시작 수는 적은 편이다. 다른 개발사의 게임을 퍼블리싱하기보다는 자체 개발한 게임만 출시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씨가 가진 리니지·아이온·블레이드&소울 등 지식재산권(IP)은 회사 경쟁력에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엔씨의 지난해 매출 가운데 11.5%(2027억원) 가량이 IP 사용료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이런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김 대표가 지난달 30일 열린 제2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엔씨소프트의 대표이사 자리에 재선임됐기 때문이다. 임기는 3년으로 김 대표는 최소 2021년까지 대표이사로서 회사 경영권을 보장받았다. 이로써 김 대표는 1997년 회사 창업 이후 21년째 대표직을 맡게 됐다.

한편 엔씨는 올해도 타사 대비 적은 숫자의 신작을 내놓으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우선 상반기 출시가 점쳐진 ‘블레이드&소울2’는 완성도를 더욱 높여 하반기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올 하반기 출시 예상된 ‘리니지2M’ ‘아이온: 템페스트’도 완성도 향상을 위해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엔씨, R&D 인프라 확장에도 앞장

[엔씨소프트] 모션캡쳐 스튜디오
모션캡쳐 스튜디오. /제공=엔씨소프트
엔씨는 관련 인프라 조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2013년 경기도 성남 판교 테크노벨리 중심에 대규모 사옥을 짓고 복지 시설을 확대한 바 있다. 해당 사옥에는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엔씨 사업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인력 전체를 수용하기에는 공간이 부족해졌다. 이에 판교역 주차장 인근에 추가로 R&D 센터를 설립해 3곳에 흩어져있는 R&D 센터를 통합할 계획이다.

엔씨는 게임 개발에 필요한 기반 기술확보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게임사 가운데 처음으로 캐릭터의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한 모션캡처 스튜디오와 3D 스캔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게임의 각종 효과음을 녹음할 수 있는 ‘5.1채널 영상 사운드 믹싱룸’ ‘폴리스튜디오(효과음 음향 녹음실)’ 등으로 구성된 사운드 스튜디오도 운영하고 있다.

사옥뿐만이 아니다. 신작 출시일정을 맞추기 위해 야근과 특근을 지속하는 일명 ‘크런치 모드’는 게임업계의 고질적 병폐다. 그런 게임업계에서도 ‘워라밸’ 열풍이 불고 있다. 엔씨 역시 ‘워라발(워크 앤 라이프를 발랄하게 가꿔보자)’ 프로젝트를 도입해 임직원들의 사기 진작 및 복지 향상에 힘 쓰고 있다. 유연근무제도 도입했다. 직원 1명이 한 주 동안 40시간 근무 원칙만 지키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 3D 스캔 스튜디오
3D스캔 스튜디오. /제공=엔씨소프트
◇엔씨 R&D 투자의 꽃 ‘AI 센터’

[엔씨소프트] AI센터
엔씨소프트 AI 센터. /제공=엔씨소프트
엔씨는 2011년 차세대 기술로 AI를 낙점하고 관련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AI 원천 기술 확보를 통해 IT 전반에서 미래 경쟁력 창출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2011년 초 AI TF를 신설한 후 AI랩을 거쳐 현재는 AI센터·NLP센터(자연어처리 센터)로 조직을 확장했다. 현재 AI센터와 NLP센터는 김 대표 직속으로 센터 산하에 5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5개 조직은 AI센터의 게임 AI랩·스피치랩·비전TF 및 NLP센터의 언어AI랩·지식AI 랩 등 5개의 기술 영역을 연구하는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소속된 AI 전문 연구 인력은 100명에 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외 AI 연구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100여명의 인원으로 구성된 조직은 적지 않은 규모”라며 “남들보다 빨리 AI 연구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인력 확보가 가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엔씨의 AI 연구는 게임에 한정돼 있지 않다. AI 기술은 어떤 분야든 열어두고 적용할 예정이라는 게 엔씨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엔씨는 AI 전문 인력의 육성과 연구개발에 투자를 확대, 강화할 계획이다. 실제로 AI센터와 NLP센터는 서울대·카이스트 등 국내 AI 분야의 연구실 12곳과 연구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배지윤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