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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73명 시국선언자 문건 첫 공개…“실제 블랙리스트로 적용돼”

9473명 시국선언자 문건 첫 공개…“실제 블랙리스트로 적용돼”

기사승인 2018. 04. 10.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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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73명 시국선언자 명단./제공=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9473명의 시국선언자 명단이 박근혜 정부 당시 정부 지원사업에서 실제 블랙리스트로 적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민관합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는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빌딩의 진상조사위 사무실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2015~2016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한불 상호교류의 해’ 사업과 관련해 불법적인 지원배제가 광범위하게 이뤄졌고, 여기에 9473명의 시국선언자 명단이 근거자료로 활용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이와 함께 자체 입수한 9473명의 시국선언자 명단이 담긴 문건 전체를 공개했다. 이 문건은 2015년 5월 출력된 것으로 A4용지 60페이지 분량이다.

이원재 진상조사위 대변인은 “‘한불 상호교류의 해’ 블랙리스트 사건 조사 과정에서 문건을 입수했고, 이 문건이 사업 배제 여부를 결정하는 블랙리스트로 실제 적용됐다는 다수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문건은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 세월호 시국 선언,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 박원순 후보 지지선언 등 4개 카테고리로 돼 있으며, 각각에 기재된 전체 인원을 합치면 9473명이다.

명단은 2015년 4월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의 지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정리·보고했으며, 청와대는 명단에 기재된 인원 전체를 정부 지원사업에서 배제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진상조사위는 조사 결과 ‘한불 상호교류의 해’ 사업에서 블랙리스트 지시 이행을 위해 청와대로부터 문체부를 거쳐 문건을 전달받은 해외문화홍보원 실무자들이 출력본 형태의 명단을 일일이 대조해가며 지원배제 여부를 검증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체부 내에서 문건을 관리했던 당시 예술정책과 오모 사무관은 진상조사위 조사에서 영상콘텐츠산업과, 국제문화과, 지역전통문화과, 공연전통예술과 등 문체부 각 부서에서 지원사업 진행을 위해 필요할 때마다 9473명 명단을 전달했다고 밝혔으며, 시국선언명단이 단순 명단이 아니라 실제 블랙리스트로 실행됐다고 진술했다고 진상조사위는 밝혔다.

9473명의 명단은 2016년 10월 한 언론 보도로 존재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이 됐다. 하지만 조윤선 당시 문체부 장관과 문체부는 9000명 이상이 기재된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했다.

블랙리스트 사태의 진원인 9473명의 문건이 정식으로 공개되고, 실제로 정부 지원사업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를 배제하는 수단으로 쓰인 것을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진상조사위는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한불 상호교류의 해’와 관련한 문화예술행사와 사업 전반에 걸쳐 블랙리스트 실행을 지시했고 국가정보원도 지시 이행과 사찰에 관여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문체부 예술정책과, 영상콘텐츠산업과, 출판인쇄과 등 각 부서와 해외문화홍보원, 프랑스한국대사관, 프랑스한국문화원, 한불상호교류의해 조직위원회(조직위), 예술경영지원센터에 설치된 조직위 사무국 등이 블랙리스트 실행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사전모의를 한 구체적인 정황도 확인했다.

진상조사위는 이와 관련한 피해 사례로 이응노미술관 지원 철회, 노순택 사진작가 작품 검열, ‘무브먼트당당’·‘빛의 제국’·‘이미아직’ 등 공연서 블랙리스트 예술인 배제, 파리도서전 황석영·한강 등 작가 배제, 영화 ‘변호인’ 등 검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지원배제 등을 제시했다.

진상조사위는 또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프랑스 국빈 방문 중 참석했던 현지 한식체험전시인 ‘K콘(K-CON) 2016 프랑스’ 사업과 관련해 최순실 씨에게 특혜를 제공하기 위해 부실심사를 통해 사흘 만에 예산을 배부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한불 상호교류의 해’ 사업 규모가 컸고 프랑스 등 해외에서 개최된 행사들이 다수였던 점을 고려할 때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찰·검열·배제 사례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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