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열쇠로 ‘강령 국제녹색시범구’ 지목
“北 농축수산·관광산업에 우리 첨단기술 입혀야”
경제협력 넘어 진정한 개혁·개방의 단초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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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서초구에서 아시아투데이와 만난 김칠두 북방경제인연합회 회장은 그동안 구상해 온 남북경협에 대한 해법과 실현 방안들을 꺼내놨다. 김 회장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당시 산업자원부에서 차관을 지내며, 남북경협의 중심에 섰다. 개성공단 조성과 입주업체 선정에 주도적 역할을 했고 퇴직 후 대학에서 북한경제를 가르쳐 온 관련분야 최고 전문가다. 지난달 출범한 북경연의 초대 회장을 맡았다.
서해 5도, 연평도에서 북쪽으로 뱃길로 불과 10km 거리에 기후가 온화한 너른 반도지역이 있다. 이곳에 300만평 규모 해삼·전복 양식장을 조성하고 840만평에 달하는 지역에 우량과수나무를 심거나 온정차를 재배한다. 연 1000톤 규모 돼지농장을 3개 짓고 500마리 이상의 젖소 목장을 만든다. 이를 상품화할 연 2000톤 규모 건조과일 가공설비를 설치하고 1000톤 규모 유가공품 공장도 짓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10km 해변에 하루 50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해수욕장을 개설, 대형 호텔 및 편의시설, 18홀 골프장까지 만들어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한다.
뜬금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김정은 정권이 2013년 발표한 황해남도 ‘강령 국제녹색시범구’ 조성 계획이다. 북한 최남단 반도, 개성공단(2000만평)의 3배 이상 넓은 5000~6000만평에 외국인 투자를 장려해 관광과 무공해산업을 육성하는 게 골자다. 당시 중국 투자 유치에 실패했던 이 사업을 정부와 협의하에 북경연이 참여, 북한의 경제특구 개발 단체인 ‘조선경제개발협회’와 힘을 합해 더 완벽한 형태로 구축해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의 제언이다.
김 회장은 “강령 경제특구 개발은 개성공단과 달리 생업에 종사하던 이들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인력확보 문제를 해소할 수 있고, 인천 강화에서 뱃길 수송을 하기 때문에 도로를 새로 깔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전기는 주요 설비 지붕을 태양광으로 덮어 활용하고, 인천화력발전소 부근과 연결해 임진강을 건너거나, 바다에 세우면 주민 반대도 없어 개성공단보다 더 수월할 것으로 봤다.
특히 남북경협 과정에서 한국의 첨단 ICT 기술력을 접목해 스마트팜을 구성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 국내 SK·LG 등 관련 기술력을 갖고 있는 기업들의 참여 여지가 충분하다. 원격제어를 통한 철저힌 관리가 핵심으로, 4차산업혁명의 IoT와 빅데이터·블록체인 기술까지 모두 동원되는 그림이 될 것이다. 상품의 주요 시장은 유기농 수요가 커진 중국 상해 등 동부연안 도시와 일본이다.
천혜의 해수욕장과 우리 기술력으로 만든 호텔·골프장까지 들어선다면 중국의 다롄을 제치고 떠오르는 관광지가 될 수도 있다. 아직 먼 얘기지만 이 사업을 위해 강령 녹색 펀드를 만들어 다수가 관광과 농축수산에 참여할 수 있는 사업모델까지 구상하고 있다.
김 회장은 강령 특구개발이 경제 협력을 넘어 진정한 북한 개혁·개방의 단초가 될 것이란 판단이다. 김 회장은 “이 사업이 시행되면 과거 개성공단 때처럼 양측의 군대는 후방으로 물러나고 NLL문제 등 해상 분쟁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악화된 남북관계가 강령 개발을 가로막고 있었지만, 최근 남북정상회담에서 ‘NLL 평화지대화’ 선언이 있었고, 이는 강령 개발의 발판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의 구상은 남북경협에 머물지 않는다. 러시아·중국 동북3성의 총 1억3000만명에 달하는 동북아시아 생활권과의 연계가 목표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정책과도 연결된다. 김 회장은 “중국·러시아 정부와 경협을 확대한다는 건, 안정된 한반도가 두 나라의 지역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는 곧 언젠가 통일한반도를 실현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이끌고 있는 북경연은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사단법인 허가를 받았다. 민간기업·공기업 관련 연구소 등의 참여로 이뤄진 순수 민간단체로, 북방경제권으로의 기업 진출 지원 등을 목표로 한다. 산업부와 협의해 ‘북방경협 포럼’을 개최하고, 8월말 중국의 ‘제12회 국제투자무역박람회’, 9월 러시아서 열리는 ‘제4차 동방포럼’에 대표단을 꾸려 참석한다는 구체적 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김 회장은 “최순실 사태 이후 정부와 재계의 교감이 힘든 상황에서, 북경연이 양측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칠두 북방경제인연합회 회장은?
△부산(1950년생) △동래고-연세대 행정학과 △미국 보스턴대학 경영학 석사 △행시 14회 △호주 상무관 △상공자원부 금속과장 △전력정책과장 △산업자원부 생활산업국장 △무역투자실장 △차관보 △차관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숭실대 대학원 겸임교수 △한국인정지원센터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