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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법률 저런 판결·25] 프랑스닷컴, 국가 명칭 이용한 도메인이름 사용 가능한가

[이런 법률 저런 판결·25] 프랑스닷컴, 국가 명칭 이용한 도메인이름 사용 가능한가

기사승인 2018. 05. 2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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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프랑스닷컴(France.com)’의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이 화제다.

장-노엘 프리드먼(Jean-Noel Frydman·미국인 겸 프랑스인)이라는 사업가는 인터넷이 막 활성화되던 시기인 1994년 2월 ‘www.france.com’이라는 도메인이름을 등록해 해당 인터넷사이트상에서 관광정보제공 등의 서비스업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사이트상에서 20년 넘게 프랑스를 비롯한 각국의 여행 정보와 각종 관광 상품을 제공해 왔다. 제법 인기도 좋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외무부 등을 비롯한 정부 기관과 협업을 해 왔을 정도로 신뢰도가 높았고, 프랑스 관광청에서도 2009년과 2012년에 프리드먼을 ‘올해의 여행사업가’로 선정했다.

그런데 프랑스 내무부(Ministere de l‘Interieur)는 2015년 프리드먼을 상대로 ‘프랑스닷컴’의 소유권을 반환하라며 프랑스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France라는 도메인이름은 프랑스 정부만이 사용할 수 있는 표지(標識)라며, 개인이 이를 사적으로 등록해 영리활동을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 프랑스 정부의 주장이었다. 2017년 9월 파리 항소법원(Paris Cour d’appel)은 프랑스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프랑스닷컴이 프랑스 정부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본점을 두고 있는 웹닷컴(Web.com·미국에 개설되는 도메인이름을 등록해 주는 기관)은 위 프랑스 법원의 확정 판결에 기초해 프랑스닷컴의 소유권을 프랑스 정부로 이관해 주었다. 현재 프랑스닷컴은 프랑스 관광청의 영문 사이트(www.france.fr/en) 도메인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인이 미국 내에서 개설한 도메인이름에 대해서까지 프랑스 정부가 그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만일 미국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되었다면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 프리드먼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프리드먼은 최근 미국 버지니아 연방법원에 프랑스닷컴의 소유권 반환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소위 속지주의 원칙 때문에, 상표권의 효력은 해당 국가 내에만 미치는 것이 통상이다.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닷컴이 프랑스 지역 내의 관광사무에 있어 프랑스관광청(www.france.fr/fr)과 경업관계에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속지주의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자면 도메인이름의 등록지가 미국인 이상 프랑스의 관할권이 미칠 수 있는지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또한 상표권의 효력이 도메인이름의 사용까지 제한하는 데 미치는지에 관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상표법은 ‘상표적 사용(예컨대 운동화에 나이키 상표를 부착해 판매하는 행위 등)’을 규제하는 것인데, 도메인이름을 사용하는 행위는 전형적인 의미의 ‘상표적 사용’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프랑스닷컴에서 판매하는 여행 상품이 마치 프랑스 정부가 보증하는 상품이라는 오인·혼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상표법상의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얼마든지 가능해 보인다. 결국 프리드먼이 제기한 소송은, 국제상표에 관한 속지주의 원칙의 해석, 기타 전통적인 상표 법리에 관한 흥미로운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만일 누군가가 ‘www.korea.com’(아마도 www.korea.co.kr이라는 도메인이름은 국내 등록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등록해주지 않을 것이다)이라는 도메인이름을 등록해 사용한다면 어땠을까? 대한민국도 상표법상 상표권자가 될 수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역시 자신의 비영리 업무의 출처를 표시하기 위해 상표를 등록해 사용할 수 있다(이를 전문 용어로 ‘업무표장’이라 한다. 예컨대 하이서울 등의 표장이 대표적이다). 위 도메인상에서 이뤄지는 온라인 영업이 대한민국이 업무표장으로 등록한 업무와 경업관계에 있다면 상표권의 효력이 미칠 수도 있다. 또한 대한민국이 ‘Korea’라는 상표를 등록하지 않았더라도, 부정경쟁행위라는 이유로 규제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부정경쟁방지법은 ‘정당한 권원이 없는 자가 상업적 목적으로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표지를 도메인이름으로 사용한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의 한 유형으로 정하고 있는데, 국가의 표지(‘Korea’) 역시 여기서 말하는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표지’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외국인이 해외에서 위 도메인이름을 등록해 사용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될까? 프리드먼이 제기한 소송의 결과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허종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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