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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블록체인 시험보는 은행원들...KEB하나은행 디지털 전략은?

[취재뒷담화]블록체인 시험보는 은행원들...KEB하나은행 디지털 전략은?

기사승인 2018. 06. 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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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블록체인 필기시험을 보는 곳이 있습니다. 이 시험을 통과한 직원들은 직접 컴퓨터 프로그래밍인 코딩을 배워 자사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게 되는데요. 웬 IT회사 이야기인가 하겠지만, 사실은 KEB하나은행의 미래금융전략부 얘기입니다.

KEB하나은행 미래금융전략부 직원들은 한준성 부행장의 주도하에 블록체인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한 부행장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을 위해선 ABCD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ABCD전략은 인공지능(A), 블록체인(B), 클라우드(C), 데이터(D)입니다.

한 부행장은 “우린 은행원이 디지털 혁신을 ‘왜’ 해야 하는지부터 알고 있기 때문에 직접 블록체인을 공부하고, 또 이를 ‘내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은행들은 4차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이미 오프라인 지점은 대폭 줄이고, 온라인과 모바일 금융이 주를 이루는 만큼 은행의 ‘디지털 전환’은 필수라는 얘기입니다. 특히 4차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히는 블록체인과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은행들은 앞다퉈 전문인력 모셔오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신입행원에서도 IT와 디지털부문을 대거 뽑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KEB하나은행은 외부 인력을 데려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미래금융전략부 내 직원들이 직접 ABCD전략을 배워 기술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다른 시중은행들은 모바일 뱅킹 출시와 업데이트 등을 위해 자사 SI회사나 외주업체를 고용하는 반면, KEB하나은행은 은행원들이 직접 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나 네이버 등 유명 IT회사에서 인력을 데려오는 다른 시중은행과는 차별화된 모습입니다.

그렇다고 KEB하나은행의 성과가 나쁠까요? 2015년 하나금융지주는 금융권 최초로 포인트를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하나멤버스’를 탄생시켰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포인트 제도는 이동통신사나 카드사에서 ‘할인’을 목적으로 했던 멤버십 서비스였습니다. 그러나 김정태 회장을 비롯해 한 부행장 등 하나금융 임직원들은 금융 포인트 제도인 하나멤버스를 직접 구상·기획해 시장에 내놓았고, 이후 다른 금융사들이 이를 따라 줄줄이 출시했습니다. 당시 하나금융은 하나멤버스 관련 특허를 신청하며 다른 은행권을 긴장시키기도 했죠.

KEB하나은행의 디지털 전략은 분명합니다. ‘은행원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할 수 있지만, ICT인력은 금융을 할 수 없다.’ 아무리 뛰어난 디지털 인력을 데려와도 금융을 잘 아는 은행직원만 못하다는 얘기입니다.

이 블록체인 시험에는 오픈북이지만 부서장급도 참여합니다. 직접 문제를 내고 채점을 하는 한 부행장 또한 블록체인 공부를 피할 순 없겠죠. KEB하나은행 미래금융전략부는 숫자만 알던 은행원의 모습이 오히려 낯선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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